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소 포기 관여’ 박철우, 중앙지검장 임명…검찰·야당·국민 반발 불러

2025-11-19     정수현 기자
박철우 신임 서울중앙지검장. /연합

법무부가 19일 대장동 개발 비리 사건 항소 포기 결정에 관여해 시민단체로부터 고발당한 박철우 대검찰청 반부패부장을 신임 서울중앙지검장에 임명하자 검찰과 야당은 물론 국민 여론의 반발이 비등하고 있다.

법무부는 이날 박 부장을 서울중앙지검장으로 전보하는 등 대검 부장 2명을 신규 보임하고 검사장 3명을 전보하는 내용의 인사를 단행했다. 박 부장 외에 공석이 된 대검 반부패부장 자리엔 문재인 정부 때 법무부 검찰과장 등을 역임한 주민철 서울중앙지검 중경2단 부장검사가 임명됐다.

이밖에 수원고검장에 이정현 법무연수원 연구위원이, 서울고검 차장검사엔 정용환 현 서울고검 감찰부장이 승진 임명됐다. 송강 광주고검장의 사의 표명으로 공석이 된 자리에 고경순 법무연수원 연구위원이 임명됐다.

박 부장이 중용된 이번 인사 내용이 알려지자 일단 검찰 내부에서 잠시 주춤하던 대장동 사건 항소 포기 논란이 재점화하면서 반발 움직임이 일어났다. 특히 서울중앙지검장 인사에 대통령 재가가 필요한 만큼 이번 인사에 대한 반발이 대통령실을 향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익명을 요청한 한 차장검사는 "대장동 항소 포기에 책임 있는 사람을 서울중앙지검장에 발령한 것은 구성원들을 조롱하는 것으로밖에 볼 수 없다"면서 충격을 감추지 못했다. 또 다른 차장검사는 "인사가 능력이 아닌 정치적 성향에 따라 결정됐다"면서 "인사권자가 어떻게 검찰과 국가 시스템을 망칠 수 있는지 보여주는 인사"라고 맹비난했다.

특히 박 부장의 경우 대장동 항소 포기 관련 피고발인 신분이라는 점에서 논란이 더욱 커질 전망이다. 시민단체 서민민생대책위원회는 지난 9일 대장동 항소 포기와 관련해 박 부장과 노만석 전 검찰총장 직무대행, 정성호 법무부 장관과 이진수 차관 등 6명을 경찰에 고발한 상태다.

이번 인사가 나오자 국민의힘은 기다렸다는 듯이 "항소 포기 범죄를 덮고 국민과 싸우자는 뜻"이라며 비판하고 나섰다.

주진우 의원은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박 부장은 항소 포기 범죄의 키맨으로서 추미애 전 법무장관의 입으로 활동한 ‘추빠’이자 정치 검사"라며 "권력에 충성한 대가로 받은 자리는 결국 올가미가 된다"고 썼다. 나경원 의원은 "대장동 8000억 도둑질, 범죄수익 지키기에 온 국가권력이 동원되고 있다, 국민이 반드시 벌할 것"이라고 날을 세웠다.

한동훈 전 대표도 "박철우는 대장동 항소 포기 주범 중 한 명"이라며 비난 대열에 합류했다. 그는 "이번 인사는 대장동 일당 편을 들고 국민과 싸우자는 것"이라며 "이재명 정권, 오래 못 간다"고 경고했다.

이번 인사에 대한 반응에서 특히 눈에 두드러진 점은 국민들의 반발이 예상외로 크다는 것이다. 온·오프라인을 불문하고 법무부와 여당, 심지어 대통령실을 향한 국민들의 비판이 비등하고 있다. 온라인에서는 "정치적이라는 이유로 검찰을 폐지한다면서 되레 징치검사를 이용해먹는다" "독재도 이런 독재는 없다. 박정희 전두환 때도 이러진 않았다" 등의 글이 나도는가 하면, "정성호 장관 이제 막나가는구나. 싹다 감방 엔딩이면 어쩌려고" 등 정 장관을 향해 노골적으로 공격하는 글도 떴다.

오프라인에서도 남녀노소를 떠나 많은 국민들의 비판과 반발이 줄을 이었다. 이들은 대부분 이번 인사를 대장동 항소 포기에 대한 보은성 인사로 규정하고 삼권분립의 붕괴와 나라의 장래를 걱정했다. 경기도 양주시의 한 20대 남성은 "화무십일홍, 맘껏 즐기고 나서 나중에 피눈물 흘리는 사태를 맞을 것"이라며 정부와 여당을 우회적으로 비판했다.

한편 문재인 정부 때 법무부 대변인, 서울중앙지검 2차장 등 요직을 지낸 후 윤석열 정부 들어서는 한직에 머무르다가 이재명 정부 출범 후인 지난 7월 검사장급으로 승진한 박 부장은 지난 7일 대검이 중앙지검에 ‘항소 포기’를 지시하는 과정에 직간접적으로 관여한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