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커머스, '한국 유통기업 브랜드' 내세워 '한국 안방' 침투 본격화

2025-11-23     채수종 기자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지난 10월 21일 열린 지마켓 미디어데이 행사에서 장승환 지마켓 대표가 사업 전략을 발표하고 있다. /연합

국내 이커머스(전자상거래) 시장에 C커머스(중국 이커머스업체) 공략이 본격화하면서 고객정보의 해외 유출 우려도 함께 커지고 있다.

23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신세계그룹과 중국 알리바바인터내셔널의 합작법인(JV) ‘그랜드오푸스홀딩’은 최근 이사회 구성을 마쳤다. 정용진 신세계그룹 회장이 의장을 맡았지만, 합작법인 이사회 구성원 다섯 명 중 세 명이 알리 측 인사로 배정됐다.

합작법인의 두 자회사는 이달 대규모 판촉 행사를 열며 새로운 체계에서 사업을 시작했다. 지마켓은 지난 1∼11일 ‘빅스마일데이’를 열어 3만여 셀러(판매자)의 약 3000만개 상품을 특가로 판매했다. 지마켓은 할인 쿠폰 지원에만 550억원을 쏟아 부었다.

알리익스프레스는 지난 7∼9일 성수동에서 팝업스토어를 열어 한국 고객과 접점을 넓힌 데 이어 지난 11∼19일에는 광군제 행사를 여는 등 국내에서 마케팅을 강화했다. 각 자회사가 사업에 속도를 내면서 유통업계에선 C커머스인 알리가 국내 대표 유통기업인 신세계의 브랜드를 앞세워 ‘안방 시장’ 침투를 본격화한 게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지마켓과 알리익스프레스를 통해 중국산 초저가 상품이 국내에 대량 유입되면 유통시장의 대세로 자리 잡은 이커머스에서 가격 경쟁은 더 치열해질 수밖에 없고, 국내 제조업의 입지가 그만큼 더 좁아지게 된다.

이미 국내 이커머스 시장에 대한 C커머스 공세는 갈수록 거세지고 있다. 리테일 분석 서비스 와이즈앱·리테일이 지난달 종합몰 앱의 활성 이용자 수(MAU)를 비교한 결과, 알리익스프레스와 테무가 각각 2·3위를 차지하며 11번가를 넘어서 1위 쿠팡을 압박 중이다. 이에 더해 ‘중국의 아마존’으로 불리는 거대 이커머스 업체 징둥(Jingdong)이 올해 국내에 물류센터를 마련하는 등 한국 시장에 진출할 움직임이다.

쿠팡은 몰려드는 C커머스 속에서 ‘1위 자리 지키기’ 위해 투자를 강화할 방침이다. 쿠팡 모기업인 미국 쿠팡Inc의 김범석 의장은 지난 5일 콘퍼런스콜에서 "한국은 여전히 상당한 성장 잠재력을 지닌 견고한 시장"이라고 평가하며, "앞으로 로켓배송과 마켓플레이스에서 더 많은 상품을 선보이고 물류 분야에서 자동화 기술을 확대하겠다"고 예고했다. 쿠팡은 앞서 국내 시장 물류 인프라 확대를 위해 내년까지 약 3조원을 투자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하기도 했다.

국내 정보기술(IT) 기업 네이버도 올해 이커머스 플랫폼으로의 전환을 공식화했다. 네이버는 지난 3월 쇼핑앱 ‘네이버플러스스토어’를 내놓고 오픈마켓(판매자와 구매자를 연결해주는 온라인 쇼핑몰) 사업자로서 시작을 알렸다. 지난 9월에는 새벽배송 강자로 꼽히는 컬리와 손잡고 ‘컬리N마트’ 서비스를 개시해 신선식품 분야를 강화했다.

이커머스 경쟁 과열 우려 속에 알리와 손잡은 신세계그룹의 이미지 훼손을 지적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C커머스 업체는 ‘짝퉁 상품’ 등의 초저가 상품이나, 인체에 해로운 저품질 상품 등의 판매로 소비자 민원이 끊이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서울시가 이달 발표한 ‘소비자 눈높이 평가’에 따르면 10개 온라인 플랫폼 중 최고점은 신세계그룹의 SSG닷컴(100점 만점에 87.4점)이 받았고, 알리익스프레스(77.5점)가 최하위였다.

C커머스의 공략이 강화되면서 국내 고객 정보의 해외 유출 우려도 더욱 커지고 있다. 지난달 열린 지마켓 미디어데이 행사에서 관련 질의가 나오자 김정우 지마켓 PX본부장은 "고객 정보는 지마켓이 관리하며, 인공지능(AI) 학습에 필요한 데이터도 독립된 클라우드에 보관한다"며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고 답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