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유튜브, 솔직히 ‘상왕 컴백’이라 해라

2025-11-19     자유일보

문재인 전 대통령이 유튜브 채널을 열었다. 채널 이름이 ‘평산 책방 TV'다. 얼핏 소박하고 고즈넉하게 들리지만 여기서 책 이야기나 할 거라고 믿는 사람은 없다. 책을 빙자해 다른 이야기를 할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을 사람도 없다.

재임 중에도 그랬지만 이분은 대통령이라는 자리가 아직도 파악이 안 되는 모양이다. 전직 대통령은 법적으로는 사인(私人)이지만 현실적으로 여전히 공적인 존재다. 무심코 던진 한 마디는 다음 날 신문의 헤드라인이 된다. 문맥이 모호할수록 더 정치적으로 해석된다.

퇴임 후에는 아예 정치에 대해 발언을 하지 말아야 하는 것이 상식이고 예의다. 정치와는 거리를 두겠다는 말조차도 이미 정치적으로 들린다. 대통령이라는 자리는 그런 것이다.

퇴임 후에는 잊힌 사람으로 돌아가고 싶다는 기자 회견을 한 적이 있다. 너무나 당연한 말을 너무나 특별한 것처럼 이야기해서 놀랐다. 그가 사람들의 시야와 기억에서 사라지지 않으면 후임자는 엄청난 부담을 안게 된다. 그의 입에 사람들의 관심이 쏠리는 것은 권력의 누수를 상징한다.

그런데 유튜브라니. 유튜브는 기본적으로 "잊어 달라"와는 정반대의 기능을 가진 플랫폼이다. 침묵을 친구로 두고 살아가도 부족할 판에 가장 빠르고, 가장 넓고, 가장 시끄러운 무대를 선택한 것을 대체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보수당이 집권했을 때라면 혹시 모르겠다. 자신은 잊히고 싶었으나 강팍한 현실이 평온한 일상을 포기하게 만들었다는 핑계를 댈 수도 있었을 테니 말이다. 그러나 지금은 자신의 정책을 따라하며 더 강하게 드라이브를 걸고 있는 민주당의 시대다. 납득 불가에 독자적이고 정치적인 컴백 시그널이 아닌지 의심되는 이유다.

가뜩이나 잡음 풍성할 일을 몇 배로 증폭시키는 게 방송인 김어준과의 연결고리다. 김어준이 대표로 있는‘겸손 방송국’이 평산 책방 TV의 영상제작을 맡고 있다는데, 이쯤 되면 아무리 비정치적 혹은 정치적 중립을 주장해도 그걸 믿을 사람이 한 명이라도 있을지 모르겠다.

책방 TV라고 이름을 붙였다고 그곳이 정말 책방이 되는 것은 아니다. 전직 대통령이 등장하는 순간 그곳은 다시 정치의 공간이 된다. 잊히고 싶다면 시골길을 더 산책하라. 카메라 앞에 서는 대신 일기장을 펼치고 사색하라. 아니면 차라리 솔직하게 이렇게 선언하라. "상왕(上王)이 돌아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