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라이릴리 시총 1조달러 돌파…상장 제약사 최초

비만 치료제 ‘젭바운드’로 유명한 미국 제약업체 일라이 릴리가 상장 제약업체로는 사상 처음 시가총액 1조달러(약 1470조원)를 넘어섰다.

일라이 릴리 주가는 21일(현지시간) 뉴욕 증시에서 1.57% 오른 1059.70달러로 마감했다. 이에 따라 시총이 1조18억달러로 불어났다. 올해 들어 주가 상승률이 37%에 달한다. 2023년 말 젭바운드 출시 이후 기준으로는 75% 올랐다. 같은 기간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 지수 상승률을 웃돈다.

시장정보업체 LSEG에 따르면 일라이 릴리 주가는 향후 12개월 예상 주가수익비율(PER) 약 50배 수준에서 거래되고 있다. 대형 제약사 중 가장 높을 뿐만 아니라 인공지능(AI) 거품론에 주가가 휘청거린 엔비디아 밸류에이션(약 22배)을 크게 웃돈다. 이러한 주가 흐름은 일라이 릴리보다 먼저 비만 치료제 ‘위고비’를 출시했던 덴마크 제약사 노보 노디스크 주가가 올해 들어 44% 급락한 것과 대조를 이룬다.

일라이 릴리의 주가 상승세는 비만 치료제의 폭발적인 성장 덕분이다. 노보 노디스크가 2021년 위고비를 출시한 직후 공급 부족으로 어려움을 겪었고, 그 사이 일라이 릴리가 생산 확대와 유통망 확장을 더 빠르게 진행하면서 시장 점유율을 높일 수 있었다는 분석이다. 지난 3분기 일라이 릴리의 젭바운드와 당뇨 치료제 마운자로 매출(101억달러)은 회사 전체 매출(176억달러)의 절반을 넘는다. BMO 캐피털 마켓의 애널리스트 에반 시거맨은 "현재의 높은 밸류에이션은 비만 치료제 경쟁에서 투자자들이 노보 노디스크보다 일라이 릴리를 선호하고 있음을 시사한다"고 말했다.

일부 애널리스트들은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와 약값을 인하하기로 한 협상이 일라이 릴리의 단기 매출에 부담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다만 이는 비만 치료제 접근성을 크게 확대해 미국 내 잠재적 대상자를 대폭 늘릴 수 있다는 기대도 나온다. 또 일부 애널리스트들은 젭바운드와 마운자로의 가격 압박을 받는 가운데 일라이 릴리가 지금의 성장세를 지속할 수 있을지, 생산 확대 계획과 더불어 다양한 파이프라인 확보와 거래 활동이 잠재적인 마진 압박을 상쇄할 수 있을지가 장기적 주가 흐름을 결정지을 요소로 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