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 정부의 노골적 ‘예산 정치’…사법 조이고, 지방엔 푼다

검찰 특활비 반토막…"재갈 물리기" 반발 ‘지선 겨냥’한 지역균형 예산 3배 확대

2025-11-13     강호빈 기자
이재명 대통령이 13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열린 수석보좌관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연합

당정이 내년도 예산 심사에서 검찰 견제는 더 조이고 지방 예산은 대폭 늘리는 ‘투트랙’ 기조를 분명히 했다. 이에 정치권에서는 이재명 정부가 사법기관을 압박하는 동시에 지방 표심 확보에 나선 것 아니냐는 분석도 제기된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는 지난 12일 전체회의에서 검찰 특활비를 정부안 72억 원에서 31억5000만 원으로 대폭 줄였다. 예산소위가 이미 20억 원을 감액해 52억 원으로 조정했지만, 이날 회의에서 "내년 10월 검찰청이 폐지되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는 범여권 의원들의 요구가 이어지며 20억5000만 원이 추가로 깎였다.

특활비는 영수증 제출 없이 집행할 수 있는 기밀 예산으로, 이번 감액은 사실상 검찰의 수사 자율성을 제한하는 조치로 해석된다. 예산소위는 특활비 중 20억 원을 ‘특별업무경비’로 전환해 기밀 예산 비중을 줄였고, 업무추진비는 오히려 50억 원 증액했다. 그러나 논란의 핵심은 금액 자체보다 집행 절차에 관한 것이다.

민주당은 대장동 항소 포기에 항의한 검사장이 근무하는 검찰청의 특활비 집행을 제한하는 부대의견을 넣으려 했고, 이에 이진수 법무부 차관은 "검찰청 전체 활동에 어려움이 생기고 민생 수사에도 차질이 날 수 있다"며 우려를 밝혔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법무부 검찰국장도 "모든 수사비 집행을 장관 승인으로 묶으면 사실상 수사 개입으로 비칠 수 있다"고 했으나, 민주당 의원들의 공세는 더욱 강해졌다. 이성윤 민주당 의원은 "집단행동한 검사장들은 국기문란을 한 것"이라며 "특활비를 지급하면 결국 그들에게 갈 것"이라고 주장했고, 최혁진 의원도 "항명 쇼에 참여한 검사들은 1원도 쓰게 해서는 안 된다"고 했다.

국민의힘은 "검찰청 재갈 물리기"라며 즉각 반발했다. 곽규택 국민의힘 의원은 "법무부 장관의 말을 듣는 곳에만 특활비가 지급되는 구조"라며 "검찰의 독립성을 훼손하는 결정"이라고 비판했다. 나경원 의원도 "민주당이 예산안을 조폭 같은 방식으로 통과시키며 검찰의 ‘충성활동비’만 남겨놨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사법기관에 대한 압박과는 달리, 이재명 대통령은 이날 용산에서 열린 제9회 중앙지방협력회의에서 지방 재정 확대를 전면에 내세웠다. 이 대통령은 "2026년 예산안에 수도권에서 멀수록 더 두텁게 지원했다"며 지특회계를 3조8000억 원에서 10조6000억 원으로 "거의 세 배 가까이 늘렸다"고 말했다. 이어 "지방 재정 자율성을 대폭 확대하고 국가사무의 지방 이전과 재정 분권도 강화하겠다"며 "각 부처에는 ‘지방자치단체’ 대신 ‘지방정부’라는 표현을 쓰라"고 지시했다.

이에 대해 정치권에서는 내년 지방선거를 겨냥한 ‘표심용 예산’이라는 비판도 제기된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여당은 물론 총리와 장관까지 나서 서울시를 일방적으로 매도하고 있다"며 "정작 협력이 필요한 주택정책 결정 과정에서는 거리낌 없이 서울시를 패싱한다"고 반발했다. 김진태 강원지사도 "대통령과 총리가 강원도를 찾을 때마다 오지 말라고 한다"며 "여권 단체장마저 배제하는 ‘패싱’이 심하다"고 성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