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정의...평검사부터 검사장까지 "이건 아니다"

대장동 항소 포기 '검란'으로 "노만석 총장은 물러나라" 검찰은 아직 죽지 않았다

2025-11-10     조남현 기자
정성호 법무부 장관이 10일 정부과천청사 법무부로 출근하며 검찰의 ‘대장동 항소 포기’ 결정과 관련한 입장을 밝히고 있다. /연합

검찰의 대장동 개발 비리 민간사업자 1심 항소 포기가 거센 내부 반발을 불러일으키면서 ‘검란’ 형국으로 치닫고 있다.

박재억 수원지검장 등 일선 지검장 18명은 10일 공동명의로 검찰 내부망 이프로스에 글을 올려 항소 포기를 지시한 노만석 검찰총장 권한대행에게 "경위와 법리적 이유에 대한 상세한 설명을 하라"고 요구했다.

지검장들은 "대장동 개발 비리 의혹 사건의 1심 판결에 대한 검찰총장 권한대행의 항소 포기 지시를 두고 검찰 내부뿐만 아니라 온 나라가 큰 논란에 휩싸였다"며 "서울중앙지검장은 명백히 항소 의견이었으나, 검찰총장 권한대행의 지시를 존중해 수사팀에 항소 포기를 지시했고 항소 의견을 관철하지 못한 책임을 지고 사직한다는 입장을 밝혔다"고 지적했다.

지검장들은 노 권한대행이 전날 자신의 책임하에 항소 포기 결정을 내렸다고 해명한 데 대해 "권한대행이 밝힌 입장은 항소 포기의 구체적인 경위와 법리적 이유가 전혀 포함되지 않아 납득이 되지 않는다"며 "항소 포기 지시에 이른 경위와 법리적 근거에 대한 상세한 설명을 다시 요청한다"고 노 대행을 압박했다.

앞서 대장동 사건 수사·공판을 담당했던 김영석 대검찰청 감찰1과 검사는 9일 이프로스에 올린 글에서 "검찰 역사상 일부 무죄가 선고되고 엄청난 금액의 추징이 선고되지 않은 사건에서 항소 포기를 한 전례가 있었나"라며 검찰의 항소 포기 결정으로 민간업자들에게 수천억 원 상당의 범죄수익을 안겼다고 직격했다.

검찰은 1심에서 피고인들이 총 7886억 원의 부당이득을 취했다며 전액 추징을 요구했지만, 1심은 정확한 손해액 산정이 불가능하다는 이유 등으로 뇌물액 473억3200만 원만 추징했다. 항소 포기로 2심에서 어떤 결과가 나와도 추징할 수 있는 범죄수익 상한은 473억원으로 막히게 된 것이다.

이런 가운데 대검찰청 소속 검찰연구관 전원이 10일 노 검찰총장 직무대행의 사퇴를 요구하는 입장문을 냈다. 검사장들에 이어 평검사들까지 노 대행에 책임을 따지고 나선 것이다.

이들은 "이번 항소 포기 결정은 검찰의 가장 핵심적인 기능인 공소 유지 의무를 스스로 포기한 결과를 초래했다"며 "이에 거취 표명을 포함한 합당한 책임을 다하시기를 요구한다"고 했다. 사실상 사퇴 압박을 한 것이다.

항소 포기 지시 의혹을 받는 정성호 법무부 장관의 해명도 설득력을 얻지 못하고 있다.

정 장관은 10일 출근길 도어스테핑에서 법무부가 대검찰청에 지시를 하거나 지침을 주었는지와 관련해 "다양한 보고를 받지만, 지침을 준 바는 없다"며 "여러 가지를 고려해 합리적으로 판단하라는 정도의 의사표현을 했다"고 해명했다.

그러면서도 "항소를 안 해도 문제가 없다고 판단했다"고 말해 지침을 준 바 없다는 말을 무색하게 만들었다.

노 직무대행이 이날 출근길에서 ‘법무부 장·차관으로부터 항소를 포기하라는 지시를 받았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다음에 말씀드리겠다"며 즉답을 피한 사실도 정 장관의 지시나 지침의 근거로 풀이된다.

정 장관의 직간접 지시나 지침이 없었다면 노 직무대행이 즉답을 피할 이유가 없을 것이라는 점에서다.

한편, 검찰 내부 반발이 격해지자 민주당이 검찰 반격에 나섰다.

김병기 민주당 원내대표는 10일 국회 본청 당대표회의실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검찰 반발에 대해 "정치 검찰의 항명과 조작 기소 의혹을 반드시 진상 규명할 것"이라며 "국정조사, 청문회, 특검 등 가능한 모든 수단을 동원하겠다"고 밝혔다.

전현희 최고위원도 "법무부는 무관용 원칙으로 공무원 신분을 망각한 정치 검사들에 대해서 즉각 감찰에 나설 것을 요청드린다"고 말했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민주당이 대장동 개발 비리와 이재명 대통령이 무관하다면서 대장동 일당을 옹호하는 까닭이 뭐냐"는 소리가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