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장동 항소포기는 곧 검찰 존재이유 포기
모 언론사 단독 보도로 검찰이 대장동 사건 항소를 포기한 이유가 드러났다.
검찰연구관으로 근무 중인 평검사 10여 명이 노만석 검찰총장 직무대행 집무실을 찾아가 대장동 사건의 항소 포기에 대한 경위 설명 및 거취 표명 등을 요구했다. 노 대행은 항소 포기 과정을 설명하며 "검찰이 처한 어려운 현실과 용산, 법무부와의 관계를 따라야 했다"고 털어놨다고 한다. 검찰 수장이 대통령실과 법무부의 눈치를 봤다는 고백이다.
실제로 법무부가 "항소는 하지 않는 게 좋겠다"는 입장을 대검에 하달한 것도 사실로 전해진다. 정황상 분명히 검찰은 항소할 계획이었다. 피의자들에게 유죄가 선고되긴 했지만, 핵심 쟁점이던 배임액이 인정되지 않아 추징금이 7886억 원에서 400억 원대까지 한참 줄었기 때문이다. 이 금액 차이를 문제 삼아 항소 방침을 세웠고, 수사팀은 결재까지 마쳤다. 결국 법무부가 개입해 검찰의 항소를 저지한 것이나 마찬가지다. 과연 정성호 법무부 장관 개인의 판단이었을까.
이 상황을 지켜본 평검사들이 직접 ‘대검 연구관 의견서’를 작성해 노 대행에게 들고 갔다. 내용은 간단했다. "이번 결정은 검찰의 가장 핵심적인 기능인 공소 유지 의무를 스스로 포기한 결과를 초래했다. 거취 표명을 포함해 합당한 책임을 다하라."
검찰 내부의 마지막 자존심 혹은 양심의 목소리였을까. 항소 포기라는 결정은 단지 이 사건의 절차적 문제를 넘어, 국민의 사법 신뢰와 곧 해체당하게 될 검찰이라는 조직이 앞으로 걸어가야 할 정체성에도 큰 타격을 줄 것이다.
현 정부와 여당은 이미 ‘검찰청 폐지’와 ‘공소청 신설’을 못 박았다. 2026년 10월부로 검찰은 수사권을 완전히 잃고, 공소 유지 업무만 맡게 된다. 민주당에 의해 역사 속으로 사라지는 마당에, 앞으로 쭉 해야 할 공소 업무마저 정의나 신념이 아닌 권력 눈치를 보며 해야 한다는 말이다. 아무리 대행이라지만 검찰의 현재 최고 수장이라는 자가 본인들을 찢어발긴 권력의 발아래를 기며 조직의 존재 이유를 팔아먹었다는 사실이 너무나 참담하다.
지난 정부 시절, 의료계는 자신들의 영역을 지키기 위해 파업과 사직으로 맞서며 저항했다. 그들의 행동에 대한 찬반을 떠나 공안, 특수부로 악인들과 싸워왔다는 검찰 조직이 어떻게 의사 조직의 뒤꿈치도 못 따라가나. 국민은 완벽한 정의는 기대하지도 않는다. 단지 최소한 이 나라에 ‘시스템은 제대로 작동한다’는 믿음이라도 기대했을 것이다. 하지만 이번 검찰의 모습을 통해 그 믿음은 완벽히 무너졌다.
노만석 대행의 말처럼, 그래 "힘들었을 수"도 있다. 그러나 공직자라면 권력의 눈치 때문에 힘들게 아니라 국민의 눈높이에 맞추기 위해 힘이 들더라도 본분을 다했어야 한다. 법무부와 대통령실의 입장 따위나 고려해 법과 정의를 포기한 노 대행은 결자해지해야 한다. 또 검찰에 외압을 행한 법무부와 그 배후까지 확실히 밝혀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