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우주정거장 25년, 4000여 실험으로 지구와 우주를 잇다

2025-11-23     양철승 기자
2025년 11월을 기해 국제우주정거장(ISS)에 인간이 머문 지 꼭 25년이 됐다. 그동안 전 세계 25개국 285명의 우주인들이 ISS에서 4000여 건의 실험을 진행하며 과학과 기술, 의학의 경계를 허물고, 새로운 발견을 촉진하며, 인류 발전의 돌파구를 마련했다. /NASA

2025년 11월은 인간이 국제우주정거장(ISS)에 머문 지 25주년이 되는 달이다. ISS는 지난 2000년 11월 2일 첫 승무원이 도착한 이후 단 하루의 공백도 없이 인간이 머문 지구 밖 유일한 공간으로, 전 세계 25개국 285명의 우주인들이 미세중력이라는 독특한 환경에서 4000여 건의 실험을 진행하며 과학·기술·의학의 경계를 재정의해왔다.

미 항공우주국(NASA)은 이러한 ISS 운영 25주년을 기념하고자 사반세기 동안 ISS가 남긴 대표적 성과 25개를 선정해 발표했다.

NASA가 첫손가락에 꼽은 것은 우주 탐사 기술과 시스템 개발을 위한 시험무대로서 달과 화성으로 가는 길을 개척했다는 것이다. 그중에서도 현재 달·화성 임무에 적용되고 있는 모든 항법·통신·방사선 차폐 기술, 유인 탐사에 필수적인 로봇 외과의사나 자율보조로봇 같은 의료 시스템, 심우주 탐사에서 부품·도구를 자체 생산할 3D 프린팅 기술, 그리고 레이저 통신·양자 통신으로 대변되는 첨단 우주통신 기술은 ISS가 없었다면 탄생하지 못했다.

지구 밖에서의 장기 생존능력 역시 핵심 성과로 꼽혔다. 우주에서의 식량 재배와 물 재활용, 우주비행사의 건강 모니터링, 우주환경이 생명체에 미치는 영향 연구가 대표적이다. 실제 ISS에선 지금까지 청경채·토마토·로메인·상추 등 50종 이상의 식물 재배에 성공했고, 물의 98%를 재활용하고 있다. ISS에서 확보한 DNA 분석 기술과 진단 기술은 우주비행사의 건강은 물론 지상 의료에도 큰 파급효과를 미치고 있다.

ISS는 의학 발전에도 직접적 기여를 했다. 예컨대 미세중력은 세포의 기능과 단백질 결정의 성장을 변화시켜 암, 알츠하이머, 파킨슨병, 심장질환 등의 연구와 치료제 개발의 새 돌파구를 열었다. 또 고품질 줄기세포 대량 배양을 통해 신경·심혈관·면역 관련 재생의학 발전을 이끌었고, 3D 바이오프린팅 기술로 무릎 연골과 심장 조직을 만드는 데 성공하며 인체 장기 프린팅의 초석을 마련했다.

2025년 11월을 기해 국제우주정거장(ISS)에 인간이 머문 지 꼭 25년이 됐다. 그동안 전 세계 25개국 285명의 우주인들이 ISS에서 4000여 건의 실험을 진행하며 과학과 기술, 의학의 경계를 허물고, 새로운 발견을 촉진하며, 인류 발전의 돌파구를 마련했다. /NASA

우주의 법칙을 이해하기 위한 기초과학 연구에서도 ISS의 역할은 컸다. ISS 외부의 X선 망원경은 붕괴하는 별과 블랙홀을 관측해 700편 이상의 연구로 이어졌고, 수십억 건의 우주 입자 데이터를 통해 반물질·암흑물질 연구의 진전을 이끌었다. 특히 ISS에서 생성된 물질의 다섯 번째 상태인 보스-아인슈타인 응축체는 양자항법, 위성 운영, GPS 기술 혁신의 기반이 되고 있다.

물리적 과정은 미세중력에서 달리 작동하기 때문에 ISS는 과학자들에게 신선한 연구 기회를 제공, 물리학의 지평을 넓히기도 했다. 겔·유체 연구는 신소재 개발로 이어졌고, 지구에서는 관찰하기 어려운 ‘쿨 플레임(cool flame)’ 현상의 발견은 청정·고효율 엔진 연구에 새 방향을 제시했다.

ISS가 과학연구 플랫폼을 넘어 ‘우주경제’의 모태가 되고 있다는 점도 NASA가 선정한 성과 리스트에 올랐다.

매년 수백 건의 민간 우주 임무와 기업 실험이 진행되며 ISS는 새로운 기술 검증과 제작의 장이자 우주경제 시대의 기반이 됐다는 평가다. 전 세계 학생들이 큐브샛을 통해 혁신 기술을 검증할 기회를 갖고 있고, 100만 명 이상의 학생이 ISS 우주비행사와의 직접 소통하며 미래 과학자로 성장할 동기를 얻었다.

운영 25년을 맞은 ISS는 지금 이 순간에도 국제협력의 상징이자 인류의 가장 큰 공동 실험실로 기능하고 있다. 우주에서 쌓인 데이터와 기술은 더 먼 우주로 나아가기 위한 초석이자 지구에서 살아가는 인류의 질병 치료와 재난 대응, 농업·에너지 기술에 이르는 광범위한 분야에서 변화를 이끌고 있다. ISS는 그 존재 자체로 우주가 더 이상 ‘먼 미래’가 아니라 우리 곁에서 인류의 다음 세대를 준비시키는 연구 현장임을 선명하게 보여준다.

NASA 숀 더피 국장 대행은 "ISS는 그동안 과학과 의학의 경계를 허물고, 새로운 발견을 촉진하며, 인류 발전의 돌파구를 마련해왔다"며 "25년이라는 역사적 이정표는 NASA와 파트너들, 그리고 지구 저궤도에서 ISS의 운영을 지탱해온 모든 우주비행사와 엔지니어가 있었기에 가능했다"고 말했다.

심우주 탐사와 우주기지 건설을 위해서는 장기간 우주에서 생존하는 기술, 그중에서도 식량 문제 해결이 필수적이다. ISS는 이 문제 해결의 최전방에 서 있으며 그동안 ISS에서 재배에 성공한 식물은 토마토, 청경채, 로메인 상추, 고추 등 50종이 넘는다. /NAS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