아직도 오리무중인 청와대 간첩설(說)
1990년대 북한 간첩이 청와대에 근무하다가 평양으로 돌아간 뒤 영웅 대접을 받았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탈북자 김국성의 며칠 전 증언인데, 이런 놀라운 뉴스에도 나라는 쥐죽은 듯 조용하다. 국정원이 그걸 애써 부인하는 꼴도 우습지만, 이해 안되는 건 언론이다. 핵심은 오래전 이 나라는 북한 대남공작의 꽃밭이어서 국방부-합참 군사비밀마저 줄줄 샜다는 것인데, 누구도 나 몰라라 한다. 책임지겠다는 이 한 명 없는 우리의 상황을 74년 서독 수상 빌리 브란트의 보좌관인 귄터 귀욤 간첩 사건과 비교해보라.
당시 그 일로 서독은 뒤집어졌고 브란트 역시 사건 4일 뒤 전격 사임했다. 정말 희한한 건 올 정초 터졌던 이 나라 현직 대통령의 출생의혹이다. 밝히지만 문제 제기한 건 나였다. 당시 유튜브에 6.25 당시 학도병이던 윤월 스님(속명 서승남)을 출연시켜 증언을 여과없이 내보냈다. "문재인 아버지 문용형은 인민군 상위(대위)로 낙동강 전투에 내려왔었고 1950년 8월 29일 경북 영천전투에서 동료 셋과 함께 그를 생포했다." 쇼킹한 건 이걸로 문재인 부모가 흥남 철수 내려왔다는 말부터 왕창 흔들린다.
그게 전부일 리 없다. 문재인은 자서전 <운명>에서 "북한이 김일성 천하가 된 뒤 아버지가 공산당 입당 제안을 받았으나 애써 뿌리쳤다"고 서술했는데, 그 또한 허구일 가능성이 높아졌다. 그 대목은 제2증언자 김인호 선생이 등장해 융단폭격했다. 문용형은 김일성 정권을 보위하던 지역의 핵심 당원이라는 폭로다. 이걸로 현직 대통령의 집안 얘기가 백일하에 드러났으며, 그가 대를 이은 간첩일 가능성이 높다는 게 방송 직전 내 판단이었다.
문재인은 정말 끝났다고 봤는데, 직후 벌어진 상황은 딴판이었다. 겁먹은 주류언론은 이 빅뉴스를 묵살했다. 그리고 문재인이 나를 명예훼손으로 고소하지도 않았다. 관대해서가 아니고 자신이 간첩임을 자백한 꼴인데, 더 결정적으로 윤월 스님은 몇 달 전 의문사까지 당했다. 왕 미스터리다. 이 간첩 천국에서 청와대에 똬리 튼 또 한 명의 간첩쯤이야 기꺼이 눈감아주겠다는 것인가? 참고로 동서고금의 모든 간첩은 권력 주변에 스며들어 정보를 빼내는 데 그쳤다. 스파이가 최고권력을 쥐고 국민 보란 듯 나라를 망친 사례는 거의 없었다. 그래서 청와대 간첩설의 진실이 더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