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궤-짱궤-짱개 언어 변천사
더불어민주당이 추진하는 사실상의 중국 모욕 처벌법이 논란이다. 중국을 겨냥한 특정 국가 모욕이나, 국민·인종 비하를 징역형으로 다스리겠다는 발상이다. 당연히 시비를 피할 수 없다. 세상이 알 듯 민주당이야말로 반미와 반일을 정치적으로 악용해왔던 흑역사가 있는 탓이다.
저들의 표적 중 하나가 이른바 혐중 집회에서 2030 젊은이들이 길거리 떼창으로 부르는 ‘짱개송’이다. 그 노래는 "짱개·북괴·빨갱이는 대한민국에서 빨리 꺼져라"를 반복한다. 때문에 당장 관심은 짱개라는 용어다. 좌파는 금칙어라고 눈알을 부라리겠지만, 그게 아니다. 언제 어떻게 대중의 입에서 사용됐고 의미가 변해왔을까부터 파악하는 게 먼저다.
분명한 건 짱개는 표준국어사전에 등재된 한국인의 용어란 점이다. 고려대한국어대사전에도 "우리 동네 옆에는 짱개가 모여 사는 마을이 있다"라는 예문까지 나온다. 당시엔 혐오와 무관했다. 그렇게 중립적인 뜻으로 쓰이다가 지난 30~40년 새 뉘앙스가 확 바뀐다. 어느 순간 중국요리나 중국음식점 그리고 중국인을 가리키는 멸칭(모멸적 호칭)으로 변질됐다.
그게 언어의 특징이다. 시대와 민심 그리고 국가관계가 바뀌면서 뉘앙스도 달라진다. 마누라란 용어가 100년 전만 해도 왕실 내부의 극존칭이었지만, 요즘은 아내를 칭하는 일상어 그것도 비하하는 느낌으로 바뀐 사례를 보라. 또 지금도 우린 기분 나쁠 때 일본인을 쪽바리라고 부른다. 쪽바리에 해당하는 게 태평양전쟁 당시 미국이 일본인을 지칭하는 잽(Jap)이란 말이다. 지금은 아무도 그걸 안 쓴다.
짱개만큼 극심하게 변화를 겪은 용어도 드물다. 1930년대 국내 소설에서는 ‘장궤 왕 서방’이란 식으로 표현했다. 중국인 왕 서방, 그런 평범한 뜻이다. 장궤란 말은 어디에서 왔을까? 당시 가게의 손금고인 장궤(掌櫃)를 관리하는 사람, 즉 점주를 말한다. 구한말인 1882년 임오군란 당시 몰려왔던 중국인 중 일부가 국내 잔류했고, 그들 상당수가 생업으로 음식점·유곽을 경영할 때 조선인은 중국인을 그렇게 불렀다.
그게 1960년대 이후 경음화 현상으로 ‘짱궤’로 발전하다가 현재 ‘짱개’로 굳어졌다는 게 학계 정설이다. 맞다. 짱개란 용어는 험난했던 한중 관계사가 담긴 의미의 블랙박스다. 그 언어엔 아무런 죄가 없다. 있다면 국가관계다. 그걸 민주당 맘대로 처벌하겠다는 건 너무도 유치하고 또 거칠다. 민심의 역풍을 피할 수 없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