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가계부채 16년 연속 증가세…‘이례적 현상’

2021-12-13     정구영 기자
코로나 19 이후 우리나라의 가계, 기업, 정부 부채가 모두 불어난 가운데 20~30대 청년층과 저소득층 등 취약 부문을 중심으로 부채가 비교적 빠르게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연합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 대유행 이후 우리나라의 가계, 기업, 정부 부채가 모두 불어난 가운데 20~30대 청년층과 저소득층 등 취약 부문을 중심으로 부채가 비교적 빠르게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의 재정 여력이 악화된 상황에서 상환 능력이 낮은 취약 부문의 부채 증가는 향후 소비 부진, 대출 부실화, 통화정책 제약 등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한국은행이 13일 발표한 ‘매크로레버리지 변화의 특징 및 거시경제적 영향’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코로나 19 위기 대응을 위한 확장 재정으로 정부 부채가 늘어난 가운데 가계·기업 등 민간 부채도 가파르게 증가하는 추세다.

실제 지난해 재정수지는 국내총생산(GDP) 대비 5.8% 적자로 관련 통계 발표 이후 가장 큰 적자폭을 기록했다. 가계 부채는 저금리에 돈을 빌려 부동산·주식에 투자하는 위험추구 성향이 확산되면서 올해 9월 말 기준 1846조원 수준으로 불어났다.

이에 따라 가계, 기업, 정부의 부채를 모두 합한 매크로레버리지의 비율도 높아졌다. 우리나라 매크로레버리지의 GDP 대비 비율은 2020년 1분기~2021년 1분기 중 254%를 기록했다. 이는 관련 통계 집계 이후 최고치다. 직전 3개년(2017~2019년) 대비 평균 29%포인트(p) 상승했다.

해외 주요국의 경우 코로나 19 이후 정부가 부채 증가를 주도하고 있는 반면 우리나라는 민간 부채가 상대적으로 크게 늘어났다. 지난해 이후 미국, 유럽연합(EU) 등 선진국의 레버리지 비율 상승폭을 보면 정부가 20%p였던 반면 가계와 기업은 각각 3%p, 8%p에 그쳤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기업 13%p, 가계 10%p, 정부 7%p 순으로 민간 부문의 레버리지 비율 상승폭이 더 높았다.레버리지 비율은 어느 정도 차입금에 의존하고 있는가를 측정하기 위한 것으로 일명 부채성 비율이라고 한다.

특히 우리나라 가계 부문의 레버리징 기간이 매우 길고, 부채 비율도 세계적으로 높아 향후 경기 충격시 회복에 시간이 더 걸릴 수 있다는 경고도 나왔다.

레버리징은 차입을 통한 자금 이용을 말하는데, 보고서에 따르면 2000년 이후 우리나라를 포함한 42개국의 레버리징 기간은 평균 3∼4년이었다.하지만 우리나라의 경우 2005년 이후 무려 16년이나 가계 레버리징이 이어졌다. 한국은행도 "세계적으로 이례적 현상"이라고 진단했다.42개국에서 레버리징 후 부채 축소를 의미하는 디레버리징이 시작되면 평균 2∼3년간 지속됐고, 디레버리징 기간 가운데 23%는 주택 가격 하락이 동반됐다.

부채 상환 능력이 낮은 20~30대 청년층과 저소득층 등 취약 부문의 부채도 비교적 빠르게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보고서는 "저소득층과 20~30대의 부채 임계수준이 낮을 뿐더러 임계수준을 초과한 차주의 비중 또한 높아졌다"고 밝혔다. 부채 임계수준이란 가계 소비를 제약할 정도의 부채를 의미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