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범 정책실장 오만방자 위태로운 언행

2025-11-20     자유일보

국회 운영위에서 민망한 모습이 연출됐다. 국민의힘 김은혜 의원이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에게 "내년 정부 예산에서 청년 전세가 될 수 있는 정부 대출, 정책 대출을 거의 다 잘랐다. 전세자금에 보탤 디딤돌, 버팀목 대출 경우 3조 원 이상을 잘라냈다"며 김 실장의 딸을 거론한 데 대해 김 실장이 "그런 식으로 말하지 말라"며 격노한 것이다.

김 의원의 발언은 주택 문제로 고민하는 청년들 심리에 김 실장이 공감해달라는 취지였다. 당신 딸도 전세를 살고 있는데 청년들이 전세를 얻어 자가 보유로 갈 수 있는 사다리를 걷어차지 말라는 의미였다. 하지만 김 실장은 "공직자 아버지를 둬서 평생 눈치 보고 사는 딸에게 갭투자가 무슨 말이야"고 소리쳤다고 한다. 오만방자한 태도다.

공직자가 공식석상에서 공적인 의제에 대해 거론할 때는 냉정해야 한다. 김 의원은 정책에 대해 물었는데, 김 실장이 자기 딸 문제로 해석해 격노했다. 공직자의 기본자세를 벗어난 것이다.

김 실장의 이날 태도에 대해서는 여권 관계자들마저 불편한 심정이었던 것 같다. 김 실장이 계속 화를 내자 옆자리의 우상호 정무수석이 만류했고, 민주당 원내대표인 김병기 위원장은 5차례 넘게 ‘김 실장’이라며 불렀지만 멈추지 않자 "여기가 정책실장 화내는 곳이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용범의 입이 위태롭다’는 얘기는 진작부터 있었다. 김 실장은 최근 김어준의 유튜브 방송에 출연해 한미 관세협상 타결 후 미국 측이 보낸 MOU 초안을 보고 "을사늑약은 저리 가라 할 수준"이라고 말했다. 과거 조선의 외교권을 박탈한 일제와 미국을 동일선상에 놓는 발언이다. 극단적으로 해석하자면 미국을 적국으로 공식 선언한 셈이다.

고위 공직자도 이런저런 판단을 할 수 있다. 하지만 공개 발언에서는 때와 장소를 가려야 한다. 지금처럼 예민한 시기에 음모론과 편파성으로 유명한 김어준 방송에 출연해 그런 발언을 한 이유가 의심스럽다. 일각의 우려처럼 김 실장이 내년 전남지사 출마를 의식해서 하는 행보라면 무책임하다는 비판을 받아야 한다.

영국의 경찰은 길거리에서 뛰는 행동조차 엄격하게 제한한다고 한다. 국민의 불안감을 조성한다는 이유다. 내란 몰이를 하는 정부가 국민을 상대로 격노하는 것이 일상화될 것 같아 걱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