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 당원 권한 강화...내부에서도 '강성 팬덤' 우려 목소리

2025-11-20     조남현 기자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를 비롯한 호남 발전위원회 위원들이 20일 국회에서 열린 호남 발전과제 보고회에서 지역별 결과 보고를 듣고 있다. /연합

더불어민주당이 19, 20일 이틀간 당원 투표를 거쳐 권리당원의 권한을 대폭 강화하는 당헌·당규 개정을 추진하고 있다. 투표 참여 대상은 10월 한 달 당비를 납부한 권리당원 164만 7000명이다.

민주당 ‘당원주권정당특별위원회(당원주권특위)’가 최근 각 의원실에 회람시킨 ‘당원 주권 실현을 위한 당헌·당규 개정(안)’에 따르면 차기 당 대표 선거부터 예비경선과 본경선 모두 권리당원 투표 결과의 반영 비중을 높이고 있다.

당 대표 선거에 4명 이상 출마 시 치러지는 예비경선에서 중앙위원 50%, 권리당원 25%, 국민여론조사 25%를 반영하는 현행 당규를 중앙위원 35%, 권리당원 35%, 여론조사 30%로 바꾼다. 권리당원이 중앙위원인 현역 의원과 당 지도부, 시도당위원장 등과 같은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는 것이다.

민주당은 본투표에선 대의원과 권리당원의 표 반영 비율을 1 대 1로 바꾸는 당헌 개정도 추진하고 있다. 현재 당헌은 대의원과 권리당원의 투표 반영 비율을 20 대 1 미만으로 하게 돼 있다. 올해 8·2 전당대회에선 대의원의 한 표가 권리당원 17.5표 수준인 것으로 알려진다. 대의원과 권리당원의 한 표가 같은 가치를 가질 경우 권리당원 표심이 압도적으로 결과를 좌우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개정안은 전 당원 투표를 상설화하는 내용도 담고 있다. 권리당원의 10% 이상이 발의한 안건과 최고위원회의 의결로 부의한 당의 주요 당무 및 정책 등을 전 당원 투표에 부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권리당원 등 당원의 권한 강화는 정청래 대표의 공약 사항이다. 이에 따라 정 대표가 내년 당 대표에서 재선에 성공할지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정 대표가 연임에 성공하면 차기 총선에서 공천권을 행사할 수 있다.

그렇게 되면 여권 내 힘의 관계가 요동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현재는 이재명 대통령이 힘의 중심 축을 이루고 있으나 정 대표가 연임하게 되면 힘의 축이 미래 권력인 정 대표로 급속하게 이동할 수 있다는 점에서다.

대의원이 무력화되고 권리당원의 권한이 커지면 정 대표는 기존 당원뿐 아니라 지방선거 이후 내년 8월 전당대회까지 대거 들어올 것으로 예상되는 신규 당원을 기반으로 지지 세력을 크게 확대할 수 있다는 게 정치권의 예측이다.

더욱이 지난 전당대회에서 정 대표는 대의원 투표에서는 46.91%를 얻어 박찬대 후보에게 밀렸으나 권리당원 투표에선 66.48%로 압승하며 당 대표에 당선됐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민주당에서 권리당원의 힘이 커지면 여권의 여론을 좌지우지하는 김어준 씨가 이른바 ‘상왕’으로서의 지위를 더욱 공고히 할 수 있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정 대표는 지난 전당대회 승리 때 김 씨의 공개적 지지에 힘입어 명심(이재명 대통령 의중)을 업은 박찬대 전 원내대표를 누른 바 있기도 하다.

친명(친이재명)계는 속앓이를 하면서도 벙어리 냉가슴 앓듯 지켜보고만 있는 분위기다. 권리당원의 눈 밖에 나면 차기 총선에서 자칫 낙선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에 정치권 일각에선 중우정치 우려도 나온다. 중우정치란 고대 그리스의 직접민주주의 제도하에서 정치적 선동에 휘말린 우중, 곧 어리석은 대중이 정치를 좌지우지하면서 민주주의가 타락하는 것을 이르는 말이다.

민주당 내에서도 "집권 여당의 의사 결정이 강성 팬덤에 휘둘려선 안 된다"는 소리가 나온다. 민주당이 강경 지지자들에 포획되는 모양새를 보이면 중도층의 외면을 받는 등 역풍을 맞을 수 있다는 위기감의 반영으로 풀이된다.

한편 민주당은 곧바로 당헌·당규 개정 절차에 들어갈 것으로 보인다. 특위 관계자는 "아직 당헌·당규 개정 시점은 정해지지 않았지만 이르면 이달 말, 늦어도 연말에 이뤄질 것"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