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정부 첫 예산안, 시작부터 난항…여야 ‘칼질 공방’ 전면전

대통령실 특활비·기재부 예비비 등 핵심 쟁점마다 충돌 기본소득·정책금융 패키지까지…"법정시한 넘길 수도"

2025-11-16     강호빈 기자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와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지난 8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운동장에서 ‘2025 사진기자가족 체육대회’에 방문해 인사하고 있다. /연합

정부의 내년도 예산안(728조 원 규모)에 대한 국회 심사가 17일부터 본격화한다. 사상 최대 규모로 편성된 이른바 ‘이재명표 예산’을 둘러싸고 주요 사업마다 증액·감액 요구가 엇갈리면서 여야의 힘겨루기가 치열해질 전망이다.

예산결산특별위원회는 이날부터 예산안 등 조정소위를 가동해 개별 사업에 대한 정밀 심사에 들어간다. 예결소위는 더불어민주당 한병도 위원장이 주도하며, 민주당 이소영·송기헌·김한규·이재관·임미애·조계원·노종면·박민규 의원과 국민의힘 박형수·최형두·강승규·조정훈·김기웅·김대식 의원이 참여한다. 예결위는 법정 시한인 오는 12월 2일까지 예산안을 처리한다는 목표를 세웠지만, 상임위 단계에서부터 양측의 대립이 뚜렷해 순탄치 않을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현재 법제사법위원회를 비롯한 일부 상임위는 예산안 예비심사를 마쳐 예결위로 넘겼지만, 운영위와 기획재정위원회 등은 여전히 심사가 마무리되지 않았다. 대통령실 특수활동비와 기획재정부 예비비가 가장 뜨거운 쟁점이다. 민주당은 지난해 윤석열 정부의 대통령실 특활비 82억5100만 원을 ‘쌈짓돈’이라며 전액 삭감한 바 있는데, 국민의힘은 "같은 기준을 이번 예산안에도 적용해야 한다"며 반발하고 있다.

기재부 예비비도 논란이다. 작년 민주당 단독 처리로 2조4000억 원까지 줄었던 예비비가 이번 예산안에서는 4조2000억 원으로 다시 확대되자 여야 간 충돌이 예상된다.

상임위 단계에서 이미 의결을 마친 사업들 역시 예결위에서 재논쟁이 불가피하다. 민주당 주도의 법사위는 지난 12일 검찰 특활비를 정부안 대비 40억5000만 원 삭감한 31억5000만 원으로 의결했다. 대장동 항소 포기 논란 이후 검찰의 반발을 ‘항명·반란’으로 규정한 민주당이 특활비 삭감을 밀어붙였다는 평가가 나온다. 국민의힘은 이를 "명백한 검찰 재갈 물리기"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내년 시범사업으로 추진되는 농어촌 기본소득 예산도 뜨거운 쟁점이다. 농해수위는 정부안보다 2배 이상 늘린 3410억2700만 원으로 의결했다. 민주당은 "지방 소멸 위기 대응을 위한 필수 정책"이라고 주장하지만, 국민의힘은 "포퓰리즘적 현금살포"라고 규정하며 반대한다. 이와 함께 지역사랑상품권, 국민성장펀드, 모태펀드, 청년미래적금 등 이른바 이재명표 현금성·지원성 사업들도 곳곳에서 충돌이 이어지고 있다.

정부가 한미 관세·안보 협상 후속 조치로 편성한 1조9000억 원 규모의 ‘대미 투자지원 정책금융 패키지’ 역시 상임위 단계에서 난항을 겪었다. 국민의힘은 사업 구조와 배분 기준이 불투명한 ‘깜깜이 예산’이라며 감액 또는 의결 보류를 주장했다. 실제로 한국수출입은행 통상 대응 프로그램(7000억 원)은 보류됐고, 한국무역보험기금 출연사업(5700억 원)은 1000억 원 감액됐다. 한국산업은행의 통상 대응 프로그램(6300억 원) 예산도 절반인 3150억 원만 반영된 채 통과됐다. 반면 민주당은 "한미 협상을 국회가 예산으로 뒷받침해야 한다"며 정부안 사수를 예고해 예결위 단계에서도 충돌이 불가피하다.

예결위는 "법정 시한 내 처리"를 강조하고 있지만, 특활비·예비비·검찰 예산·기본소득·정책금융 패키지 등 핵심 사업을 둘러싼 여야 간 입장차가 워낙 커 올해도 예산안이 법정 시한을 넘길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