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온조절은 인체의 과학

2025-11-18     오광조 마취통증의학과 전문의·작가
오광조

냉혈한은 피가 차가운 사람, 인정 없고 냉혹한 사람을 뜻한다. 찬바람이 인다, 쌀쌀맞다처럼 차갑다는 표현은 부정적 의미가 크다. 반면 가슴이 따뜻한 사람, 온화한 성격, 뜨거운 심장 등의 표현은 긍정적인 뜻이 크다.

사람들은 따뜻함을 선호한다. 온혈동물이기 때문이다. 온혈동물은 체온이 높다. 사람 36.5℃, 개 38℃, 조류 40℃ 정도다. 변온동물과 달리 체온이 일정하게 유지된다.

체온은 대사과정에서 발생한다. 포도당과 산소를 이용해 세포에서 ATP(Adenosine Triphosphate:아데노신 삼인산)가 생성되는데 이때 부산물로 이산화탄소·물·열이 발생한다. 우리가 숨을 쉬고,온혈동물이고, 에너지 풍부한 음식을 섭취하는 이유다.

체온을 일정하게 유지하는 것은 아주 중요하다. 정상보다 높거나 낮으면 이상이 생긴다. 건강한 사람도 체온이 42℃를 넘어가면 위험한 상황에 빠진다.

체온 조절은 시상하부의 체온조절중추가 담당한다. 신체 곳곳에 위치한 온도 감지 수용기에서 온도에 관한 정보를 전달받고 설정 온도인 36.5℃와 차이가 있으면 조정한다. 체온이 내려가면 근육을 초당 10~20회 속도로 수축하게 만든다. 몸을 덜덜 떠는 근육의 진동을 이용해 열을 생성한다. 또 피부 혈관을 수축해 열 손실을 방지한다.

반대로 운동으로 체온이 오르거나 사우나처럼 고온의 환경에 있으면 피부 혈관이 확장된다. 확장된 혈관을 통해 혈류가 증가해 심부의 열을 피부를 통해 배출한다. 또 땀샘에서 땀을 배출해 열을 발산한다.

감염이나 염증이 있으면 체온이 상승하는데 이를 발열이라고 한다. 외부에서 들어온 세균·바이러스·곰팡이 같은 미생물이나 박테리아 독소, 바이러스 단백질 등은 외인성 발열원, 몸안에서 면역 체계가 활성화되면서 생산되는 사이토카인 등은 내인성 발열원이다.

발열원은 프로스타글란딘 등을 통해 시상하부 체온조절중추의 설정 온도를 높인다. 새롭게 설정된 온도와 비교해 정상체온을 춥다고 느껴 체온을 높이는 반사작용으로 열이 나는 것이다. 발열은 염증 반응을 증가시키고 세균 증식을 억제하는 신체의 방어기전이다. 열이 오를 때 오한이 나는 것은 설정 온도가 올라갔기 때문에 그 온도에 맞추려고 몸이 떨리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