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싱턴 통신] 北中 위협 공동대응, 한일 ‘지소미아’ 복원 시급

2022-08-30     도널드 커크 前 USA투데이 편집인
도널드 커크

필자가 일본 주재 기자로 있던 시절, ‘재팬 배싱’(Japan bashing: 일본 두들겨패기)이란 말을 자주 들었다. 미국 정치인들이 대일 무역 불균형에 대한 반발과 대항 이 담겨있는 표현이다.

당시 논쟁의 중심에는 일본이 미국산 쇠고기와 오렌지 수입을 제한한 상황이 있었다. 양국의 무역회담은 일본산 자동차 수입 같은 더 큰 사안으로 확대되곤 했다. 일본산 자동차들이 미국시장에 넘쳐나는 동안 일본에는 미국산 자동차들이 거의 들어오지 않았기 때문이다. 현재 ‘재팬 배싱’은 1970~80년대보다 잦아들었으나 관련 논란은 여전하다.

비슷한 맥락에서, 최근 몇 년 감정적 문제들이 한국·일본 관계를 얼마나 악화시키는지를 발견하게 된다. 한국의 태도는 ‘재팬 배싱’을 훨씬 뛰어넘는다. 일본의 한반도 식민지배 시대에 관한 해석은 오늘날 한일관계에까지 영향을 끼치고 있다. 수년간 한국을 방문하며 나는 한국의 ‘위안부’ 처우에 대한 깊은 분노, 일제 전후에 대한 일본과 한국의 역사 해석, 일본의 강제징용, 그리고 한국의 ‘독도’와 일본의 ‘다케시마’ 주장을 자주 접했다.

의심할 여지 없이, 문재인 대통령은 한일관계를 악화시킨 장본인이다. 박근혜 정부와 아베 신조 당시 총리가 했던 위안부 합의를 문 대통령은 일방적으로 파기했다. ‘피해자 중심주의’를 내세웠으나, 피해자의 의사와 별 상관 없었음이 드러났다.

윤석열 대통령의 시급한 임무 중 하나는 ‘핵무장을 끝낸 북한’이라는 공동의 적에 맞서 협력할 수 있을 만큼 한일관계를 회복하는 것이다. 일본에게 무조건 양보하라는 뜻은 아니다. 예를 들어 일본이 고집스레 다케시마라 불러온 독도를 포기할 필요는 없다.

문 대통령의 정치적 기회주의는 국방에서 무역에 이르기까지 중대한 문제들을 남겼다. 그 중 하나가 한국과 일본이 특히 북한에 대한 정보를 공유하기로 한 지소미아(GSOMIA: 군사정보보호협정)를 무력화시킨 일이다. 생각보다 중대한 사태였다.

지소미아는 북한의 도발이나 유사 시 한·일이 군사적으로 협력할 때 매우 요긴하다. 물론 김정은은 중국의 전폭적 지원 없는 상태에서 사고를 칠 만큼 어리석지 않다. 중국 역시 섣불리 일을 벌이지 않을 것이다.

중국은 한반도 전쟁을 부추길 가능성이 적고, 김정은의 7차 핵실험을 만류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렇다 해도 한국과 일본은 중국과 북한에 대항해 협력할 준비가 되어있어야 한다. 하루빨리 지소미아를 복원해 체계적 지속적 정보 공유가 이뤄져야 한다.

22일부터 지상·공중·해상에서 한미합동훈련이 실시되고 있다. 9월 1일까지 이어질 이 훈련은 5년 만의 첫 실사 연습이다. 한미합동훈련이 이 정도로 복원된 것은 다행스런 일이나, 군사훈련 못지 않게 절실한 게 정보 수집임을 잊어선 안 된다. 일본은 이 방면에 뛰어난 자산을 가지고 있다. 한국과 미국은 동맹이다. 그렇다면 미국의 동맹국인 일본과 한국 역시 협력해줘야 하는 것 아닌가. 동맹국으로서 정당한 기대라 생각한다.

한미일 방위조약, 이른바 ‘3국 동맹’이 돼야 한다고까지 말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한·일 지소미아 같은 안보 협력은 역사해석이나 무역 갈등 등과는 전혀 다른 차원의 문제임을 인식했으면 한다. 일본이 이미 보상하고 거듭 사과한 과거사, 그것에 관한 표현 수위나 진정성에 관한 논쟁을 하기보다 서로의 실익에 집중해야 한다. 한국은 일본의 역사적 행위들에 대해 개탄할 충분한 권리가 있다. 하지만 이제 그것을 넘어서야 할 때다.

중국의 세계 패권 야심과 확장주의, 시진핑 정권의 암묵적 실질적 지원을 받는 북핵문제가 훨씬 현실적인 위협이자 공통의 과제다. 윤 대통령과 정부는 전임 정권의 기회주의적 오류를 바로잡아 한일 우호협력의 새 시대를 열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