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카이치, 대만 발언에...주일 中외교관 "목 베겠다" 막말 논란

2025-11-10     정수현 기자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가 10일 중의원(하원) 예산위원회에서 의원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연합

일본 주재 중국 외교관이 ‘대만 유사시 일본의 집단자위권 행사’ 발언과 관련해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를 겨냥해 "더러운 목을 베겠다"는 극단적인 표현을 썼다. 안 그래도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크게 나빠진 중일관계가 최악의 상황으로 치닫는 모습이다.

10일 산케이신문과 마이니치신문 등에 따르면, 쉐젠 주오사카 중국 총영사는 지난 8일 자신의 엑스 계정에 다카이치 총리의 발언 기사 주소를 게시하며 일본어로 "제멋대로 끼어든 그 더러운 목은 순간의 망설임도 없이 베어버릴 수밖에 없다"고 적었다.

쉐 총영사는 이후 이 글을 삭제했으나 일본의 많은 누리꾼이 그의 계정에 항의 댓글을 다는가 하면 해당 글을 캡처한 사진을 게시하며 분노를 표했다. 일본 외무성은 주일 중국대사관 측에 강하게 항의했다.

쉐 총영사는 9일에도 "‘대만 유사는 일본 유사’는 일본의 일부 머리 나쁜 정치인이 선택하려는 ‘죽음의 길’"이라고도 비난했다. 그는 다카이치 총리 발언에 대해선 "일본 헌법은 차치하더라도 중일평화우호조약의 법적 의무를 위반하고 제2차 세계대전 승리의 성과 중 하나인 대만의 중국 복귀를 무시하는 것"이라며 "패전국으로서 이행해야 할 승복 의무를 저버린 매우 무모한 시도"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아무쪼록 최저한의 이성과 준법정신을 회복해 이성적으로 대만 문제를 생각하고 패전과 같은 민족적 궤멸을 당하는 일을 다시 겪지 않기를 바란다"고 강조했다.

쉐 총영사는 지난해 10월 중의원 선거 직전에도 야당 지지 성격의 글을 올렸다가 논란을 초래한 바 있다. 2021년 부임한 이후 중의원 의원들에게 대만과의 모든 관계를 끊으라고 요구하기도 했다.

앞서 강경 보수 성향으로 알려진 다카이치 총리는 지난 7일 중의원에서 대만 유사시 일본이 집단 자위권을 행사할 수 있는 ‘존립위기 사태’에 해당할 수 있다고 발언했다. 일본 현직 총리가 공식적으로 이같이 발언한 건 처음이다.

존립위기 사태는 2015년 아베 신조 정권이 제정한 안전보장관련법에 신설된 개념이다. 밀접한 관계의 타국이 공격받아 일본의 존립이 위협받고 국민의 기본권이 근본적으로 침해될 명백한 위험이 있을 때를 의미한다.

다카이치 총리는 지난해 9월 자민당 총재 선거 당시에도 중국이 대만을 상대로 해상 봉쇄를 강행할 경우 존립위기 사태가 될 수 있다고 밝혔다. 그는 지난 4월 국회의원 신분으로 대만을 방문하는 등 친대만 행보를 이어왔다.

한편 중일관계는 역사적 배경, 외교적 갈등, 국민감정 변화와 맞물려 악화 일로를 걸어왔다. 특히 2020년 이후 일본의 코로나19 관련 입국 제한, 미국의 대중국 포위망 동참, 신냉전 구도 속에서 양국 국민감정이 극도로 나빠졌다.

최근에는 APEC을 계기로 지난달 31일 경주에서 열린 중일정상회담 이후 더욱 악화됐다. 대부분 외교 전문가들은 중일관계에 대해 구조적 갈등과 상호 신뢰 부족, 국내 정치 변수 등으로 인해 단기간 내 개선이 난망하다고 분석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