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벼운 실수도 ‘산골 추방’…北 삼지연, 주민 탄압 ‘본보기 도시’로 전락
■ 삼지연시, 공포통치 최전선으로 변질 외부콘텐츠·불법장사·출근불량까지 즉시 추방해…“뇌물도 안통해” ‘이상향’ 내세운 김정은, 충성심 고취 위해 주민 선별 처벌 나선 듯 “원수님 뜻 거스르면 살 자격 없다”…체제유지 위한 인권유린 심화
북한이 지방 개발의 대표 성공 사례라며 선전해 온 양강도 삼지연시가 최근 ‘추방 도시’로 변질되고 있는 것으로 알러졌다. 삼지연시는 김일성·김정일의 혁명 유적지로 포장된 정치적 상징 공간이지만, 올해 하반기부터 주민들이 사소한 생활 문제만 발생해도 산골 오지로 추방되는 사례가 속출하면서 공포 분위기가 최고조에 달하고 있다는 후문이다.
지난 14일 북한 전문 매체 <데일리NK>가 양강도 소식통을 인용한 보도에 따르면 삼지연 주민들은 요즘 작은 일도 문제가 될까 극도로 긴장하고 있다. 범죄가 아니라 ‘일상적 실수’에도 추방되는 수준이다. 이는 단순한 통제 강화가 아니라, 정권이 주민들을 정치적으로 길들이려는 조치라는 분석이 나온다.
소식통에 따르면 현재 삼지연시에서의 추방 기준은 기존과 비교도 되지 않을 정도로 강화됐다. 한국 영화·드라마 등 외부 콘텐츠 시청, 불법 장사, 작은 도둑질은 물론 직장 출근을 성실히 하지 않은 이유만으로도 즉시 추방된다.
지난달에는 두 세대가 양강도 삼수군으로 추방됐는데, 한 세대는 남성이 개인 장사에 나섰다는 이유로, 또 다른 세대는 가족 중 한 명이 자전거를 훔치다 적발된 탓이었다. 과거라면 뇌물을 바치거나 노동단련대 한 달 처분 정도로 마무리되던 일이었지만, 지금 삼지연에서는 뇌물도 통하지 않는 ‘즉시 추방’이 일상화된 분위기다.
이 같은 조치에 영지버섯 채취·밀수 등으로 생계를 이어가던 주민들도 활동을 멈추는 등 도시 전체가 공포에 잠겼다.
삼지연시는 병원·시설·주거 환경이 타 지역보다 월등히 개선된 곳으로, 혜산 주민들까지 치료를 받으러 올 정도다. 그러나 좋은 환경일수록 ‘추방 공포’가 더 크다. 이곳 주민들에게 오지 추방은 사실상 ‘사회적 사형선고’에 해당하기 때문이다.
최근 주민들 사이에서는 “국가가 삼지연 개발 과정에서 ‘신분이 깨끗하지 않은’ 주민을 먼저 걸러냈고, 이제 남은 사람 중에서도 충성심이 낮은 사람을 선별해 처벌한다”는 소문이 퍼지고 있다. 이달에만 세 세대가 추방되며 주민 불안은 최고조에 이르렀다.
김정은 정권은 2019년 삼지연을 군에서 시로 승격시키며 사회주의 이상향, 산간 문화도시 표준이라 선전해왔다. 하지만 정작 내부에서는 강도 높은 사상 검열과 정치적 충성심 강요가 이뤄지고 있다.
소식통은 “국가가 추방을 통해 ‘혁명의 성지에서 충성심에 티 있는 사람은 살 자격이 없다’는 인식을 강요하고 있다”며, “결국 모든 주민을 정권의 지시에 따라 움직이는 존재로 만들려는 것”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국내 한 북한 전문가는 이에 대해 "삼지연시는 더 이상 정권이 자랑하는 ‘이상향’이 아니다. 오히려 김정은 체제가 주민을 길들이기 위해 구축한 정치적 공포의 실험실로 전락했다"며 "삼지연시의 현실은 북한 정권이 인권보다 체제 유지를 우선하는 반인권 통치의 민낯을 다시 한 번 드러내고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