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연승 고공비행' 대한항공, 명가 재건하나…사령탑 헤난 시대
남자 프로배구 대한항공 점보스가 2025-2026 V리그 초반 거침없는 상승세를 앞세워 선두 독주 체제 구축에 나설 분위기다.
대한항공은 25일 인천 계양체육관에서 열린 KB손해보험과 홈경기에서 3-0 완승을 거둬 올 시즌 6개 구단 상대로 전승을 달성했다.
특히 올 시즌 유일한 패배를 안겼던 KB손해보험과 선두 자리를 건 대결에서 거둔 무실세트 승리여서 의미가 더욱 컸다.
세트 점수 2-0으로 앞선 3세트에는 9-16, 7점 차로 끌려가 패색이 짙은 상황에서 연속 8점을 쓸어 담는 놀라운 공격으로 25-22로 이기며 셧아웃으로 승리하는 저력을 보였다.
파죽의 7연승 행진으로 시즌 8승 1패(승점 22)를 기록, 2위 KB손해보험(승점 19)과 3위 한국전력(승점 14), 4위 현대캐피탈(승점 13)과 간격을 벌렸다.
지금 같은 페이스라면 챔피언결정전 직행 티켓이 주어지는 정규리그 1위를 노려볼 만하다.
대한항공의 상승세는 공격과 수비 지표에서도 확인된다.
대한항공은 팀 득점 부문에선 KB손해보험과 OK저축은행에 이어 3위지만, 팀 공격종합(성공률 55.7%)과 팀 속공(60.8%), 팀 퀵오픈(60.1%), 팀 후위공격(61.6%)에서 모두 부문 1위를 달리고 있다.
또 비득점 부문에서도 팀 리시브(효율 38.1%)와 팀 세트(세트당 평균 14.1개), 팀 수비(세트당 17.6개) 모두 1위에 올라 있다.
대한항공이 파죽의 7연승을 달리는 데는 좌우 쌍포인 외국인 거포 카일 러셀(등록명 러셀)과 '캡틴' 정지석의 활약이 큰 몫을 했다.
러셀은 올 시즌 두 차례 트리플크라운(한 경기 후위공격·서브 에이스·블로킹 각 3개 이상)을 작성하며 9경기에서 216점을 뽑아 부문 4위를 달리고, 정지석도 토종 공격수 중 가장 높은 득점 부문 8위(167점)에 랭크돼 있다.
여기에 프로배구 사상 최초로 2만세트를 돌파한 컴퓨터 세터 한선수가 정교한 볼 배급으로 경기를 조율하는 데다 김규민, 김민재, 최준혁이 지키는 미들 블로커진도 철벽 블로킹 능력을 자랑한다.
또 아포짓 스파이커 임동혁, 아웃사이드 히터 정한용, 임재영, 김선호도 든든하게 뒤를 받친다.
이와 함께 브라질 남자대표팀 사령탑을 역임한 65세의 명장(名將) 헤난 달 조토 감독의 지도력을 빼놓을 수 없다.
헤난 감독은 지난 2024-2025시즌 트레블(컵대회 우승·정규리그 1위·챔피언결정전 우승)을 달성한 현대캐피탈에 밀려 무관(無冠)에 그쳤던 대한항공이 야심 차게 영입한 승부사다.
그는 브라질 배구 역사의 상징적 인물이다.
16세의 어린 나이에 국가대표로 발탁돼 탁월한 리시브 능력과 공격력으로 1989년까지 브라질 대표팀의 주축 아웃사이드 히터로 뛰며 올림픽을 비롯한 각종 국제 대회에서 활약했다.
지도자로 변신한 이후에도 브라질 명문 구단인 시메드, 우니술과 이탈리아의 시슬레이 트레비소 감독으로 선수 육성과 팀 전술 운용에서 뛰어난 역량을 보여줬다.
그는 대한항공 지휘봉을 잡은 후 10년간 완장을 차왔던 한선수의 부담을 덜어주면서 나이로는 팀의 허리에 해당하는 정지석에게 과감하게 주장 자리를 맡겼다.
또 젊은 선수 키우기에 집중해 아웃사이드 히터 임재영과 서현일, 아포짓 스파이커 김준호, 리베로 강승일 등이 주축으로 나선 올해 농협·여수컵(컵대회) 우승을 일구는 성과를 냈다.
3관왕 위업 재현의 첫 단추를 잘 끼운 것이다.
헤난 감독은 통 큰 스타일의 지도력과 체계적인 훈련, 상대팀 전력 분석을 통한 맞춤형 전술로 소속 선수들로부터 전폭적인 신뢰를 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필립 블랑 감독이 이끄는 현대캐피탈은 지난 시즌 최하위였던 OK저축은행에 2전 전패를 당하는 등 3연패 부진에 빠졌고, 3강 후보인 KB손보도 우리카드와 대한항공에 잇달아 패해 상승세가 한풀 꺾였다.
대한항공은 오는 28일 한국전력, 다음 달 4일 우리카드와 경기까지 잇달아 잡고 9연승 행진으로 2라운드를 기분 좋게 마친다는 구상이다.
대한항공이 올 시즌 초반 주도권을 잡아 통합 우승 4연패를 이룬 당시의 영광을 재현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