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재산은 누구의 소유인가

교회 재산은 본래 하나님께 드려진 공적 자산 공공성의 회복 위한 제도적 장치 마련이 시급

2025-11-19     최성주 기자
서헌제 한국교회법학회 회장이 ‘교회재산은 누구의 소유인가’란 제목으로 발제하고 있다. /최성주 기자

교회 재산을 교인들이 함께 소유하는 ‘총유’로만 보는 관행이 여전히 한국교회 전반에 깊게 자리하고 있다. 그러나 이런 방식은 교회가 분열되거나 문을 닫거나(해산), 혹은 다른 교회와 합쳐질 때(합병) 재산을 둘러싼 갈등과 사유화 문제를 심화시키는 요인으로 지적되고 있다.

교회 재산은 본래 하나님께 드려진 공적 자산이지만, 현실에서는 교인 개인이나 특정 세력이 마음대로 처분하거나 점유하는 사례가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이러한 현상은 단순한 법적 분쟁을 넘어 신앙 공동체의 도덕성과 공공성 자체를 흔드는 심각한 문제로 이어지고 있다.

서헌제 한국교회법학회 회장은 최근 서울 서초구 사랑의교회에서 열린 학술세미나에서 이러한 문제의 근본 원인을 짚으며 "교회 재산은 내 것이 아니라 하나님의 것이며, 공공성을 회복하기 위한 제도적 장치 마련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성경과 교회법, 그리고 국가법을 함께 분석하며 교회 재산의 신앙적 본질과 법적 성격을 동시에 짚어냈다. 서 회장은 "교회는 신앙적으로 그리스도의 몸이자 하나님의 성전이지만 국가법상으로는 ‘비법인사단’으로 분류되어 교인들의 총유 형태로 재산을 가진다"며, "이 총유 개념을 절대화할 경우 현재의 교인들이 과거 세대가 쌓아온 신앙 자산을 다수결로 임의 처분하는 왜곡된 현실이 생긴다"고 지적했다.

특히 성경이 교회의 주권을 오직 그리스도께 두고 있으며, 교인과 목사는 단지 하나님의 재산을 맡은 청지기에 불과하다고 상기시켰다. 교회의 재산은 사람의 것이 아니라 하나님께서 위탁하신 공적 자산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법적 현실은 다르다. 교회는 법인격이 없는 단체로 인정되지만 일정한 구성원과 규약이 있어 독립된 주체로서 부동산 등기나 소송이 가능하다. 다만 교회 재산의 관리나 처분은 교인총회 결의에 의해야 하며 이 과정에서 교회 내부의 분열이 발생할 경우 법원은 사건마다 재량적으로 판단하게 되어 일관성이 부족하다는 문제가 발생한다.

서 회장은 "교회 재산에 관한 국가법은 민법의 단 몇 개 조항에 불과해 교회 분열이나 합병과 같은 복잡한 상황을 충분히 다루지 못한다"며 "결국 교회의 재산 문제가 세속 법정으로 옮겨지고 교회의 자율성이 손상되는 결과를 낳는다"고 지적했다.

가톨릭교회는 이 문제를 제도적으로 해결하고 있다. 모든 재산은 교구 명의로 등기되며 본당이 폐쇄되면 해당 재산은 자동으로 교구로 이관된다. 교회 재산을 매각하거나 담보로 제공할 때는 반드시 교구장의 서면 승인을 받아야 한다. 이러한 중앙집권적 구조는 자율성은 줄이지만 재산 사유화를 막는 강력한 제도적 안전망이 된다.

반면 개신교회는 교회별 자율성이 강한 대신 통제 장치가 미약하다. 교회 정관이 부실하거나 아예 없는 경우도 많고, 목사나 장로 개인 명의로 재산이 등기된 사례도 적지 않다. 이로 인해 교회 분열 시 재산을 놓고 장기간의 소송이 벌어지며 교회 내부 갈등이 사회적 문제로 번지기도 한다.

지난 6일 서울 서초구 사랑의교회 국제회의실에서 열린 한국교회법학회 제36회 학술세미나에서 참석자들이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최성주 기자

서 회장은 "총유이론은 교회 재산을 교인들의 헌금으로 조성된 공동 자산으로 보는 법적 근거를 제공하지만 현실적 다양성을 무시한 채 모든 교회를 동일한 법리로 묶는 것은 무리"라고 비판했다.

그는 또한 교단 유지재단 제도를 활용해 교회 재산의 공공성을 높여야 한다고 제안했다. 그러나 교회 자율성이 강해 유지재단 명의로 등기된 재산도 법원에서 ‘지교회 명의신탁’으로 판단되어 환원되는 사례가 많다.

서 회장은 "감리교처럼 재산의 소유권은 유지재단에 두되 지교회에는 사용권만 주는 제도가 가장 바람직하다"며 "교단의 신학적 성격과 운영 체계에 따라 편입과 반환 요건을 세밀히 규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교회 분열과 재산 귀속을 둘러싼 판례도 시대에 따라 크게 달라졌다. 1993년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은 교회가 분열되면 각 교인이 분열 당시의 총유권자로서 재산을 나눠 가질 수 있다고 봤다. 그러나 이후 교회 분열의 원인이 교리 문제가 아닌 권력 다툼으로 바뀌자 2006년 대법원은 기존 입장을 뒤집어 교단 변경에는 교인 전체의 3분의 2 이상이 찬성해야 한다고 판결했다. 이는 법적 기준을 명확히 제시했지만 수천 명이 모인 교회에서 그 요건을 충족하기 어렵다는 현실적 한계가 있다.

서 회장은 "교회가 신앙공동체로서의 본질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분쟁을 끊고 새 질서를 세워야 한다"며 "교인 수나 기여도에 따라 재산을 분할하거나 한쪽이 재산을 가지고 다른 쪽이 금전으로 보상받는 방식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교단에 남는 쪽에 재산을 귀속시키고 이탈한 측은 새로운 공동체로 출발하도록 하는 방법이 교회 본질을 지키는 길일 수 있다"고 덧붙였다.

오늘날 교인 수 감소와 저출생으로 인해 농어촌 교회와 중소 교회의 해산 및 합병이 늘고 있다. 이에 따라 교회 재산을 둘러싼 분쟁도 증가하고 있다. 서 회장은 "교회가 해산되거나 다른 교회와 합병될 때는 재산 처리 방안을 반드시 교인총회에서 의결하고 노회의 승인을 받아야 효력이 있다"며 "특히 해산 시 남은 재산은 소속 노회의 유지재단에 귀속된다는 조항을 정관에 명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는 소수 교인이 재산을 사적으로 처분하는 일을 예방하기 위한 최소한의 장치라고 설명했다.

서 회장은 교회 정관의 중요성도 거듭 강조했다. 그는 "교회 재산의 범위를 명확히 정의하고, 주요 재산의 처분 절차, 계좌 관리, 개인 명의 등기 금지, 유지재단 편입 조건 등을 세세히 규정하면 대부분의 분쟁을 예방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교단을 탈퇴하거나 분립할 경우 신앙 원리를 벗어난 교인은 재산권을 상실하도록 하고 재산 분할은 허용하지 않거나 엄격한 절차를 요구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교회 재산 문제는 단순한 법의 문제가 아니라 믿음의 문제"라며 "교회 재산은 세대가 함께 쌓은 신앙의 유산이자 하나님께 드려진 공공 자산"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예배당은 지역사회에 열린 공간이 되어야 하고, 교회의 재정은 약자와 공익 사역으로 흘러가야 한다"며, "교회 명의 등기, 표준 정관, 유지재단, 노회 승인, 투명한 절차라는 다섯 가지 축이 교회 재산의 공공성을 회복하는 길"이라고 역설했다.

그러면서 "교회의 신뢰는 재산을 어떻게 다루느냐에 달려 있다. 교회가 총유의 틀에 머무를 것이 아니라 하나님의 나라를 위한 공공 자산이라는 인식 아래에서 재산을 관리할 때 비로소 세상의 빛과 소금으로 다시 설 수 있을 것이다"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