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어게인’은 적?
지난 17일 프레스센터에서 한국공화협회(korean Republican Society) 준비위원회가 열렸다. 현수막의 글이 "민주공화국의 적들, 개딸과 윤어게인", 애초에 글러 먹었다. 개딸이 민주공화국의 적이라는 데는 쉬이 동의하지만 ‘윤어게인’이 어째 민주공화국의 적인가? 그 민주공화국은 인민민주공화국인가? 그 공화협회는 북조선공화협회인가?
‘윤어게인’을 외치는 청년들은 북을 치고 노래를 하고 고적대 행진처럼 경쾌하다. 언론에는 기사 한 줄 나가지 않아도 다음 주에 어디선가 또 모인다. 광화문 태극기 부대가 성조기를 흔들 때는 고개를 설레설레 저었다. 젊은이들이 성조기를 흔드는 모습은 발랄해 보이기까지 하다.
그들의 모토는 부정선거이다. 과거 국민의힘 주류는 부정선거 의혹 제기에 한 호흡도 쉬지 않고 ‘극우’로 맞받았다. 아니다 싶어도 굿이나 보고 떡이나 먹을 일이지, 왜 자신들이 선관위 대변인을 자임했을까? 부정선거의 증거 앞에서도 선거부정이 아니라 ‘부실관리’라고 방어했다. 선거는 그 과정과 결과의 염결(廉潔)을 요구한다. 부실관리가 부정선거이지, 부실은 허용된다니 그게 또 무슨 궤변인가?
반면 민주당은 부정선거 논란에 쥐죽은 듯 고요하다. 어울리지 않게 점잖은 민주당의 태도는 어떤 사연일까? 힘을 모아 박근혜를 끌어 내렸던 그 둘 사이 유대는 얼마나 공고할까?
2017년 8월 23일 새벽, 2년 징역형을 살고 한명숙 전 총리가 만기 출소했다. 수백 개 노랑풍선이 흔들리고 꽃다발이 전해졌다. 이해찬·우원식·정성호 등 나름 거물들이 새벽 댓바람에 의정부교도소를 찾았다. 그들에게 파렴치한 유죄 증거는 ‘검찰의 조작’이기도 하고 ‘선출된 권력에 대한 도전’이기도 하다. 국민의힘이 상대하는 반대 그룹의 정치적 속성이자 역량(?)이 그렇다. 그나마 다행인 점은 전과자 한명숙을 이후 언론에서 만난 기억이 없다는 사실이다.
윤석열의 대통령직 복귀가 허상인 바에야 ‘윤어게인’을 임팩트 강한 홍보용 구호 정도로 이해할 만하다. 그래도 ‘윤어게인’이 싫다면 청년들에게 깜찍한 미래형 구호로 바꾸라고 권할 일이다.
조금만 짬을 내어 선거부정의 논거에 귀 기울이고, 끄덕여지면 선관위에게 해명을 요구하면 좋겠다. 그 해명이 부실하다면 그게 바로 부정선거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