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인들 신앙 인식 조사…기독교 세계관 ‘흔들’ 경고등
사랑의 하나님 믿지만 성경 권위 약화 죄 관념·성 윤리는 급격한 세속화
미국 사회의 종교의식 변화를 보여주는 최신 통계가 발표되며 신관·죄 관념·구원 이해 등 기독교 신앙 핵심 사안에서 미국인의 인식이 크게 양분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절대 진리를 인정하는 복음주의적 흐름은 여전히 강세를 보이지만 동시에 종교다원주의와 개인주의적 신앙 실천이 빠르게 확산되고 있는 점도 확인됐다.
목회데이터연구소(대표 지용근)의 넘버즈 310호에 따르면 미국인은 여전히 하나님을 사랑이신 분으로 이해하는 경향이 강했다. 성인의 83%가 "신은 모든 사람을 동일하게 사랑한다"고 답했고, 68%는 "신은 변하지 않는 존재", 66%는 "완전하며 실수하지 않는다"고 응답했다.
그러나 삼위일체 교리를 믿는 비율(71%)과 달리 48%는 "예수는 위대한 선생일 뿐 신은 아니다"라고 답해 그리스도의 신성을 부정하는 인식도 뚜렷했다. 또한 61%는 "신이 내 삶의 결정에 관심이 있다"고 답해 하나님을 실제 삶의 동반자로 인식하는 경향이 나타났고 26%는 "구원받을 사람을 하나님이 미리 정하셨다"는 예정론적 진술에 동의했다.
예수 그리스도에 대한 핵심 교리 인식은 비교적 높았다. 미국 성인의 63%는 "예수의 십자가 죽음이 내 죄의 형벌을 없애는 유일한 희생"이라고 응답했고, 57%는 "오직 예수를 구세주로 믿는 사람이 영원한 구원을 선물로 받는다"고 답했다. 56%는 "행위가 아니라 믿음으로 의롭다 함을 얻는다"고 인정했다.
일반 대중을 대상으로 한 조사임에도 복음의 핵심 메시지에 대한 이해가 절반 이상에서 유지되고 있어 미국 사회 내 기독교 가치의 잔존 영향력이 상당함을 보여준다.
죄와 인간 본성에 대한 인식은 성경적 관점과 큰 간극을 보였다. 미국인의 74%는 "모든 사람은 죄 없는 존재로 태어난다"고 답했고 66%는 "인간은 조금씩 죄를 짓지만 본성은 선하다"고 응답했다. 반면 "작은 죄라도 영원한 벌을 받아야 한다"는 항목은 23%만 동의했다. 인간 본성에 대한 기독교 전통의 원죄 개념이 사회적 정서에서는 상당 부분 희미해졌음을 보여준다.
심판과 내세에 대한 믿음은 여전히 강했다. 미국 성인의 62%는 "예수 그리스도께서 모든 사람을 심판하기 위해 다시 오신다"고 믿었고 58%는 "지옥은 실제로 영원한 형벌이 있는 장소"라고 응답했다. 종교적 보수성이 약화되고 있음에도 내세관은 상당히 유지되고 있는 점이 특징이다.
그러나 성경의 권위에 대한 인식은 양분됐다. 49%는 "성경은 모든 면에서 100% 정확하다"고 답한 반면 48%는 "고대 신화에 대한 유익한 설명일 뿐 문자 그대로 사실은 아니다"라고 응답했다. 또한 36%가 "현대 과학은 성경을 반증한다"고 생각해 성경 무오성과 권위에 대한 신뢰가 점차 약화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미국 성인 63%는 "교회에 가지 않아도 개인 예배나 가족 예배로 충분하다"고 응답했다. 더욱이 "모든 기독교인은 지역교회에 소속될 의무가 있다"는 항목에는 33%만 동의했다. 신앙의 공동체성은 약화되고 개인적·사적 신앙 경향이 뚜렷하게 확산되는 모습으로 평가된다.
윤리 의식에서는 전통적 가치와 자유주의적 경향이 공존했다. 65%는 "하나님은 결혼을 남자와 여자 사이에 두셨다"고 응답해 결혼에 관한 성경적 인식은 견고했다. 그러나 "전통적 결혼 밖의 성관계는 죄다"(52%), "낙태는 죄다"(49%)라는 응답은 절반 수준에 그쳤다. 젠더 인식에서는 보다 진보적 경향이 뚜렷하게 나타났다. 38%는 "생물학적 성별과 무관하게 성별을 선택할 수 있다"고 응답했고 41%는 "성경의 동성애 정죄는 오늘날 적용되지 않는다"고 답했다. 이는 미국 사회 전반에서 성 윤리와 젠더 가치가 급속히 상대화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안상준 세계다문화종교연구소 소장은 "이번 통계는 미국 사회가 전통적 기독교 가치관에서 벗어나 개인주의·다원주의로 이동하는 현실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면서 "그럼에도 성경적 구원관과 예수 그리스도의 사역에 대한 인식은 여전히 절반 이상에서 유지되고 있어 기독교적 정체성의 기반이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님을 확인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미국교회가 향후 어떤 방향으로 복음적 정체성을 회복하고 다음 세대를 세워갈 것인지 주목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