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이 쏘아올린 ‘토론 정쟁’…국힘 지도부 "뭔 자격이냐" 제동

박범계 "판결문도 안 읽어"…조건부 수용 뒤 사실상 거절 한동훈 "민주당 법무부 장관 네 명이 모두 토론이 무서워 도망가" 연일 ‘토론 공세’에 지도부 불편…한 전 대표 고립 양상

2025-11-19     강호빈 기자
지난해 12월 11일 국회 당대표실을 나서는 장동혁 당시 국민의힘 의원(현 대표)과 뒤따르는 한동훈 당시 대표. /연합

대장동 사건 항소 포기 사태와 관련해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가 연일 전·현직 법무부 장관들에게 ‘공개 토론’ 도전장을 던지고 있지만 모두에게 퇴짜를 맞고 있다. 당 지도부가 "토론을 해도 국민의힘의 책임 있는 지도부가 해야 한다"며 제동을 걸고 나서면서, 한 전 대표의 ‘토론 정쟁’이 당 안팎에서 잡음을 키우는 모양새다.

한 전 대표는 지난 17일 SNS에서 박범계 더불어민주당 의원을 향해 "안 보이는 데서 혼자 아무말 대잔치 하지 말고 공개 토론하자"고 제안했다. 그는 "원하는 장소·시간·포맷을 모두 맞춰주겠다. 김어준 방송도 좋다"며 조건을 대폭 수용하겠다는 입장도 밝혔다.

박 의원은 18일 CBS 라디오에서 ‘조건부 수용’ 여지를 남겼다. 그는 "항소 포기의 옳고 그름을 따지려면 1심 판결문을 살펴야 하는데, 한 전 대표는 판결문을 읽지 않았다"며 "판결문 내용에 하나하나 답할 수 있다면 토론을 검토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깐족거리는 태도를 바꿔야 한다"는 태도 문제까지 조건으로 제시했다.

그러나 이날 오후 두 사람의 설전은 곧바로 감정싸움으로 번졌다. 박 의원은 SNS에 "태도를 얘기했더니 공손하라고 했다고 읽는다. 한계를 못 벗어나는구나"라고 비꼬며, "판결문 핵심 6개 질문에도 관심 없고, 7886·4895·1822·1182 같은 기본 숫자 개념조차 모른다"고 재차 공격했다. 대장동 업자 수익 구조를 나타내는 이 수치들을 거론하며 한 전 대표가 사실관계조차 숙지하지 못했다고 지적한 것이다.

이에 대해 한 전 대표는 박 의원 게시글에 직접 댓글을 달아 "그 질문들, 그 숫자들 모두 토론에서 다루면 된다"며 "결국 하겠다는 것인지, 또 피하겠다는 것인지 명확히 답하라"고 재차 압박했다. 하지만 박 의원은 별다른 대응을 하지 않으며 사실상 거절을 표했다.

네 번째 제안마저 무산되자 한 전 대표는 SNS에서 "민주당 법무부 장관 네 명이 모두 토론이 무서워 도망간 장면"이라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정성호 장관, 추미애·조국 전 장관에 이어 박 의원까지 연달아 토론을 피했다고 지적하며 "이번 항소 포기가 얼마나 잘못된 결정인지 국민이 이미 판단하고 있다"고도 주장했다.

한 전 대표의 공세가 이어지자 야당 내부에서도 제동음이 나왔다. 김민수 국민의힘 최고위원은 19일 YTN 라디오 ‘김영수의 더 인터뷰’에서 "대장동 항소 포기 관련 토론은, 한다고 해도 당 지도부가 하는 게 맞다. 한 전 대표가 나설 문제는 아니다"라고 공개 비판했다. 이어 "당원게시판 논란도 새 윤리위원장이 반드시 짚어야 한다"며 내부 견제 기류를 드러냈다.

한편 유튜버이자 전 뉴스타파 기자 봉지욱 씨도 토론 제안을 들고 가세했다. 그는 "둘 다 유튜버인데 체급이 맞는다"며 한 전 대표를 지목했다. 그러나 한 전 대표 측은 이에 대해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