英 부커상 솔로이 "실패했던 순간에 구상...집필 쉽지 않았다"

헝가리·캐나다계 영국 작가 데이비드 솔로이 6번째 장편 '플레시'(Flesh)로 英 부커상 수상

2025-11-11     문은주 기자
올해 부커상 수상자인 데이비드 솔로이 작가가 지난 10일(현지시간) 영국 런던 올드 빌링스게이트에서 수상자로 선정된 후 사진 촬영을 하고 있는 모습. /AP=연합

헝가리·캐나다계 영국 작가 데이비드 솔로이가 올해 영국 최고 권위의 문학상인 부커상의 영예를 안았다.

10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가디언 등 외신에 따르면 부커상 심사위원단은 올해의 수상작으로 솔레이의 ‘플레시’(Flesh)를 선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플레시’는 헝가리 출신 청년의 10대 시절부터 중년까지의 삶을 추적하면서 헝가리 주택단지부터 런던 초보유층의 세계로 이어지는 삶의 희로애락, 계급과 권력 관계 등을 사실적으로 그린 작품이다. 긴 서사를 다루면서도 간결한 문체와 절제된 대화, 여백의 활용 등이 탁월해 만장일치로 선정됐다는 설명이다. 로디 도일 심사위원장은 "이런 작품은 읽어본 적이 없었다"며 "여러 면에서 어두운 책이지만 읽는 즐거움이 있는 책이다"라고 평가했다.

솔로이는 헝가리인 아버지와 캐나다인 어머니 사이에서 캐나다에서 태어나 레바논과 영국을 오가며 살았다. 현재는 오스트리아 빈에 거주한다. 옥스퍼드대를 졸업하고 금융 광고 영업 임원으로 일하면서 집필을 시작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때 영감을 받아 소설 ‘런던과 남동부’를 비롯해 ‘봄’, ‘터뷸러스’ 등 다양한 작품을 쓴 가운데 ‘플레시’는 솔로이의 6번째 장편이다. 2016년에도 소설 ‘인간의 모든 것’(All That Man Is)으로 부커상 최종 후보에 오른 적이 있는 솔로이는 올해 상을 받은 후 BBC와의 인터뷰에서 "약간 멍한 기분을 느꼈다. 실감하기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또 "이 책을 쓰는 것은 쉽지 않았고 압박에 현명하게 대처하지 못했다"며 심리적으로 힘든 시기에 구상한 작품이라고 설명했다. 솔로이는 "(플레시는) 2020년 가을께 거의 4년간 작업해오던 작품을 포기하기로 결정한 뒤 실패의 그늘 속에서 구상한 작품이다"라며 "우리의 모든 측면이 물리적인 경험에서 비롯된다는 느낌을 어떻게든 표현하고 싶었다"고 수상 소감을 밝혔다.

부커상은 영국이나 아일랜드에서 출간된 영어 소설을 대상으로 하는 세계적 권위의 문학상이다. 수상자에게는 5만파운드(약 9600만 원) 상금이 수여된다. 올해 부커상에는 총 153편이 출품된 가운데 솔로이의 ‘플레시’ 외에 한국계 미국인 작가 수전 최의 ‘플래시라이트’(Flashlight), 키란 데사이(인도), 케이티 기타무라(미국), 벤저민 마코비츠(미국), 앤드루 밀러(영국) 작가의 작품 등이 최종 후보에 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