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수님 목회 재현...감동 주고 받는 심방은 하나님의 선물"
올바른 ‘심방문화 회복의 길’을 찾아서
경기도 수원시에서 목회하는 양 모 목사는 어린 시절 목사님이 집에 심방을 올 때가 가장 기뻤다고 한다. 그 이유는 맛있는 음식을 많이 먹을 수 있는 거의 유일한 날이었기 때문이다. 1970~80년도에도 이른바 교회에서 목사님이 1년에 두 차례 정도 대심방이라고 해서 성도 가정집에 찾아가 예배를 드리며 가정의 기도 제목을 나누는 일이 하나의 문화로 자리를 잡고 있었다. 한국교회의 아름다운 전통이었다.
즉 찾아가는 목회로서 예수의 사랑을 실천하는 모습을 여실히 보여줬다.
경기도 하남시에서 목회하는 양진우 목사는 "주일 예배에 출석하지 않은 사람들을 중심으로 심방을 하고 있다"라면서 "확실히 심방을 가면 성도들이 감동을 받고 감사한 마음으로 그 다음 주에는 출석하는 것을 경험한다"라고 했다.
양 목사는 또 "심방을 하고 오면 바른 목양을 했다는 기쁨과 감사가 넘치기에 이것은 분명 하나님의 선물"이라고도 했다.
김춘자 예수기쁨교회 권사는 "과거 목사님이 심방을 올 때면 예수님께서 우리집을 방문하시는 것 같아서 매우 기쁜 마음으로 집안 청소를 하고 음식을 준비했다"라면서 "그때가 너무 행복하고 좋았다"라고 회고했다.
오늘날 교회의 목회 환경은 빠르게 변했다. 코로나19 이후 비대면 문화가 정착되고, 교인들의 삶도 점점 개인화되면서 심방 문화가 점차 사라져가고 있다. 그러나 심방은 교회의 역사 속에서 결코 소홀히 할 수 없는 중요한 목회 사역이다.
‘심방’은 ‘찾을 심(尋)’, ‘찾을 방(訪)’으로, 성도를 직접 찾아가 영적으로 교제하고 돌보는 행위를 뜻한다. 성경적 의미를 살펴보면, 예수 그리스도께서는 회당뿐 아니라 각 마을과 가정을 찾아다니며 복음을 전파하셨고(마 9:35), 사도 바울 또한 "눈물로 각 사람을 훈계하였다"(행 20:31)라고 고백하며 개인적 돌봄의 목회를 실천했다.
따라서 심방은 단순한 방문이 아니라, 예수님의 목회 방식을 계승한 현장 목회라 할 수 있다. 성도에게는 위로와 격려의 시간이며, 교회에는 신앙 공동체를 굳건히 세우는 통로가 된다.
오늘날 심방이 약화된 이유는 여러 가지다.
도시화와 개인주의로 인해 방문 자체가 부담스러운 문화가 형성되었고, 목회자의 과중한 행정 사역으로 심방 시간이 부족해졌다.
또한 코로나19 이후에는 ‘비대면 예배’와 ‘온라인 목회’가 보편화되면서, 심방은 점차 뒷전으로 밀려났다.
게다가 일부 교회에서는 심방이 형식적 행사로 변질되어, 성도들이 감동보다는 부담으로 느끼는 때도 있다.
그러나 위에서 강조한 것처럼 심방 문화는 다시 살려야 하는 한국교회의 과제로 보인다.
최병혁 대한신학대학원 교수 등 전문가들도 심방의 본질을 회복해야 한다고 말한다. 심방은 단순히 인사하거나 축복기도만 드리는 의례가 아니다. 그 가정의 형편을 경청하고, 말씀과 기도로 영적 회복을 돕는 시간이기 때문이다.
심방의 중심은 ‘방문’이 아니라 ‘돌봄’이다.
아울러 전문가들은 다양한 형태의 심방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시대의 변화에 맞게 대면 심방뿐 아니라 전화, 영상, 온라인 심방 등 다양한 방법을 병행해야 한다는 것이다. 물론 이러한 형태의 작은 심방은 이미 한국교회가 실천하고 있다.
또한 구역·셀 단위의 ‘소그룹 심방’은 교회 내 유대감을 강화하는 좋은 방법이 된다.
특히 교인 참여형 심방 문화를 조성해야 한다. 목회자 혼자 하는 심방에서 벗어나 장로·권사·교구장 등이 함께하는 ‘팀 심방’으로 발전시켜야 한다.
이를 통해 심방은 ‘목회자의 사역’이 아닌 ‘교회의 공동 사역’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다.
특히 심방 교육과 후속 관리도 매우 중요하다. 심방 시 예절, 대화법, 말씀 적용법을 교육하여 심방의 질을 높이고, 심방 후에는 교적부나 시스템을 통해 기도 제목을 기록·관리함으로써 지속적인 영적 돌봄으로 이어져야 한다.
최병혁 교수는 "심방은 예수 그리스도의 목회 정신을 오늘의 교회가 실천하는 일이며 교회가 다시금 성도의 삶으로 들어가고, 그들의 아픔과 기쁨을 함께 나눌 때, 하나님의 교회는 생명력 있는 공동체로 회복될 것"이라고 했다.
또한 최 교수는 "심방은 단순한 방문이 아니라, 예수님이 찾아가셨던 사랑의 행보를 오늘에 재현하는 목회요, 심방의 회복이 곧 교회의 부흥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실제로 ‘365일 심방하는 목사(?)’가 있다. 이세종 목사는 청년·교회학교 심방을 집중적으로 시행해 영적·양적 부흥을 경험한 사례가 있으며 상암교회는 담임목사가 매년 많은 가정을 심방하며 말씀·목양을 실천한 결과, 공동체의 놀라운 변화를 경험하기도 했다. 김형익 벧샬롬교회 목사는 등록 심방·정교인 심방 후 재점검·지속적 돌봄을 강조하고 있다. 특히 김 목사는 심방을 행정·영적 돌봄과 연결해 운영하는 등 구체적으로 실천을 한 사례로 잘 알려져 있다.
류응렬 목사는 팬데믹 상황에서 비대면·대면 심방의 조정, 심방 과정에서 만난 감동적 사례들을 많이 간직하며 목회를 감당해 왔다.
오정현 사랑의교회 목사는 전통적 가정방문 대신 ‘대안적 심방’ 모델을 제시하고 있다. 이른바 방문했다는 표시를 남기고 떠나는 문고리 심방이다. 문고리에 주보 등을 걸어놓고 가는 형식이다. 전통적 심방 대신 ‘대안적 심방’ 모델로 꼽힌다.
또한 집이 아닌 교회에서 심방을 진행하거나 부담을 줄인 심방 방식 등 현대 교회들이 심방을 재설계한 사례를 서광교회에서 볼 수 있다. 서광교회 이상대 목사는 교회 당회장실로 교인들을 불러 심방을 하고 있다. 음식 대접, 방문 부담 등을 줄여주는 현실적 대안으로 유용하다. 특히 이 목사는 교인들에게 직접 보이차를 타 주면서 주님의 사랑을 전한다. 기회가 찾아올 때는 삼계탕 등 요리로 교인들을 대접하기도 한다. 목사님과 성도 간에 거리감을 줄이고 친숙한 모습으로 다가가기에 마음에 있는 아픔과 생각들을 마음 놓고 상담을 할 수 있었다고 성도들은 말한다.
소그룹 셀목회에 중점을 두고 셀 단위로 교제하며 성도들을 돌아보는 조희서 서울씨티교회 목사도 좋은 사례로 꼽힌다.
과거에 목회자들이 특유의 카리스마로 목회했다면 현대 목회는 사랑과 섬김의 목회라고 할 수 있다.
고정화되지 않은 다양한 심방을 통해 한국교회의 제2 부흥을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