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 징비록] 中이 대만 복속하면 우리 공군 공중길 사라진다
미국 대통령으로 트럼프가 등장한 이후 국제 질서가 흔들리며 경제와 안보 모든 면에서 불안이 거듭되고 있다.
지난 10월 세계적 관심을 모았던 경주 APEC(아시아 태평양 경제협력체)에 트럼프가 참석한다는 소식에 중국 시진핑과 관세 협상을 포함한 생산적인 담판이 있을 줄 예상했다.
하지만 트럼프는 잠깐 얼굴만 비추고는 그대로 미국으로 돌아갔다. 큰소리 치고 판을 키우지만 정작 막판에는 꼬랑지를 내리는 ‘타코’(Trump Always Chickens Out, 트럼프는 항상 물러난다)가 반복된 것이다. 물론 지난 24일 미·중 정상이 전화 통화를 하며 내년 4월 정상회담을 가지기로 했다는 소식이 들려오기는 한다.
최근 동북아 역내 영향력 확대를 위한 중국의 시도가 노골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일본과의 사태가 단적으로 그 예를 보여준다.
지난 7일 일본 중의원(하원)에서 한 야당 의원이 신임 총리에게 어떤 상황이 일본의 ‘존립 위기사태’가 되는지를 물었다. 이에 다카이치 총리가 "해상 봉쇄를 풀기 위해 미군이 오면 이를 막기 위해 (중국이) 무언가 무력을 행사하는 사태도 가정할 수 있다"고 하며 "전함을 사용해 무력행사를 수반한다면 존립위기 사태가 될 수 있는 경우라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그동안 일본 정부는 ‘대만유사’(臺灣有事)에 관해서 전략적 모호성을 유지해 오고 있었다. 그런데 이번에 일본 역사상 최초의 여성 총리가 처음으로 대만에 전쟁이 벌어질 경우 일본 참전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을 밝힌 것이다.
중국의 반응은 지나칠 정도로 격렬했다. 일본 오사카 주재 중국 총영사는 "(다카이치의)들이민 목을 벨 수밖에 없다"는 말을 했고, 중국 정부는 즉각 일본을 향해 "내정에 대한 심각한 간섭이며 하나의 중국 원칙을 위반한 것"이라고 항의했다. 이에 대해 일본은 사과나 번복할 의사가 없음을 분명히 했다. 대만은 일본의 ‘핵심적인 국가이익’ 중에서도 핵심이기에 절대 대만이 침략 당하는 것을 두고 볼 수는 없다고 했다.
일본 남쪽 대만과의 사이에는 오키나와도 속해 있는 유구(琉球)열도가 있다. 이 열도의 최남단에 위치한 요나구니(與那國) 섬은 대만에서 110㎞밖에 떨어져 있지 않아 일본보다는 오히려 대만에 더 가까운 곳이다. 일본으로서는 당연히 대만 유사시 자신들의 영토가 위험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이는 위협에 대한 대륙국가와 도서국가의 인식 차이를 엿볼 수 있는 대목이기도 하다. 대륙국가는 지형이 주는 마찰요소가 있어 위협이 가시적이고 예측 가능하다. 반면 섬으로 이루어진 도서국가는 위협을 보는 시야가 넓고 장시정(長視程)이어야 한다. 그런 인식 차이에서 ‘대만유사’에 대한 일본 총리 발언은 도서국가 안보의 본질을 나타낸 것이고, 대륙국가인 중국은 내정간섭을 넘어 말도 안되는 소리를 한 것으로 보고 있는 것이다.
대만 해협은 세계 해상 교역량의 25%, 컨테이너 물동량의 30%, 원유나 LNG선의 20%가 통행하는 중요한 해상 교통로다. 이 수로가 막힌다면 일본은 물론이고 한국 경제에도 치명적 타격이 불가피하게 된다. 대만을 우회하게 되면서 해상교통로는 길어질 수밖에 없고 항로는 평균 2~3일이 늘어나며 운임도 급등하게 된다.
문제는 공중 통행에도 발생한다. 중국이 대만을 완전히 복속할 경우 한국 군용기가 동북아를 벗어나 외부로 나아갈 수 있는 통로가 사라지고 만다. 더 이상 2023년 4월에 있었던 수단 체류 교민 철수작전이나 작년 10월에 있었던 레바논 교민 긴급 수송작전 같은 군용기를 이용한 교민 수송작전은 기대할 수 없다. 공군작전은 한반도 일원으로 국한되고 만다. 중국의 대만 통일은 한국과 일본도 중국 영향력 아래 들어가게 되는 재앙을 의미하는 것이다.
수면 아래 가려져 있던 ‘대만유사’ 문제가 표면으로 부상하면서 중국도 이참에 국제사회의 인식에 못을 박겠다고 나서는 모양새다. 의외로 미국은 강 건너 불구경하듯 하고 있고 한국도 여전히 전략적 모호성을 유지하고 있다. 관계국들이 이번의 갈등을 어떻게 풀어 나가는지는 지켜볼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