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시민단체들, ‘포괄적 차별금지법’ 재발의 움직임에 반발
"기본권 충돌 부르는 위험한 입법, 반복 말아야"
22대 국회에서 포괄적 차별금지법(평등법) 재발의 가능성이 제기되자 보수 기독교 시민단체들이 강하게 반대 입장을 밝혔다.
거룩한방파제 통합국민대회와 진정한 평등을 바라며 나쁜 차별금지법을 반대하는 전국연합(진평연)을 비롯한 84개 기독교 시민단체들은 25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국회소통관에서 차별금지법 발의 추진 반대 기자회견을 가졌다.
이들은 "21대 국회가 이미 법적 모호성과 기본권 충돌 문제로 네 차례나 말소한 법안"이라며 "과거 실패를 외면한 무모한 재발의"라고 규정했다. 시민단체들은 먼저 21대 국회의 결론을 상기시켰다. 당시 발의된 4건의 포괄적 차별금지법안은 법적 정의의 불명확성, 종교·학문·표현의 자유 침해 위험, 성별 기반 권리와의 충돌 우려 등 심각한 문제로 인해 단 한 건도 통과되지 못하고 자동 폐기됐다. 시민단체들은 "법적 혼란과 사회 갈등을 확산시키는 방향으로 입법이 흘러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영국의 최근 판례를 대표적 반면교사로 제시했다. 영국은 2010년 평등법을 제정했지만 올해 4월 영국 대법원은 평등법에서 규정하는 여성(woman)의 법적 정의가 생물학적 성별(biological sex)에 근거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심지어 성전환을 통해 법적 여성으로 인정받은 트랜스젠더 여성도 특정 여성 전용 공간과 권리에서 여성으로 보호받지 못할 수 있다는 취지다. 이들은 "정체성 보장을 지나치게 확장하는 입법이 결국 또 다른 기본권 침해와 사회적 혼란을 초래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라고 강조했다.
국내 상황 역시 포괄적 차별금지법의 필요성이 약하다는 점도 언급됐다. 현재 한국에는 장애인차별금지법, 남녀고용평등법, 고령자고용법 등 개별적 차별금지법이 이미 다수 제정되어 있어 실효적 보호 체계가 마련돼 있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차별금지법 추진 세력이 복합차별을 이유로 포괄적 입법을 주장하는 데 대해 심각한 우려를 표했다.
실제 21대 국회 안에는 트랜스젠더 여성 레즈비언 등 복합적 정체성을 보호하기 위한 조항이 포함돼 있었다. 그러나 생물학적 성별, 젠더정체성, 성적지향을 동시에 법으로 규율하는 시도가 보호 대상의 불명확성과 생물학적 현실과의 괴리를 낳는다는 것이다. 시민단체들은 "생물학적 남성과 비수술 트랜스젠더 여성 레즈비언 사이에 생물학적 차이는 존재하지 않는다"며 "이를 동일 여성 범주로 규정하면 여성 안전권과 성별 기반 권리가 무너진다"고 밝혔다.
여성 전용 공간 안전 문제도 주요 쟁점으로 제기됐다. 단체들은 미국 LA의 위스파(Wi Spa) 사건을 예로 들며 성전환 수술이나 치료를 전혀 거치지 않은 남성이 여성 목욕탕에 들어와 노출 상태였음에도 트랜스젠더 여성이라는 주장만으로 보호받은 사례를 지적했다. 이들은 "이 사건은 차별금지법이 가져올 수 있는 현실적 피해를 보여주는 상징"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포괄적 차별금지법이 종교 영역에 미치는 영향도 우려를 샀다. 단체들은 혐오표현 금지 조항이 설교와 교리 교육까지 규제할 수 있는 위험성을 경고했다. 이미 외국에서는 기독교적 성윤리를 수업에서 언급했다는 이유로 교사가 해고된 판례도 존재한다. 성경을 가르치는 것이 처벌 대상이 되는 사회는 자유민주주의가 아니다라는 게 이들의 강한 입장이다.
고용 자율권 침해 역시 심각한 문제로 언급됐다. 영국에서는 성공회가 교리적 이유로 게이 청소년사역자 지원자를 채용하지 않자 평등법 위반으로 패소한 사례가 발생한 바 있다. 이들은 "종교기관의 인사권마저 국가가 통제하는 사태가 한국에서도 재현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더불어 차별금지법안이 간접차별, 복합차별, 혐오표현 등 추상적 개념을 포함하고 있어 법적 예측 가능성을 심각히 떨어뜨린다고 비판했다. 특히 입증책임 전환, 최고 5배의 징벌적 손해배상, 최대 3000만원의 이행강제금, 징역형까지 포함한 형사처벌 등이 "종교기관, 학교, 중소기업, 시민단체에 사실상 재정·법적 폭탄"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시민단체들은 "21대 국회에서 네 번이나 실패한 법안을 다시 끌고 오는 것은 국민적 합의를 무시하는 처사"라며 "평등이라는 이름 아래 또 다른 기본권 침해가 발생하는 일은 절대로 용납할 수 없다"고 역설했다. 이어 "22대 국회에서 포괄적 차별금지법안이 재발의될 경우 모든 시민단체와 연합해 강력 대응에 나설 것"이라고 천명했다.
한편, 이날 기자회견에서는 조배숙 국민의힘 의원의 취지설명 후 박한수 목사(홀리브릿지네트워크 대표), 홍호수 목사(거룩한방파제 사무총장), 길원평 교수(한동대 석좌교수), 조영길 변호사(아이앤에스 대표), 박소영 대표(교육바로세우기운동본부 대표) 등이 발언을 이어갔다.
조배숙 의원은 지난 21대 국회에서 같은 법안이 네 차례나 발의됐다가 폐기된 사실을 언급하며 "법안의 본질적 문제를 외면한 채 반복 추진되는 잘못된 입법"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조 의원은 "차별금지법이 법 제목과 달리 새로운 차별을 유발할 수 있는 구조적 결함을 갖고 있다"면서 "선의의 반대 의견이나 신앙적·양심적 비판까지 혐오로 규정하는 건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는 것이다. 결국 사상·표현·신앙·학문의 자유라는 헌법적 기본권이 억압되는 역작용을 낳게 된다"고 강조했다.
또한 21대 국회에서 법안이 폐기된 핵심 이유로 기본권 충돌 문제, 그리고 종교계와 사회 각계의 강한 반대 여론을 꼽았다. 조 의원은 "이미 지난 국회에서 사회적 합의가 없었고 법적 모호성과 부작용이 명확하게 드러나 폐기된 법안을 성찰 없이 다시 발의한다는 것은 국민을 무시하는 처사"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왜 폐기됐는지에 대한 진정한 성찰 없이 동일한 법안을 반복적으로 올리는 것은 잘못된 것"이라며 "차별이라는 미명 아래 국민 자유를 제한하는 악법을 무리하게 추진해서는 안 된다"고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