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들 서로 ‘내란행위’ 제보…여기가 공산국가인가

2025-11-13     자유일보

이재명 정부가 ‘내란 청산’을 빌미로 공무원 숙청에 나서고 있다. 49개 중앙행정기관에 ‘헌법 존중 정부 혁신 TF’를 설치해 공무원의 ‘내란 참여·협조’ 여부를 조사해 인사상 불이익을 주겠다는 것이다. 각 부처에 ‘내란 행위 제보센터’를 두어 공무원들의 상호 무고(誣告)와 인신공격을 조장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번 TF의 활동 기간은 내년 2월까지다. 조사 대상은 계엄 전 6개월부터 대통령 탄핵 선고까지 10개월간의 공직자 행적이다. 조사 결과에 따라 어떤 파장이 뒤따를지 짐작하기 어렵다. 이번 숙청을 기획한 이재명 정부 핵심들도 단언하기 어려울 것이다. 이런 일은 고구마 줄기 캐내는 것과 비슷해서 처음 시작하기는 쉬워도 적당한 선에서 수습하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조사 대상인 49개 부처 소속 공무원은 75만 명이다. 이 거대한 공무원 사회가 상호 불신과 감시, 고발로 치고받는다고 생각해보자. 국정 공백은 필연이고 근무 기강이나 위계질서가 난장판이 될 것이다. 과장 이상 공무원이 조사와 징계 대상이라는 전망도 있지만 총리실은 "조사 단계에 직급을 구분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조직 내 혈투를 부추기는 셈이다. 벌써 부처마다 각종 투서가 들어온다고 한다.

총리실은 ‘총괄 TF’에 ‘민간 전문가’를 5명가량 참여시킬 계획이라고 한다. 법률 전문가와 군(軍) 관련 시민단체 관계자를 참여시키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런 식이라면 이른바 ‘양심적 병역 거부자’가 군 장성들을 조리돌림하던 악몽이 재연될 수 있다. 출근길 지하철을 멈춰세우던 장애인 단체 수뇌가 공무원들을 죄인 취급할 수도 있다.

이번 내란 TF를 보면서 스탈린의 대숙청(Great Purge, 1936~1939)을 떠올리게 된다. 당시 약 300만 명에 달했던 소련 공산당원 중 70만~100만명가량이 처형됐고, 수백만 명이 굴라크(강제노동수용소)로 보내졌다. 이는 소련 행정 시스템 전반에 걸쳐 어마어마한 공백을 초래했고, 2차대전 초기 지휘부 공백과 대규모 인명 피해로 이어졌다.

대장동 항소 포기에 대한 검사들의 반발이 이번 소동의 직접 계기라는 분석이 많다. 일종의 군기 잡기라는 건데, 빈대 잡으려고 초가삼간 태우는 꼴이다. 이재명 정권은 내란 푸닥거리로 임기 초반을 낭비하고 있다.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이 감당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