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심과 감시가 일상화된 사회
최근 카카오톡의 위치공유 기능이 대폭 바뀌었다. 카카오는 지난 12일 ‘친구 위치’라는 이름으로 업데이트를 단행해, 친구·가족·연인 등 상대방 위치를 시간제한 없이 무제한으로 확인할 수 있도록 했다. 언뜻 보기에 이 서비스는 편리하고 보안·안전 측면에서의 유용성도 지니고 있다. 아이의 귀가를 확인하거나 치매 어르신의 외출을 추적하는 범위에서는 유의미한 기능이 될 수 있다.
하지만 그만큼 감시·사찰의 도구로 변질될 수 있다는 우려가 폭넓게 제기되고 있다. 한 온라인 포털의 베스트 댓글 중 하나가 특히 눈길을 끈다. "국민들 서로를 의심하고 사찰하게 만드는 앱"이라는 표현이다.
친구라 해서 위치를 공유하겠다 동의했지만, 동의했다는 이유만으로 사실상 무한정 이어지는 구조가 된다면? 동의의 순간은 시작일 뿐이고, 그 이후의 시간은 그리 명확하지 않다. 동의해놓고 본인의 위치가 공유됨을 잊고 사는 사람도 많을 것이다. 더군다나 카카오톡은 몇 달 전 친구 프로필 사진·게시물 등이 타임라인 형태로 노출되는 피드화 개편을 단행했던 전적이 있다. 이 역시 사생활 노출·감시 도구화 논란으로 번졌었다. 점점 이러한 흐름이 확장되는 것처럼 느껴진다.
더욱 흥미로운 건 업데이트 시점이다. 국무총리실이 공무원들의 개인 휴대폰까지 들여다보겠다는 ‘헌법존중 정부혁신 TF’ 계획을 발표한 게 지난 11일이었다. 정부가 공무원 단말기를 들여다보고, 협조하지 않으면 인사조치나 수사 의뢰까지 고려하겠다는 취지의 강압적 선언이었다.
서로 연관 없어 보일 수도 있지만, 위치공유 무제한화와 공무원 휴대폰 검사 발표가 같은 시기라는 점에서 한 번쯤 묻지 않을 수 없다. 디지털 공간에서의 개인의 움직임을 더 쉽게 수집하고 통제할 수 있는 체계의 작은 조각일지 말이다. 개인을 통제하고 감시하는 사회로의 빌드업하는 과정일 수도 있다.
이 흐름들은 단순히 개별 논란으로 끝나지 않는다. 이들은 우리 사회가 어느새 ‘의심과 감시’가 일상화된 방향으로 기울고 있다는 신호로 읽힌다. ‘친구 위치를 공유한다’는 말이 ‘내가 어디에 있는지 보여주겠다’, ‘또 무엇을 하고 있는지 보여줘야 한다’는 압박감으로 뒤바뀔 수 있다. 관계의 신뢰가 아니라 위치 및 행동의 증명으로서 관계가 소비되는 시대가 열릴 수 있다.
피드화된 메신저, 위치공유 기능과 의심·감시 가능성을 증폭시키는 사회적 분위기가 맞물리는 시점은 결코 우연처럼 보이지 않는다. 이처럼 사회 전체가 ‘누가 어디에 있었나’, ‘무엇을 하고 있었나’에 대한 질문을 더 자주 던지고, 던져야 한다는 압박감을 체감하고 있다.
감시 시스템은 대부분 ‘이용자 동의’, ‘국민적 동의’라는 이름 아래 등장한다. 그런데 그 구조가 정착되면 ‘원할 때 꺼두기’라는 개인적 옵션의 사용은 완전히 타자화된다. 이것이 일상화된다면 결국 감시가 당연시되는 뉴 노멀이 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