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비디아, 또 사상 최고 실적 갈아치우고 ‘AI 거품론’ 일축

2025-11-20     채수종 기자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가 지난 10월30일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엔비디아의 그래픽카드(GPU) ‘지포스’ 출시 25주년 행사에서 발언하고 있는 모습. /연합

세계 시총 1위 기업 엔비디아가 또 사상 최고 실적을 갈아치우며 ‘인공지능(AI) 거품’ 논란을 일축했다. 젠슨 황 최고경영자(CEO)는 "우리는 AI 선순환 구조에 진입했다"고 선언했다.

엔비디아는 지난 3분기(8∼10월) 매출액이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62% 증가해 사상 최대인 570억1000만 달러(약 83조4000억원)를 기록했다고 19일(현지시간) 밝혔다. 이는 시장조사업체 LSEG가 집계한 시장전망치 549억2000만 달러를 웃도는 것이다.

데이터센터 부문 매출은 전년 대비 66% 늘어나 사상 최대인 512억 달러를 기록했다. 이는 전체 매출의 90%에 육박하는 규모이다. 게임 부문은 43억 달러를 기록해 전년 동기 대비 30% 늘어났다. 전문가용 시각화 부문과 자동차·로봇공학 부문 매출은 각각 7억6000만 달러와 5억9000만 달러였다. 주당 순이익(EPS)은 1.3달러로, 역시 시장전망치 1.25달러를 넘어섰다.

엔비디아는 이런 성장세가 4분기(11월∼내년 1월)에도 이어져 매출액이 650억 달러를 기록할 것으로 내다봤다. 엔비디아가 계속해서 사상 최고 성과를 내고 있는 것은 인공지능(AI) 관련 투자가 늘어나면서 최신 그래픽처리장치(GPU) 아키텍처인 ‘블랙웰’의 높은 수요가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픽=박덕영 기자

젠슨 황 최고경영자(CEO)는 실적과 함께 낸 성명에서 "블랙웰 판매량은 차트에 표시할 수 없을 정도로 상상을 초월하고, 클라우드그래픽처리장치(GPU)는 품절 상태"라고 설명했다. 그는 또 "우리는 AI의 선순환 구조에 진입했다"며 "AI는 모든 곳으로 퍼져 나가며, 모든 것을 동시에 처리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컨퍼런스콜에서 "AI 거품에 대한 이야기가 많지만, 우리 관점에서는 전혀 다른 모습이 보인다"고 밝혔다. 엔비디아의 이번 분기 호실적은 ‘AI 버블’ 우려로 불안해진 투자자들의 심리를 다소 진정시켰다. 실적 발표 후 이어진 콘퍼런스 콜에서 황 CEO도 AI 버블론을 불식키는 데 중점을 둔 모습을 보였다.

그는 최신·고성능 모델의 판매 비중이 높아지고 있다는 점을 특히 강조했다. 엔비디아의 핵심 사업인 데이터센터 부문 매출은 512억달러로 집계됐는데, 이는 전년 동기와 비교하면 66% 증가했다. 이 중 GPU 등 ‘컴퓨트’ 매출이 430억달러였으며, 상당 부분은 GB300 칩의 판매가 견인했다.

더 많은 기업과 국가로 엔비디아 AI 칩이 확산되고 있는 점도 부각시켰다. 황 CEO는 최근 앤트로픽과 협력 발표를 언급하며 "앤트로픽이 엔비디아 아키텍처에서 운영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이는 이제 주요 AI 모델들이 모두 엔비디아 기술 위에서 구동되고 있다는 의미"라며 "우리는 그 모두를 실행한다"고 강조했다.

엔비디아는 지난 18일 앤트로픽에 100억달러 투자를 단행한다고 밝혔다. 이번 투자를 계기로 엔비디아는 앤트로픽 모델이 성능·효율성·비용을 최적화할 수 있도록 하는 설계와 엔지니어링 작업에 협력할 예정이다. 또 일론 머스크가 이끄는 AI업체 xAI, 사우디 국부펀드(PIF)가 지원하는 AI 기업 휴메인과 함께 사우디아라비아에서 AI 인프라·슈퍼컴퓨터에 투자, 중동 진출을 본격화한다.

다만 일부 금융 분석가들은 이번 실적 발표로 거품 우려가 완전히 사라지진 않을 것으로 지적했다. 엔비디아가 오픈AI나 앤트로픽 등에 투자를 하고, 이들이 투자받은 돈으로 다시 엔비디아의 칩을 사들이는 소위 ‘순환 거래’가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매출의 61%가 4대 주요 고객사에서 발생해 이들 기업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지고 있는 것도 우려를 자아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