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김정은 ‘위민헌신’ 업적 부각…후계구도 가속

‘국가경제발전 5개년 계획’ 첫 해 결산…"승리로 아로새긴 뜻 깊은 한 해" 김여정 호명 순서 변화…공식서열 상승은 김정은 후계구도 가능성 높아

2021-12-19     한대의 기자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아버지 김정일 국방위원장 10주기인 17일 평양 금수산태양궁전에서 진행된 중앙추모대회에 참석하고 있다. /연합

북한이 연말을 맞아 김정은의 ‘위민헌신’ 업적을 부각시키며 성과 띄우기에 집중하고 있다. 김정은 건강 이상설이 계속 제기되고 있는 상황에서 동생 김여정의 역할을 강조하는 등 후계구도에도 속도를 내는 모양새다.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19일 ‘열화같은 위민헌신으로 이어진 2021년의 여정’이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2021년은 위민헌신으로 이어지는 경애하는 총비서 동지의 혁명 영도의 분분초초가 줄기찬 전진의 원동력이 되고 시대의 높뛰는 숨결로 맥박쳐, 또 하나의 승리로 아로새긴 뜻깊은 한해"라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지난 1월 제8차 당대회 개최를 비롯해 올 한해 북한 주민생활 향상을 위한 김 위원장의 업적을 일일이 소개하며 ‘위민헌신’을 강조했다. 이어 ‘조선노동당의 영도력은 주체조선의 힘이고 위상이다’라는 제목의 1면 논설에서도 "조국청사에 특기할 2021년이 저물어 가고 있다"며 "(올해는) 주체조선의 강대함이 다시 한 번 온 세계에 뚜렷이 각인된 긍지 높은 승리의 해"라고 짚었다.

올해는 북한 김정은이 2011년 12월30일 북한군 최고사령관으로, 정권을 장악한지 10년이 되는 해다. 또한 국가경제발전 5개년 계획의 첫해로서 실질적 경제성과를 도출해야 되는 해이기도 하다.

그러나 북한은 대북제재와 코로나19로 경제상황이 악화일로를 걷고 있다. 특히 북한 주민들이 생필품 부족을 오래전부터 겪어왔고, 식량부족으로 ‘고난의 행군’보다 더 어려운 시기를 겪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고난의 행군은 1990년대 초중반 소련을 비롯한 사회주의 동구권 나라들이 무너지면서 외교적으로 고립된 북한이 경제난으로 약 300만의 아사자를 낸 시기를 일컫는 말이다.

이에 북한 당국은 주민들의 반발과 비판을 막기 위해 김정은 업적 띄우기에 나섰고, 청년들을 중심으로 충성심을 강조하는 등 더 강력한 통제를 해오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1984년생 김정은이 최근 급격한 노화가 온 것으로 나타났다. 경제악화와 주민들의 불만, 청년세대의 이탈 등이 가장 큰 고민으로 보인다. 또한 핵개발에 따른 대북제재 장기화와 코로나19 상황으로 인한 타개책이 없는 상황에서 과도한 스트레스로 건강에 문제가 생겼다는 적신호로 해석된다.

김정은은 집권 내내 연평균 6~7kg씩 체중이 늘어오다 지난 7월 20kg 가량 체중이 줄었다. 북한 관영매체인 조선중앙TV는 "총비서 동지가 수척해졌다"는 내용의 인터뷰를 소개하며 김 위원장의 체중 감량 소식을 전했다.

할아버지인 김일성은 1994년 82세에 심근경색으로 사망했다. 아버지 김정일은 2008년 뇌졸중으로 쓰러졌다가 3년 뒤 심근경색으로 숨졌다. 전문가들은 김정은이 가족력으로 심근경색이나 뇌졸중으로 단명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또한 고도비만인 김정은에게 당뇨와 고혈압으로 인한 합병증은 치명적일 수 있다. 의학계에서는 당뇨 합병증이 발생할 경우 10kg 이상 체중이 급격히 빠진다고 알려져 있다. 보통 당뇨병에 걸리면 10년 뒤쯤부터 합병증이 오는데 제일 무서운 것이 심혈관 합병증으로, 당뇨병 환자 사망 원인의 50~80%가 뇌졸중, 심근경생증, 동맥경화, 말초혈관 막힘이다.

김정은의 건강이상설을 증명이라도 하듯 동생인 김여정 국무위원장 겸 노동당 부부장의 공식 서열이 상승했다는 분석도 나왔다. 최근 당 기관지 노동신문이 보도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10주기 관련 행사에서 김 부부장의 호명 순서가 당겨진 점을 미뤄, 당 최고 결정기구인 정치국에 재입성한 것 아니냐는 관측이다.

북한은 주요 정부 행사에서 권력 서열 순서로 당 고위 측 인사 이름을 호명해오고 있다. 조선중앙통신은 지난 17일 있었던 김정일 10주기 중앙추모대회에 참가한 간부들을 소개하면서 김여정 부부장의 이름을 정치국 위원들인 리일환, 정상학, 오수용, 태형철, 김재룡, 오일정, 김영철, 정경택 다음에 호명했다.

특히 김 부부장은 김성남 당 국제부장과 허철만 간부부장(인사담당) 등 당 정치국 후보위원들보다 먼저 소개됐다. 정치국 위원 맨 뒤이자 정치국 후보위원 맨 앞에서 호명된 점으로 미뤄, 최근 정치국 위원이나 후보위원에 선출된 것 아니냐는 추정이다.

이는 곧 김정은의 사망을 비롯한 만약의 상황에서 김여정의 역할이 클 것이라는 일각의 주장을 뒷받침해주는 대목이다. 물론 백두혈통이자 대외 총괄인 김여정의 직함이나 직급이 그의 정치적 위상과 무관하다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지만, 김정은의 건강 이상설이 꾸준히 제기되는 상황에서 유력한 후계자는 김여정일 수밖에 없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일반적 시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