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언론들 주목한 '日 역사적 과오 인정한 日교과서'

담당 日출판사 '평범한 일본인' 위한 시도 전후 일본인들 과거사에 무지...'이웃'에 대한 이해 욕구 증대 이에 발바르게 대응한 것일뿐...'국가적 책임'과 동일시 안 돼

2021-12-19     임명신 기자
야마카와 출판사 역사교과서.

일본에서 교과서와 역사 관련 서적으로 알려진 야마카와(山川)출판사에 한국 언론이 주목하고 있다. 19일 대부분의 국내 매체는 "일본 정부가 역사교육 우경화를 조장하는 가운데 일제의 가해 행위를 비교적 제대로 전달하는 일본 출판사"로 소개했다. 아울러 "내년도 고교 역사 교재 수요 조사에서 선두를 점한 야마카와 출판의 교과서는 학계의 연구 결과를 비교적 충실하게 반영해 일본의 역사적 과오를 인정했다"고 전했다.

국내 언론은 우선 일본군 위안부가 "강제되거나 속아서 연행된 예도 있다", "중국 내 점령지 및 조선으로부터의 노동자 강제 징용 등 일본 국민과 식민지·점령지 사람들의 삶을 극한까지 밀어붙여 군수물자 증산과 병력·노동력 보강에 힘썼다"고 서술한 점을 들었다. 특히 일본의 광산·공장에서 노역한 이들에 대해선 "억지로 동원된 사람들"이라고 명시한 것, 조선과 대만에서 일본어 교육 강화 등 황민화 정책에 대한 야마카와 교과서의 서술을 "일제의 문화 말살 정책을 소개했다"고 보도했다.

국내 언론의 관련 보도는 우리 사회의 뿌리깊은 반일 역사관에 근거한 시각이라, 부정확하고 편향된 측면이 있다. 일본 현지의 실제 상황과도 거리가 있어 보인다. 1948년 창업한 야마카와 출판사는 이름 있는 교과서 전문 업체다. 2009년 이래 ‘어른을 위한 역사’책 시리즈로 인기를 끌었다. 전후의 보통 일본인들은 근대사에 무지한 편이다. 교과서에 실려 있다 해도 거의 배우지 않은 채 중등교육 과정을 마치기 때문이었다. 아시아 여러 나라들이 과거사 문제를 들고 나오자, 변화가 일기 시작했다. 이웃나라 사람들의 심정을 이해하고 적절한 대응을 하고 싶다는 평범한 일본인들의 욕구가 늘어난 것이다. 이에 발빠르게 대응한 게 야마카와 출판사였다.

아마카와 출판사가 대체로 중도적·합리적 기술을 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그 이유로 역사 교과서 수요의 41.7%를 점했다고 볼 근거는 희박하다는 지적이 있다. 또한 "강제되거나 연행된 예도 있다"는 표현만으로 당시 일본 정부 및 군부의 ‘조직적 관여’를 인정했다고 보긴 어렵다. 취업사기거나 본인도 모르게 친권자(부친이나 손위 남자형제)에 의한 계약의 희생자가 많았음을 밝힌 연구도 나와 있다. 사인(私人) 간의 계약은 근대국가의 법률 체계 하에서 함부로 파기될 수 없다. 그런 계약의 피해자들이 ‘강제로’ 끌려가는 사태가 얼마든지 발생할 수 있었던 것이다. 일본 측이 도의적 책임을 인정하면서 법적·국가적 책임을 거부해온 이유다.

일본 정부는 ‘종군위안부’라는 표현이 ‘군에 의힌 강제 연행’ 이미지를 담고 있다는 취지의 야당 국회의원 질의에 "단순히 ‘위안부’라는 용어를 쓰는 게 적절하다"는 답변서를 지난 4월 각의(閣議) 결정했다. 아울러 "옛 국가총동원법 제4조 규정에 따른 국민징용령으로 이입된 한반도 노동자에 대해, 법령에 의해 실시됐음이 명확해지도록 ‘강제 연행’ 대신 ‘징용’을 쓰는 게 적절하다"는 답변서를 각의 결정했다.

국내 언론은 "일본 정부의 사실상 압력 하에 각 출판사가 ‘강제 연행’이나 ‘종군’을 삭제하는 방향으로 교과서를 최근에 대거 수정했는데 나름의 저항을 모색한 출판사도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고 전했다. 실은 ‘중도적인 완곡한 표현으로 바꿨다’는 게 사실에 가깝다. 다이이치가쿠슈샤(第一學習社)의 경우, "실질적으로 강제 연행에 해당하는 사례도 많았다는 연구도 있다"고 주석을 붙였다. 역사 교과서 전문가인 다카시마 노부요시(高嶋伸欣) 류큐(琉球)대 명예교수는 "학교 현장의 역사 교과서 선택이 징용·위안부 문제 관련 기술을 기준으로 이뤄진 것이라고 볼 근거는 명확치 않다는 견해를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