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잠은 자체 핵무장 포석"…北, 한미 팩트시트에 강력 반발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 명시에 격앙…北 "대결 노선 공식화" 주장 대만해협·항행자유 언급에도 중국 편들며 강력 반발
북한이 한·미 정상회담 공동 팩트시트(JFS)와 한·미안보협의회(SCM) 공동성명 발표에 "대결 노선으로 공식화됐다"며 원자력추진잠수함(원잠) 승인에 거세게 반발했다. 북한은 팩트시트가 "핵 도미노 현상"을 불러오는 조치라며 한·미가 역내 긴장을 고조시키고 있다고 주장했다.
조선중앙통신은 18일 ‘변함없이 적대적이려는 미한동맹의 대결선언’이라는 제목의 논평에서 "공동 합의 문서들은 우리 국가에 끝까지 적대적으로 나가려는 미한의 대결 의지와 위험하게 진화될 동맹의 미래를 드러냈다"며 "국가의 주권과 안전이익, 지역의 평화를 수호하기 위해 보다 현실적 대응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는 지난 14일 한·미가 팩트시트와 공동성명을 공개한 뒤 북한이 내놓은 첫 공식 입장이다.
북한은 3800여 자에 달하는 장문 논평에서 팩트시트·공동성명의 여러 조항에 반발하며 한·미 정상급의 ‘완전한 비핵화’ 재확약을 "우리 헌법을 끝까지 부정하려는 대결 의지의 집중적 표현"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이번 발표로 "현 미 행정부의 대조선 정책 방향을 둘러싼 논의에는 종지부가 찍혔다"고 평가했다.
특히 한·미가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 대신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로 표현을 명확히 한 데 대해 "우리 국가의 실체와 실존을 부정한 것"이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미국이 싱가포르 미·북 정상 합의 이행 의사를 재확인한 데 대해서도 "스스로 파기한 합의를 다시 운운하는 파렴치"라고 비난하며, 비핵화를 전제로 한 대화는 "있을 수 없다"고 기존 입장을 되풀이했다.
한국의 원잠 보유에 대한 비난 수위는 더 높았다. 북한은 이를 "조선반도를 넘어 아시아·태평양 군사안보 형세를 불안정하게 만들고 전 지구적 범위에서 핵 통제 불능 상황을 초래하는 엄중한 사태"라고 규정했다. 한국의 핵잠 추진을 "자체 핵무장으로 나아갈 포석"이라고 단정하며 "지역에서 ‘핵 도미노 현상’을 유발하고 군비 경쟁을 치열하게 만들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한·미가 동맹의 ‘지역화·현대화’를 강조한 데 대해 "미국 주도의 나토식 안보 구도를 아시아·태평양 지역에 형성하려는 패권적 시도"라고 비난했다. 대만해협·항행의 자유 등 한·미 공동 메시지에 대해서도 "지역 내 주권국가들의 핵심 이익을 부정한 것"이라며 중국과 보조를 맞췄다.
미국이 한국의 우라늄 농축과 사용후 핵연료 재처리 권한 확대에 동의한 부분은 "한국을 ‘준핵보유국’으로 키우는 발판"이라고 주장했고, 한·미 조선 협력 및 관세 합의는 "주종관계의 심화"라고 비난했다.
다만 이번 논평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이나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 명의의 담화가 아니라 통신사 명의로 발표됐고, 노동신문에도 실리지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이나 이재명 대통령의 실명 비난도 없었다. 한·미 정책 노선에 대한 입장을 비교적 정제된 언어로 전달하는 데 방점을 둔 것으로 보인다.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북한의 논평에는 체념에 가까운 냉소적 관찰자 시각이 담겨 있다"며 "단순한 수위 조절이 아니라 대남·대미 인식의 구조적 변화로도 읽힌다"고 분석했다.
홍민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향후 사태 추이를 보며 단계적으로 대응하겠다는 의도가 명확하다"며 "협상 여지를 완전히 닫지 않고 유연성을 유지하려는 전략"이라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