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범 ‘버럭’ 파문 후폭풍 계속…野 "술이 아니라 권력 취한 듯"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의 ‘버럭’ 파문에 정치권이 연일 소란스럽다. 특히 방송인 김어준 씨가 김 실장에게 "다음엔 더 세게 해라"고 조언하면서 논란을 더 키웠다.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는 20일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서 "이름도 비슷한데 김용현 장관이 지난해 9월 국회에서 보였던 오만한 모습을 제때 제어하지 못해 더 큰 일이 벌어진 것"이라며 "김 실장은 이번 사태에 대해 조금 더 반추해 보기를 추천한다"고 말했다.
국민의힘도 김 실장을 향해 공세를 이어갔다. 양향자 최고위원은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운영위원회 영상을 보고 처음엔 술에 취한 줄 알았다"며 "자세히 보니 술이 아니라 권력에 취한 모습이었다"고 직격했다.
주진우 의원도 페이스북에 "자기 딸은 애지중지, 국민은 애물단지인가"라며 "이재명 정부 고위공직자들은 강남에 갭투자하고, 국민은 실거주도 현금으로 허가받고 사야 한다. 사과하기는커녕 김어준 쇼 나와 딸만 애잔하다고 말하나"라고 비판했다.
논란은 지난 18일 국회 운영위원회에서 벌어진 설전에서 비롯됐다. 국민의힘 김은혜 의원이 내년도 주거 예산을 질의하며 김 실장의 딸 전세 거주를 언급하자, 김 실장은 "제 가족을 그런 식으로 말하지 말라"고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 마이크가 꺼진 뒤에도 항의가 이어졌고, 옆자리에 있던 우상호 정무수석이 여러 차례 진정을 시도하는 모습까지 생중계됐다. 결국 더불어민주당 김병기 원내대표가 "여기가 정책실장이 화내는 곳이냐"고 제지한 뒤에야 김 실장은 "송구하다"고 물러섰다.
영상이 공개되자 정치권에서는 "국회를 노골적으로 무시한 행위", "안하무인 태도"라는 비판이 잇따랐다.
김 실장은 다음날 유튜브 방송 ‘김어준의 겸손은 힘들다 뉴스공장’에 출연해 "더 부드럽게 답변하는 훈련을 해야겠다"며 "딸은 아빠가 공직에 있는 것을 싫어하고 조심하고 눈치 보고 살아서 애잔하다"고 해명했다. 이에 김어준 씨는 "정치적 공격을 순진하게 받았다"며 "이왕 이렇게 캐릭터 잡힌 거, 다음엔 더 세게 해라"고 조언했다.
김 씨가 공직자인 김 실장에게 ‘더 세게 맞받아치라’고 부추긴 데 대해 보수진영에서는 "역시 민주당 상왕답다", "국정 혼란을 키운다"는 비판이 이어졌다.
한편 김 실장의 ‘위태로운 입’은 외교·통상 현안으로까지 튀었다. 그는 같은 방송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한국의 원자력 추진 잠수함 건조 장소로 ‘필라델피아 조선소’를 언급한 데 대해 "트럼프 대통령이 조선소의 지금 상황을 몰라서 하시는 말씀"이라고 말했다. 또 한미 관세 협상 초기 미국 측 문안에 대해서도 "을사늑약은 저리 가라 할 수준", "올해가 을사년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고 언급했다.
이에 정부 안팎에서는 "동맹국을 향해 이런 발언을 공개적으로 쏟아내는 것은 매우 위험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 실장의 ‘위태로운 입’이 이재명 정부의 외교 신뢰도는 물론 국정 운영 전반을 흔드는 새로운 리스크로 자리 잡고 있다는 평가가 커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