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풍 맞는 민주당 1인1표제 추진...당내 갈등 표면화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당원 주권 시대를 열겠다면서 1인1표제 당헌·당규 개정을 밀어붙이면서 갈등이 빚어지는 가운데 비판 여론도 고개를 들고 있다.
당내 갈등 양상은 이언주 최고위원이 당헌·당규 개정에 대해 졸속이라고 비판한 데 대해 박수현 수석대변인이 이를 조목조목 반박하자 친명(친이재명)계 모임이 비판 대열에 합세하면서 드러났다.
이 최고위원은 21일 페이스북에서 "오랫동안 우리 더불어민주당을 지지해 온 열성 당원을 포함한 다수 당원에게 폭넓은 의견 수렴 절차를 거치지 않은 채 일부 당 지도부의 의견만으로 당헌·당규 개정을 급하게 밀어붙이는 것은 자칫 당 지도부에 대한 불신을 초래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 최고위원은 여론조사에 참여한 당원이 전체 권리당원 164만여 명 중 27만 6589명(16.81%)에 그쳤다는 점을 지적한 뒤 "86.81%라는 압도적 찬성률을 내세운다 해도, 164만여 명 중 16.8%에 불과한 24만여 명이 찬성한 결과를 두고 ‘압도적 찬성’이라며 개정안을 밀어붙이는 것은 어불성설일 뿐"이라고 소리를 높였다.
이 최고위원은 이어 "오늘 최고위원회의에서 상당수 최고위원이 우려를 표하고 좀 더 숙의 과정을 거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을 냈으나 결론이 나지 않는 가운데 몇몇 최고위원이 상임위 참석 등 미리 정해진 일정으로 회의가 어려우니 다음에 다시 논의하자고 했지만 강행처리했다"고 전했다.
이에 박수현 수석대변인은 22일 페이스북에서 이 최고위원의 주장에 대해 "사실과 다른 인식"이라고 주장했다.
박 대변인은 "이 최고위원과 한준호 최고위원, 황명선 최고위원이 대의원 제도와 전략 지역 보완 대책 마련을 제안하시면서 ‘숙의의 시간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주셨고, 정 대표는 그 의견들을 경청하며 ‘대의원 역할 재정립’ 태스크포스(TF) 구성을 지시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한 최고위원이 ‘반대’ 의견을 남기고 이석했고, 이 최고위원은 의결에 참여하지 않았지만 정 대표가 ‘반대’로 기록하는 게 맞겠다고 정리해 의결했기 때문에 결과적으로는 찬성 7 대 반대 2로 의결된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그러면서 당헌·당규 개정에 대해 "지난 8·2 전당대회를 관통한 화두이자 당원의 합의였고, 당 대표의 공약"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당내 강성 친명계 모임 ‘더민주전국혁신회의(더 민주)’가 이날 ‘당원들이 원하는 건 진짜 당원 주권’이라는 제목의 논평을 내고 전 당원 여론조사에 대해 "권리당원의 압도적 다수인 83.19%가 여론조사에 불참했다"며 "압도적 찬성이라는 지도부의 자화자찬이 낯 뜨겁다"고 비판했다.
‘더 민주’는 "정청래 지도부의 행보에 대한 당원들의 우려가 점점 커지고 있다"고 말한 뒤 당헌·당규 개정안에 대해 "대의원과 당원 모두 1인 1표로 하자는 취지는 좋으나, 의견 수렴 방식·절차적 정당성·타이밍 면에서 ‘이렇게 해야만 하나’라는 당원들의 자조 섞인 목소리가 봇물 터지듯 들려온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또 당원 여론조사 시점에 대해 "이재명 대통령이 G20 해외순방에 나선 기간이어야만 했는가"라고 반문했다.
당 바깥의 비판도 만만치 않다.
김형주 전 통합민주당 의원은 23일 한 유튜브 채널에서 ‘1인1표제’에 대해 "수십 년간 당을 지켜온 당원과 한 달 된 당원이 같을 수 있느냐"며 "오랜 기간 당 활동을 해 온 사람과 당원으로 가입한 기간이 짧은 사람은 전문성과 책임성에서 차이가 클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다수결의 원칙만을 민주주의로 이해하는 것은 곤란하다"며 "(민주당의 행태는) 대중추수주의"라고 비판했다.
학계에서도 "정당은 역사와 책임, 누적된 참여를 기반으로 운영되는 조직인데 ‘즉석 여론’이 당의 의사결정을 좌우하는 구조가 되면 정당 질서가 무너진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편 민주당 지도부는 당내 반발과 비판적 여론을 무릅쓰고 24일 당무위, 28일 중앙위를 각각 열어 이번 당헌·당규 개정안을 의결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