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난의 터널이 가장 안전한 곳이었어요”...방송인에서 목회자 사모로
■ 하나님이 다시 빚으신 이지희 사모의 간증 아나운서·MC 전성기 속 숨겨졌던 불안과 불면...말씀으로 배운 ‘세상이 줄 수 없는 평안’ “남편 순종 안 돼요”라던 기도가 신학대·목회자의 길로…재정까지 막으신 하나님의 주권 8년 고난·방송 중단과 몸의 붓기 속 무너진 자존심… “저는 아무것도 못하는 사람이에요” 오디오 성경·십자가 디자인까지...'목소리'와 '손'으로 하나님 나라 세워가는 새로운 소명
“고난이라고 생각했던 그 터널이, 사실은 하나님 날개 아래 가장 안전한 곳이었더라고요.”
지난달 1일 방영된 CBS 기독교방송 간증 프로그램 ‘새롭게 하소서’에 출연한 방송인 출신 이지희 사모는 긴 방송 경력 뒤에 숨겨져 있던 불안과 질병, 그리고 그 속에서 배운 하나님의 은혜를 솔직하게 털어놨다. 웃는 얼굴로 기억되던 ‘전문 MC 이지희’의 인생 뒤에는 염려와 불면, 재정 훈련, 류마티스 관절염과 같은 깊은 터널이 있었다. 그러나 그녀는 그 모든 과정을 돌아보며 결국 한 문장으로 고백했다.
“저는 아무것도 못하는 사람이에요. 그래서 하나님이 다 하셨어요.”
◇ 화려한 전성기 뒤에 숨은 염려와 불안
이지희는 MBC ‘라디오 미스 DJ 선발대회’ 대상 출신이다. 아나운서 시험·MC 시험에 줄줄이 떨어지던 끝에 '마지막 커트라인' 나이로 도전한 DJ 선발대회에서 대상을 받으며 방송계에 입문했다. 이후 ‘주병진 데이트라인’ 공동 MC, ‘섹션TV 연예통신’ 리포터, 각종 건강 프로그램과 드라마까지 종횡무진하며 ‘전문 MC’로 이름을 알렸다.
그러나 그 화려함 뒤에는 늘 극심한 염려와 불면이 있었다.
“개편 시즌만 되면 위경련에 불면증이 왔어요. PD들이 ‘거의 네 자리야’라고 얘기해도, 마지막에 늘 미역국을 먹었거든요. 늘 ‘잘릴까 봐’ 걱정하면서 잠을 못 잤어요.”
밤마다 다음 날 만날 사람과 할 말을 머릿속으로 수십 번 시뮬레이션 하며 잠을 이루지 못하던 시기, 이지희는 성경 속 한 구절에서 처음 보는 단어 하나를 발견했다.
'내가 너희에게 평안을 주노라. 세상이 주는 것과 같지 아니하니라.'(요 14:27)
“평안이란 단어가 처음이었어요. 평화, 편안은 알겠는데 ‘평안’이 뭐지? 염려가 너무 많던 저에게 하나님이 ‘염려를 맡기라’고 하시더라고요.”
그는 기도 속에서 이렇게 구체적으로 하나님께 매달렸다.
“하나님, 제 머릿속에 가위를 둘게요. 염려가 떠오르면 제가 ‘싹’ 자를 테니까, 하나님이 가져가 주세요.”
그렇게 ‘생각을 안 하는 연습’을 하며 한 주, 한 달을 보냈을 때, 이전엔 100가지 걱정을 했다면 어느 순간 10개, 그리고 나중에는 ‘아, 내가 염려를 안 하고 있네’라는 것을 깨닫게 됐다고 고백했다. 그 과정에서 이지희는 '세상이 줄 수 없는 평안'을 실제 삶 속에서 체험했다고 말했다.
◇ 남편을 통해 열어주신 믿음의 길, 그리고 순종의 훈련
이지희의 신앙 여정은 처음부터 순탄하지 않았다. 여중·여고·여대 시절, 가장 친한 친구들은 하나같이 ‘열심 있는 신자’였지만, 교회 초청을 받으면 그는 “나는 남편 종교를 따르겠다”며 딱 잘라 거절했다.
“내 지조가 ‘나는 남편 종교를 따르리라’였어요. 애인도 없는데, 남편 종교를 따라가겠다고…(웃음)”
그러다 크리스천 남자친구를 만나면서 상황이 바뀌었다. 교회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바로 교회로 가지는 못했지만, 배우 신혜라 씨의 도움으로 성경공부 모임에 합류하게 된다. 그리고 남편이 될 사람을 통해, 여러 교회를 ‘순례’하며 결국 온누리교회에 정착하게 됐다.
“제가 좋아할 교회를 모르니까 남편이 광성교회, 소망교회, 사랑의교회, 순복음교회… 다 데려갔어요. 온누리교회에 갔는데 찬양이 너무 좋고, 말씀 스타일도 제가 딱 좋아하는 스타일이었어요. 그래서 ‘나 여기 다닐래’ 했죠.”
하지만 결혼과 육아, 특히 기질이 전혀 다른 둘째 딸을 통해 그는 자신의 밑바닥을 보게 됐다.
“나는 화를 안 내는 줄 알았어요. 현모양처가 꿈이었고, 애한테 화 안 내는 엄마가 되고 싶었거든요. 그런데 둘째를 키우다 보니 제 안에 화가, 질투가, 버럭이 다 있더라고요. 제 진흙 같은 밑바닥을 보게 하셨어요.”
이 과정에서 이지희는 골방이 따로 없는 육아 현실 속에서 차 안을 ‘기도방’으로 삼았다. 남편의 예민함과 버럭, 경제적 압박, 자녀 양육의 부담 앞에서 그는 남편을 향해 쏟아내던 불평을 점점 하나님께 가져가기 시작했다.
“남편 기도를 자꾸 시키시는 거예요. ‘남편을 주의 종으로 먼저 세워 달라’고 기도했는데, 그 기도를 한 직후부터 하나님이 제 재정을 닫기 시작하셨어요.”
◇ 줄줄이 ‘하차’와 재정 훈련, 그리고 남편의 목회 소명
방송 전성기 시절 이지희는 한 주에 네다섯 개 프로그램을 동시에 진행했다. 그런데 어느 날, 남편을 위한 기도를 한 직후 믿기 힘든 일이 벌어졌다.
“일주일 사이에 다섯 개 프로그램이 줄줄이 하차 통보를 받았어요. 개편 첫 회 녹화까지 마친 프로그램까지요. 딱 하나, CBS 라디오만 남겨 놓고 다 사라졌어요.”
당시 그는 하나님께 따지듯 물었다.
“하나님, 남편 세워 달라 그랬지, 저를 이렇게 백수로 만들라고 한 적은 없는데요?”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그는 깨달았다. 자신의 안정적인 출연료와 스케줄이, 오히려 남편이 하나님께 더 깊이 나아가는 것을 막고 있었음을.
“남편이 금식하고, 하나님 앞에 나아가야 하는데 제가 중간에서 ‘배고프지? 이거 먹어’ 하면서 안정감을 줬더라고요. 하나님이 주셔야 하는 안정감을 제가 빼앗고 있었던 거예요.”
그 후 하나님은 구체적인 사건들을 통해 그녀를 ‘순종의 자리’로 이끌었다. 홈쇼핑 프로그램에서 하차한 날, 같은 시간대의 다른 채널에서 “유아용품 전문, 이지희 씨 이름을 걸고”라는 조건으로 섭외가 들어왔고, 출연료도 더 높은 조건이었다. 이지희는 깨달았다.
“순종했을 때 하나님이 주시는 선물이 이런 거구나. 내가 붙들면 뺏기는 것 같지만, 내려놓을 때 하나님이 더 좋은 걸로 채우시는구나.”
한편, 남편은 이 시기에 성경 정독과 큐티, 일대일 양육을 통해 놀라운 변화를 경험했다. 세 달 만에 주석과 여러 성경 버전을 펼쳐놓고 성경을 통독했고, 과묵하던 사람이 카톡으로 장문의 묵상 글을 보내기 시작했다. 이를 본 담당 목사가 “준비해야겠다”고 농담 반 진담 반으로 말했을 때, 이지희는 몇 년 전 자신이 했던 기도가 떠올랐다고 한다.
“예전에 ‘목사님이라면 순종하겠지만, 이 사람한테는 순종이 안 된다’고 했던 그 기도가 토씨 하나 안 틀리고 떠오르더라고요. 하나님이 정말 그 기도를 들으셨구나…”
결국 남편은 신학대학원에 합격했고, 사업과 학업을 병행하는 치열한 시간 끝에 목회자의 길을 걷게 됐다. 이지희는 그 과정 전체를 가리켜 이렇게 정리했다.
“남편이 공부 잘해서 붙은 게 아니라, 시험도 망치게 하시고 인터뷰에서 딴소리하게 하신 다음 붙이셨어요. 하나님이 붙이신 거죠.”
◇ 류마티스와 8년의 고난, 그리고 "나는 아무것도 못합니다"의 고백
방송을 어느 정도 내려놓고 육아와 사역을 병행하던 중, 이지희에게 또 하나의 커다란 터널이 찾아왔다. 주차 중이던 트럭의 문이 갑자기 열리며 차와 충돌하는 사고가 발생한 것이다. 처음엔 단순 근육통인 줄 알고 한 달간 물리치료를 받았지만, 통증은 몸을 타고 돌아다니다가 결국 양손가락으로 몰렸다.
“손가락 굵기가 두 배가 됐어요. 양치질도 제대로 못 하고, 젓가락질, 글씨 쓰는 것, 가위질 아무것도 안 됐어요. 나중에 류마티스 인자가 나온 거죠.”
할머니가 류마티스로 평생을 누워 지내는 것을 봐왔던 이지희에게, 그 진단은 곧 미래에 대한 공포였다. 방송에 나갈 때마다 사람들이 자신의 부은 얼굴을 보고 말은 못 하지만 눈빛이 흔들리는 것을 읽게 되었고, 자존감은 바닥까지 떨어졌다.
그러나 바로 그 자리에서, 하나님은 이지희의 깊은 교만을 드러내셨다고 한다.
“10년 말씀 뽑기를 하는데 ‘사람들이 너를 낮추거든, 네가 교만했다고 고백하라’는 욕기 말씀이 나온 거예요. 저는 겸손한 줄 알았어요. 근데 ‘겸손한 척’이었더라고요. 예전엔 ‘하나님 달란트 주셔서 감사합니다’ 해놓고, 그다음부터는 ‘내가 방송 잘하는 나’로 살았던 거예요.”
몸이 무너지고, 방송이 거의 끊기고, 스테로이드 부작용으로 얼굴까지 부었을 때 그는 드디어 이렇게 고백하게 됐다.
“하나님, 저는 아무것도 못하는 사람이에요. 그래서 하나님이 하셔야 돼요.”
그 고백 위에서 하나님은 새로운 길을 여셨다. 재정이 막혀 헌금조차 마음껏 할 수 없던 시기에, 하나님은 “너 목소리는 아직 있잖아”라고 마음에 말씀하셨고, 이지희는 오디오 성경을 녹음하며 '강제 성경 3독'을 하게 됐다. 이후에도 아들의 수험 생활과 함께 성경 통독 라이브를 진행하며, 하나님이 말씀에 붙어 있는 삶으로 자신을 붙들어 주셨다고 고백했다.
◇ 말씀 노트·십자가 디자인, 하나님이 주신 새로운 소명
방송이 줄어든 7~8년 동안, 이지희는 말씀과 디자인이라는 전혀 새로운 영역으로 부르심을 받았다. 성경을 읽을 때 형광펜 색을 나눠 표시하고, 나중에는 포스트잇 색으로 분류하며, 자녀를 위한 통독 노트를 만들고, 그 위에 하루 한 구절과 자녀를 위한 기도문을 손글씨로 쓰는 일을 시작했다.
“아들을 위해 1년간 매일 한 구절씩 쓰고, 기도문을 적어서 한 권을 만들어 줬어요. 둘째를 위해서도 또 한 권을 만들고 있어요. 누군가 힘들 때, 그 노트를 보면 ‘아, 누군가 나를 위해 이렇게 기도했구나’ 느끼길 바라는 마음이에요.”
또한 하나님은 전혀 예상치 못한 십자가·주얼리 디자인 사역을 열어주셨다. 어느 날 우연히 들른 부자재 상가에서 작은 스톤을 보며 “십자가 만들면 예쁘겠다”는 생각을 했고, 사람들은 “덤(도금)해야 해서 개인이 못 한다”고 말했지만, 이상하게도 길이 계속 열렸다.
“그냥 ‘안 되겠구나’ 하고 나올 상황마다, 하나님이 사람을 붙이시고 길을 열어 주셨어요. ‘이건 여기서 해줘요’, ‘도금은 저기서 해줘요’ 하면서…”
그렇게 시작한 것이 차량 십자가 장식, 이어서 도자기 화병과 결합한 십자가 오브제, 그리고 별 모양 안에 ‘ing’를 넣은 디자인까지로 확장되었다. 이 ‘ing’에는 그녀가 금요기도회에서 받은 묵상이 담겨 있다.
“강대상에 ‘FAITH in GOD’가 크게 걸려 있었어요. 제 눈에는 ‘in God, ing’만 보이더라고요. 하나님 안에서(In God), 하나님과 함께(God), 그리고 지금도 일하시는 하나님(ing)… 이 의미를 별 안에 넣으라고 하나님이 아이디어를 주셨어요.”
이지희는 자신을 노아에 비유하며 웃으며 말했다.
“노아도 배짓는 사람이 아니었잖아요. 하나님이 시키셔서 했잖아요. 저도 디자인 전공도 아니고, 못 하는 일이라고 생각했는데, ‘노아도 했는데 너도 할 수 있다’고 용기를 주셨어요. ‘내게 능력 주시는 자 안에서 내가 모든 것을 할 수 있느니라’(빌 4:13)는 말씀이, 이제야 제 이야기가 된 것 같아요.”
◇ “고난의 터널이 가장 안전한 곳이었다”...하나님의 은혜로 맺는 고백
이지희는 아버지 산소를 갈 때마다 지나야 했던 긴 터널을 무척 싫어했다고 한다. 어두운 터널이 자신의 인생 같아 보였기 때문이다. 그러나 어느 날, 폭우 속에서 운전하던 중 터널 안으로 들어가자, 그곳이 오히려 가장 안전한 공간이 되는 것을 경험했다.
“밖은 앞이 안 보일 정도로 비가 쏟아졌는데, 터널 속은 오히려 안전하더라고요. 내가 고난이라고만 생각했던 시간이, 사실은 하나님 날개 그늘 아래 보호받는 시간이었구나…그걸 알게 됐어요.”
긴 고난의 시간 동안, 그의 마음에서 기쁨이 사라진 것을 느꼈을 때, 그는 “기쁨을 다시 회복시켜 달라”고 기도했고, 금요기도회에서 ‘FAITH in GOD(하나님을 믿으라)’라는 문구를 보는 순간, 하나님이 여전히 현재형(ing)으로 일하고 계심을 깨닫고 다시 기쁨이 흘러넘쳤다고 고백했다.
마지막으로 이지희는 불면과 우울에 시달리는 오늘의 세대에게 말씀 오디오 사역으로 섬기고 싶다는 비전을 나눴다.
“요즘 젊은이들, 파도 소리·빗소리 틀어놓고, 향 뿌리고 겨우 잠들잖아요. 저도 불면과 염려가 뭔지 아니까, 하나님의 말씀을 ASMR처럼 조용히 읽어주는 오디오를 만들어서, 사람들이 말씀 들으며 잠들게 도와주고 싶어요. 말씀이 정말 잠이 잘 오게 해요. 그리고 그 말씀이 결국 사람을 살리거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