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혐오표현 규제 강화에 해외서 "독재자가 나타났다"

Disclose.tv 발 화제…美·日 매체도 “중국식 검열” 비판 WP "검열은 의심을 더욱 키울 뿐" 경고

2025-11-16     강호빈 기자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11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열린 국무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연합

"혐오 표현과 사실을 왜곡한 허위정보는 더 이상 표현의 자유가 아니다"라는 이재명 대통령의 발언을 둘러싼 논쟁이 해외 언론과 글로벌 보수 성향 커뮤니티로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이 대통령은 지난 11일 국무회의에서 "특정 대상을 향한 혐오 표현과 왜곡된 허위정보는 더 이상 표현의 자유 범위에 속하지 않는다"며 "사회 통합을 훼손하는 범죄 행위로서 강력히 처벌해야 한다"고 밝혔다.

논란의 확산은 독일 기반 대형 SNS 뉴스 채널 ‘Disclose.tv’에서 시작됐다. 팔로워 140만 명이 넘는 이 채널은 "한국 대통령이 혐오 표현과 허위정보는 표현의 자유를 넘어선 범죄라고 선언했다"는 내용을 공유했고, 해당 게시물에는 "한국에 또 다른 독재자가 나타났다(A new dictator has emerged in South Korea)", "중국식 검열을 그대로 가져오려 한다"는 댓글이 잇따랐다. 해당 게시물은 미국·유럽·일본의 우파 커뮤니티로도 빠르게 확산됐다.

미국 보수 성향 매체 ‘Gateway Pundit’은 "한국 지도자가 중국 비판을 처벌할 수 있다고 발표했다"는 제목으로 한국 정부의 규제 움직임을 강하게 비판했다. 이 매체는 최근 더불어민주당 양부남 의원이 발의한 특정 국가·민족·인종 모욕 처벌 법안을 "사실상 반중(反中) 비판 봉쇄 가능성"으로 해석하며 우려를 제기했다.

일본 보수 온라인 매체들도 "한국의 자유가 위협받고 있다"는 제목으로 관련 보도를 잇달아 내며, 이재명 정부의 규제 방침을 문제 삼았다.

워싱턴포스트(WP)가 지난 15일(현지시간) 올린 Opinion /WP 홈페이지 캡처

특히 미국 정통 일간지 워싱턴포스트(Washington Post)는 사설을 통해 이 문제를 정면으로 다뤘다. WP는 ‘A South Korean warning for America on free speech(표현의 자유에 대해 한국이 미국에 던진 경고)’라는 제목으로, 이 대통령의 발언을 "정부가 ‘진실’을 규정하기 시작하는 위험한 출발점"이라고 평가했다. 사설은 "기괴하거나 틀린 주장일수록 격렬한 자유 토론 속에서 걸러지는 것이지, 국가가 형사처벌할 일이 아니다"라며 코로나19 기원 논쟁 등 과거 ‘가짜뉴스’로 치부됐던 사안들이 뒤늦게 재평가된 사례를 언급했다. WP는 "검열은 의심을 더욱 키울 뿐"이라며, 이재명 정부가 한국을 ‘오웰식(Orwellian) 경로’로 이끌 수 있다고 경고했다.

정부와 여당은 "혐오·차별로 피해를 보는 약자를 보호하기 위한 최소한의 장치"라고 설명하지만, 해외 언론들은 "권력이 기준을 정하는 순간, 가장 먼저 무너지는 것이 표현의 자유"라며 한목소리로 우려를 제기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