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싱턴통신] 만만치않은 무슬림 뉴욕시장의 앞날
미셸 우엘벡의 소설 ‘복종’(Soumission)은 2022년 프랑스 대선에서 무슬림 후보가 당선되고, 프랑스가 급속히 이슬람화하는 가상의 미래를 그리고 있다.
2015년 발표된 이 소설에서는 이슬람박애당 소속의 모하메드 벤 아베스가 이슬람화한 프랑스의 첫 무슬림 대통령이 된다. 소설은 무슬림 대통령 당선 이후 프랑스의 사회·문화,교육 등이 이슬람화하는 과정을 묘사하며, 주인공의 삶을 통해 프랑스 사회의 변화를 보여준다. 소설은 출간 이후부터 최근까지도 프랑스 사회의 이슬람화에 대한 첨예한 논쟁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무슬림 후보가 미국 최대 도시 뉴욕의 시장에 당선되면서 미국은 물론 세계의 관심이 집중됐다. 조란 맘다니 뉴욕시장 당선은 진보적 틀 안에서 마르크스주의와 이슬람주의 요소를 융합한 미국 도시 정치의 이념적 전환을 의미한다. 그의 승리는 미국 정치·사회, 뉴욕시 행정, 대외 관계에 영향을 미치며 국내외적 반응을 불러일으켰다.
맘다니의 승리는 단순히 하나의 정치적 사건이 아니라 미국의 정치 지형에 부인할 수 없는 균열이 생겼음을 시사한다. 그의 당선은 전국적 차원에서 민주당에 중대한 전환점으로 여겨지며, 트럼프 시대 공화당에 맞서는 당의 입장을 재편할 가능성을 내포한다. 일부는 그의 승리를 의료보험·임금 보호·교육 등 진보적 정책을 미국 전역에 확대하려는 광범위한 움직임의 일부로 해석한다.
뉴욕시를 포함해 전국의 많은 민주당원은 당의 현 지도부에 환멸을 느끼며 새롭고 다양한 목소리를 찾고 있다. 맘다니가 바로 그 역할을 수행한다. 그의 선거 운동은 젊은 층과 첫 투표자들을 동원함으로써 민주당 기성세력에 대한 이변을 일으키는 데 성공했다. 생활비 부담 같은 핵심 경제 문제에 집중한 그의 접근은 노동 계층 유권자들의 공감을 얻었다.
맘다니의 승리는 정치인들로부터 지지와 반대를 동시에 받았다. 알렉산드리아 오카시오 코르테즈와 버니 샌더스 같은 인사들은 맘다니를 지지하며 진보적 이상이 승리했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맘다니를 비난하며, 그가 당선될 경우 뉴욕시에 연방자금 지원을 중단하겠다고 위협했다. 공화당은 그의 좌파 정책과 배경이 향후 선거에서 중도 유권자들의 이탈을 초래할 것이라는 기대를 드러냈다.
정치적 입장과 소속 정당 관계로 인해 맘다니의 당선은 미국·이스라엘 및 서구 민주주의 국가들에 광범위한 함의를 지닌다. 특히 이스라엘 지도자들은 이번 선거 결과를 비난했다. 한 장관은 유대계 뉴욕 주민들에게 이스라엘로 이주할 것을 권유하기도 했다. 반유대주의 반대연맹(ADL)은 그가 이스라엘에 대한 적대감을 보인다는 이유로 그의 행정부를 감시하겠다고 발표했다. 맘다니의 정치적 네트워크에는 극좌 및 반시온주의 활동가들과의 연관성이 입증된 개인과 단체들이 포함됐다.
맘다니는 1892년 이후 뉴욕시 최연소 시장이자 최초의 무슬림 시장, 아프리카 출생 최초의 시장이다. 세간의 주목을 받으며 뉴욕시장이 된 그는 앞으로 성공과 실패가 극명하게 드러날 전망이다. 그에게 닥친 주요 과제로는 트럼프 대통령 및 연방정부와의 잠재적 적대 관계 조정, 지역 내 입법 갈등 해결, 복잡한 도시 관료제 관리 등이 있다. 무료 보육 서비스, 대중교통 확대, 자유 시장 시스템에 대한 정부 개입 등을 포함한 그의 야심찬 정책은 상당한 자금과 정치적 의지를 필요로 한다.
맘다니는 취임과 동시에 그의 정책에 대한 높은 기대와 함께 상당한 도전과 감시에 직면하게 될 것이다. 예를 들어 그의 핵심 공약인 고소득자 세금 인상에 대해서는 이미 뉴욕 주지사가 반대 의사를 밝힌 바 있다. 자신의 선거공약과 실질적인 정책 사이의 간극을 메우고, 대규모 비전과 현장 문제 사이의 균형을 맞추는 것은 예상보다 매우 어려울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