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박스쿨 후폭풍’ 단속하는 교육부, 교실 중립 강화 나섰지만 과연?

학교 밖 교육까지 점검 확대…중립성 어기면 즉각 배제 ‘리박스쿨 사태’ 뒤 강경 대응…與 "교사 정치활동 보장해야" 중립 내세운 단속, "결국 한쪽만 조이는 결과 될 수도"

2025-11-10     강호빈 기자
지난 5일 강원 춘천시 더불어민주당 강원도당 앞에서 열린 ‘공무원·교사 정치기본권 보장 촉구’ 기자회견에서 전국공무원노동조합 강원지역본부·강원교육청지부·강원소방지부, 전국교직원노동조합 강원지부 등 4개 단체가 구호를 외치고 있다. /연합

교육부가 10일 ‘교육 중립성 강화 방안’을 발표했다. 특히 늘봄학교와 방과후학교 등 학교 밖 교육까지 관리 범위를 넓히겠다는 방침이 포함돼, 최근 논란이 된 ‘리박스쿨 사태’를 정면 겨냥한 조치로 해석된다. 반면 더불어민주당은 교사의 정치활동 자유를 보장해야 한다는 입장을 꾸준히 고수하고 있어, 중립성 강화가 자칫 특정 진영의 목소리만 위축시키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교육부는 이날 전국 시·도교육청 부교육감 회의를 열고 ‘교육의 중립성 확립 방안’을 확정했다고 밝혔다. 이번 대책은 국정감사와 언론 보도 등을 통해 지적된 일부 강사의 정치 편향 교육 사례에 대응하기 위한 조치다. 정규 교육과정에 참여하는 외부 강사에 대해 채용 단계부터 ‘정치적 중립성 준수 의무’를 명확히 고지하고, 담당 교원이 강의 내용을 사전 점검하도록 했다. 중립성 위반이 확인되면 즉각 수업 배제와 계약 해지 조치를 내릴 수 있도록 했다.

또한 교육부는 방과후학교·늘봄학교 등 학교 밖 교육 영역에도 동일한 기준을 적용하기로 했다. 관련 법 개정을 통해 중립성 준수 의무를 계약서에 명시하고, 위반 시 계약 해지가 가능하도록 하는 규정을 신설한다는 계획이다. 등록 대안교육기관과 미인가·미등록 교육시설 등 사각지대에 대한 관리·감독도 강화한다. 폐쇄 명령을 이행하지 않을 경우 이행강제금을 부과하는 등 실효적 제재 수단을 마련한다는 방침이다.

최은옥 교육부 차관은 "모든 청소년이 올바른 가치관과 균형 잡힌 시각을 기를 수 있도록 교육은 중립적으로 이뤄져야 한다"며 "학교 내 강사뿐 아니라 학교 밖 교육기관도 엄정히 관리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이번 조치가 ‘리박스쿨 사태’ 이후 보수 진영을 향한 과잉 대응으로 비칠 소지가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리박스쿨은 여론조작 댓글팀 운영 논란과 늘봄학교 강사 채용 과정에서의 특혜 의혹이 제기된 단체로, 교육부의 이번 방안이 그 여파를 의식해 보수 성향 강사들의 활동을 위축시키는 방향으로 작동할 가능성이 있다는 우려다.

이런 가운데 더불어민주당은 교사의 정치활동 보장을 강하게 주장하고 있다. 정청래 대표는 지난 5일 국회 앞 공무원노조 농성장을 찾아 "교사는 페이스북에 ‘좋아요’를 누를 수도 없고 정치인 후원도 할 수 없는 현실"이라며 "헌법상 표현의 자유가 지나치게 억압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 법이 통과된다고 해서 교실 안에서 정치 선동을 하는 건 아니다"며 "교사도 시민으로서 정치적 표현의 자유를 누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민주당은 현재 교사와 공무원의 정치활동 일부를 허용하는 ‘교육공무원법·국가공무원법 개정안’을 추진 중이다. 이재명 대통령 역시 대선 당시 교사·공무원의 정치활동 보장을 공약한 바 있다. 현재 공무원노조는 정치기본권 회복을 요구하며 국회 앞에서 40일 넘게 천막 농성을 이어가고 있고, 관련 광고를 관공서에 송출하는 등 여론전을 벌이고 있다.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 5일 서울 여의도 국회 앞 전국공무원노조 농성장을 찾아 이해준 위원장을 비롯한 노조 관계자들과 대화하고 있다. /연합

문제는 이런 여당의 입법 추진이 현실과 거리가 있다는 점이다. 김용태 국민의힘 의원이 지난 7일 교육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교사의 정치적 발언으로 제기된 민원은 2021년 4건에서 올해 9월 기준 75건으로 5년 새 18배 이상 늘었다. 고등학교에서 가장 많은 35건의 민원이 제기됐고, 중학교 18건, 초등학교 17건이 뒤를 이었다

현행 교육기본법 제6조는 ‘교육이 정치적·파당적 또는 개인의 편견을 전파하기 위한 방편으로 이용돼서는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지만, 교단의 정치화는 이미 진행형이다. 최근 경기도의 한 고등학교에서는 수업 중 윤석열 전 대통령을 비하하고 지지자들을 극우로 몰아가는 발언이 나와 논란이 되기도 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교육 관계자는 "요즘 현장 교사들은 무엇을 말해도 정치로 해석되는 분위기라 수업 자체가 위축되고 있다"며 "중립성 강화를 내세웠으나, 리박스쿨을 계기로 삼은 이번 대책이 자칫 한쪽 진영만 조이는 결과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