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황교안’이 돼야 하는 이유

2025-11-16     서민 단국대 교수·기생충학 박사
서민

"구속의 필요성이 부족하고, 도주나 증거인멸 염려 등 구속 사유에 대해서도 소명이 부족하다. 그래서 기각." 11월 13일 있었던 황교안 전 국무총리에 대한 구속영장 실질심사 결과다.

3대 특검팀이 광란의 질주를 하면서 무수히 많은 구속영장이 청구되고 있다. 전 정권의 핵심에 있던 사람이라면 어김없이 영장이 청구된다. 황교안과 같은 날 심사를 받은 박성재 전 법무장관의 경우에서 보듯, 한번 기각되도 곧바로 다시 청구하는 일도 잦으니, 풀려났다고 마음놓을 수는 없다. 27일에는 추경호 의원에 대한 영장실질심사가 예정돼 있다. 계엄선포 날 국회가 경찰에 의해 봉쇄돼 있기에 국민의힘 의원총회 장소를 바꾼 게 ‘계엄해제 표결을 방해할 목적’이란다.

이젠 특검이 보수 인사의 마음을 읽는 기술이라도 터득한 걸까? 민주당 의석수만으로 계엄해제를 할 수 있었다는 점에서 ‘표결 방해’ 프레임은 말이 안 되지만, 판사들이 현 정권에 바짝 겁먹어 있기에 결과를 마음놓을 수 없다.

실제로 민주당은 판사가 영장을 기각할 때마다 판사를 겁박했고, 황교안·박성재가 모두 기각됐을 때도 그건 마찬가지였다. "사법부가 내란 세력의 방패막을 자처하고 나섰다. 도무지 납득할 수 없는 법원의 결정에 깊은 유감을 넘어 분노를 표한다." 걸핏하면 들먹이던 내란전담재판부 설치 얘기까지 반복했으니, 판사들이 쫄 만도 하다. 대한민국 헌법의 기본 정신인 삼권분립은 이미 사망한 지 오래다.

이 와중에 황교안 전 대표의 구속영장은 다소 뜬금없다. 황교안은 좌파에게 180석을 내준 2020년 4월 총선 이후 당대표직에서 물러났다. 그 이후 대선이나 당대표 선거에 출마하긴 했지만, 1차나 2차 경선에서 탈락하는 게 고작이었다. 정계의 중심에서 밀려난 상태라는 것. 그런데 그가 갑자기 내란선동 혐의를 받다니 이게 무슨 일일까?

이유는 그가 계엄선포일인 12월 3일 올린 페이스북 게시물이었다. "비상계엄령이 선포됐다. 지금은 나라의 혼란을 막는 것이 최우선이다. 나라를 망가뜨린 종북주사파 세력과 부정선거 세력을 이번에 반드시 척결해야 한다."

윤 정부 당시 민주당을 비롯한 좌파들의 만행이 도를 넘은 것은 팩트다. 정부 인사 중 많은 이가 말도 안 되는 이유로 탄핵당했고, 나라를 망칠 법안이 시도 때도 없이 발의됐다. 대통령 부부에 대한 도를 넘는 공격도 거의 매일같이 이어졌잖은가? 물론 그에 대한 대응이 ‘계엄선포’밖에 없었던가 하는 점에선 아쉬움이 남지만, 계엄에 찬성하는 이도 얼마든지 있을 수 있다.

그런데 SNS에 계엄에 찬성하는 게시물을 썼다고 구속하는 게 민주국가가 맞을까. 특검은 황교안이 "계엄의 위법성을 충분히 인식할 수 있었던 상황에서 내란 선동의 고의를 갖고 글을 썼다"고 우기지만, 국민의힘 의원들조차 계엄선포의 절차적 문제점을 몰랐던 판에 황교안이 그게 위법하다는 것을 어떻게 알았단 말인가?

좌파와 어울리던 시절, 그들이 입만 열면 했던 게 프랑스 작가 볼테르의 다음 말이었다. "나는 당신의 의견에 반대하지만, 당신이 말할 권리를 위해 죽음을 각오하고 싸우겠다."

좌파들이 반국가단체를 고무·찬양하면 처벌하는 내용이 담긴 국가보안법 7조를 폐지하자고 했던 것도 그 연장선. 그렇게 표현의 자유를 중시했던 그들이 국가권력을 장악한 지금, 하는 짓을 보면 소름이 끼칠 정도다. 언론과 유튜브의 허위조작정보에 대해 엄청난 징벌적 손해배상을 물리겠다고 하고, 국민 대다수가 쓰는 카톡을 검열한다고 해서 많은 이들을 해외 메신저로 갈아타게 했다.

민주노총의 공영방송 장악을 제도화한 방송 3법 개정안을 통과시키더니, 반중 시위를 하면 5년 이하 징역형에 처하겠단다. 최근에는 공직자들의 계엄 가담 여부를 조사하기 위해 휴대폰을 뒤지겠다니, 무덤에 있던 볼테르가 근조화환을 보낼지도 모르겠다. 이런 상황에서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우리가 황교안’이라고 한 것은 당연한 대응이건만, 같은 당 한동훈이 ‘우리는 황교안이 아니다’라며 초를 쳐버린다.

나치 시대 목사였던 마틴 니묄러가 쓴 ‘그들이 왔다’라는 시는 이렇게 시작된다. "그들이 왔다. 처음엔 공산당을 숙청했다. 나는 공산당원이 아니었으므로 침묵했다." 그 시의 마지막은 이렇게 끝난다. "그들이 나에게 왔다. 그때는 이미 나를 위해 나서 줄 사람이 아무도 남아 있지 않았다." 내부총질 대신, 그들에게 맞서 싸우자. 대한민국이 나치 독일이 되지 않도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