졸속 인상에 물가 오르고 저임금자 밀어내 '모두가 지는 게임'

문재인 정부 5년, 좌회전 정책이 부른 ‘탈선 경제’

2021-12-19     정구영 기자

② 저임금 비숙련자 ‘재앙’ 부른 최저임금 ‘속도전’
 

무리하게 높은 최저임금을 적용하면 저임금 비숙련 노동자는 고용시장에 진입조차 하지 못하게 된다. 한 구직자가 서울시내 고용지원센터의 일자리정보 게시판을 들여다보고 있다. /연합

김동연 새로운물결 대선 후보는 문재인 정부의 첫 경제부총리다. 그는 지난 7월 대표적인 소득주도성장 정책인 최저임금 인상에 대해 사실상 실패했다고 각을 세웠다.

최저임금 인상은 우리 사회가 가야 할 방향이지만 ‘속도전’으로 밀어붙여 역효과를 냈다고 진단했다. 특히 시장과의 소통 부족을 가장 큰 패착으로 꼽았다. 시장에서 수용할 수 있고 이해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합리적으로 올리는 것이 중요한데, 그렇지 않았다는 것이다.

김 후보는 여러 가지 부작용이 나올 수 있는 만큼 보완책을 만들어 임기 내 계획성 있게 추진하자는 주장을 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는 말도 덧붙였다.

사실 한국의 최저임금은 낮지 않다. 지난 2019년 한국의 최저임금은 중위임금 대비 63%로 최저임금제도가 있는 경제개발협력기구(OECD) 31개국 중 6번째다. 중위임금이란 가장 높은 근로자의 임금부터 순서를 매겼을 때 한 가운데 있는 임금 수준을 말한다.

한국의 최저임금을 평균임금과 비교하면 49% 수준이다. 이는 OECD 31개국 중 4번째다. 더구나 한국은 주휴수당과 퇴직금 등 해외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제도를 병행하고 있다.

문재인 정부는 지난 2017년 6470원이었던 최저임금을 2021년 8720원으로 34.8% 인상했다. 그리고 내년 역시 5.05% 인상해 9160원이 됐다. 문재인 대통령의 공약대로 중위임금 대비 최저임금 비율이 70% 가까이 되는데, 한국과 비슷한 나라는 터키와 칠레 뿐이다.

단순히 최저임금만 따질 일이 아니다. 세후 가처분소득도 봐야 한다.

유럽의 경우 최저임금이라고 해도 30% 이상 높은 세금을 내는 나라가 많다. 가령 원화로 환산해 최저임금이 1만5000원이라고 해도 30%의 세금을 떼면 1만500원이 되며, 물가 대비로 따진다면 오히려 한국보다 적은 수준이다. 실제 독일·영국·프랑스 등 대부분의 유럽 국가들은 한국보다 1.5배 정도 물가가 높다. 한국의 실질 가처분소득이 결코 낮지 않다는 것이다.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으로 인건비가 오르면 기업 입장에서는 두 가지 선택지가 있다. 첫 번째는 제품 가격을 올리는 것이다. 두 번째는 공정을 자동화하거나 고용을 줄이는 것이다.1990년대나 2000년대와 달리 최근에는 후자를 선택하는 경향이 크다. 제품 가격을 올리면 가격 경쟁력에 문제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한국은 최저임금이 인상되면 식료품 가격부터 오른다. 농수축산업이 영세성을 면치 못하고 있는데다 대부분 노동력에 의존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같은 상황에서 최저임금이 인상되는 만큼 물가 역시 따라 오르면 임금 인상 효과는 상쇄된다.이렇게 되면 재차 최저임금 인상 목소리가 나오는 등 ‘꼬리물기’는 끝없이 이어진다.악순환인 셈이다.

근로자들은 저임금 비숙련 노동으로 고용시장에 진입하더라도 연차가 올라갈수록 숙련도가 높아져 더 높은 임금을 받을 수 있다. 그럼에도 무리하게 높은 최저임금을 적용하면 저임금 비숙련 노동자는 고용시장에 진입조차 하지 못하게 된다.‘재앙’인 셈이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는 지난 14일 관훈클럽 초청 토론회에서 "최저임금 이하로 일할 사람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최저임금제도는 당연히 유지돼야 한다는 전제하에 "150만원으로도 충분히 일한 용의가 있는데, 못하게 하면 어떻게 되겠느냐"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소상공인과 중소기업 입장에서는 그런 사람을 고용할 수 없어 사업 규모가 위축되고, 고용시장에 진입하려는 사람은 아르바이트나 여러 잡을 전전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기초생활보장제에 의존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마디로 ‘모두가 지는 게임’이라는 것이 윤 후보의 시각인데, 문제의 본질을 정확히 짚은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