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수록 가관, 통일부 ‘북한인권’ 지우기

2025-11-20     자유일보

통일부가 ‘북한인권’ 용어 지우기에 나선 모양이다. 통일부는 내년도 예산안에서 ‘북한인권’ 단어를 모두 빼기로 했다. ‘북한인권’ 용어 대신에 ‘남북인권협력’을 사용하겠단다. 한심한 일이다.

북한은 "인권은 국권(國權)"이라고 주장한다. ‘인권’의 기초 개념조차 없다는 뜻이다. 이런 북한 정권과 ‘인권 협력’을 해보겠다니, 자는 소도 웃을 일이다.

통일부가 18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예산 소위에 보고한 내용을 보면, ‘북한인권’이란 용어를 지우는 데 골몰하다 보니 현실적으로 성립하기 어려운 억지춘향격 표현이 한둘 아니다. 예컨대 ‘북한 인권개선 기반구축’은 ‘남북인권협력개선 기반구축’으로, ‘북한인권 국제회의’는 ‘남북인권협력 국제회의’로 바꿨다.

북한인권 국제회의는 지난 정부에서 한·미·일·유럽 인권 전문가들이 모여 국제사회의 노력을 통해 북한인권을 개선하는 방안을 논의해온 회의체다. 그런데 남북인권협력 국제회의가 되면 남과 북의 관계자가 함께 모여 ‘인권 협력’을 논의하겠다는 뜻인데, 북한당국이 ‘인권’을 주제로 한 국제회의에 나올 가능성은 제로(0)다.

한 가지 방법은 북한당국에 뒷돈(달러)을 엄청나게 찔러주고 회의에 그냥 얼굴만 비치면 된다고 하는 것인데, 이는 유엔과 국제사회의 대북제재에 걸리는 범죄에 해당한다.

통일부는 지난 4일 조직 개편으로 ‘인권인도실’을 폐지하고 북한인권 관련 담당과를 모두 없앴다. 지난 정부가 추진한 ‘국립북한인권센터’도 ‘한반도평화공존센터’로 바꾸겠다고 한다. 박근혜 정부 때 설립한 ‘북한인권기록센터’도 바꾼다. 더욱 한심한 일은 2016년 국회가 제정한 ‘북한인권법’을 ‘남북인권협력법’으로 변경하는 방안도 논의 중이라 한다.

참으로 가관이 아닐 수 없다. 단어를 지우면 현실의 문제도 지워지는가? 북한인권 용어를 지우면 2400만 주민들의 처참한 인권 현실도 함께 지워지는가. 이재명 정부의 북한인권 용어 지우기는 김정은 정권 따라하기와 하등 다를 바 없다. 김정은이 ‘남북 적대적 두 국가론’으로 ‘통일’ 지우기에 나서자, 이재명 정부는 ‘북한인권 지우기’에 함께 나선 것 아닌가.

대한민국 헌법은 자유·인권·민주주의·법치·시장의 가치에 기초하여 제정됐다. 북한인권 지우기는 반(反)헌법·반대한민국 행위에 다름없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