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팩트시트' 발표 차일피일..."정부, 또다시 양치기 소년이 되고있다"
한미 간 ‘조인트 팩트시트’(Joint Factsheet·공동 설명자료) 발표가 예상보다 지연되면서 그 배경에 대한 여러 억측이 나오고 있다. 대통령실과 국방부는 곧 발표될 것이라고 밝히지만 국민의힘을 중심으로 한 비판과 함께 국민들의 우려 섞인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9일 대통령실과 여당에 따르면, 새로운 한 주를 맞기 전 팩트시트 발표가 이뤄질 것으로 전망됐던 상황에서 안보 부문의 추가 의견조율 필요성으로 인해 당초 예상보다 발표 시점이 늦춰지게 됐다.
거기다 대통령실과 정부가 팩트시트 발표와 관련해 엇박자를 보이는 상황까지 연출되자 국민의힘에서는 "이재명 대통령과 정부에 대한 신뢰를 스스로 무너뜨리고 있다"고 비판했다. 송언석 원내대표는 "근본적으로 3500억 달러라는 우리 GDP 대비 너무 큰 액수를 덜컥 합의한 원죄로 인해 우리 경제에 두고두고 악영향을 미칠 우려가 있다"면서 "정부가 또다시 양치기 소년이 되고 있다"고 쏘아붙였다.
현재로선 팩트시트 발표 지연 이유로는 관세 문제보다는 원자력추진 잠수함을 포함한 안보 문제에 있어 미국 내 관계기관의 검토가 길어지고 있기 때문으로 추측된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최근 "안보 분야 일부 문안 조정이 필요해서 논의가 지연되는 것"이라며 "지금까지는 통상 무역 분야에 문제시되는 건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정부가 원잠의 건조 방법이나 장소 등과 관련해 선체와 원자로는 국내에서 만들고, 핵연료는 미국으로부터 받는 것을 전제로 논의가 이뤄졌다고 밝혔으나 미국 측에서는 아무런 설명이 없다.
백악관 홈페이지 내 팩트시트 코너에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한국을 국빈 방문하면서 10억 달러 규모의 거래를 성사시켰다는 10월 29일자 게시글이 한국 관련 마지막 글이다.
특히 핵 비확산 기조인 미국 에너지부 등 관계기관 간 원잠을 둘러싼 이견이 존재하는 것으로도 알려져 미국 측이 추가 요구 조건을 내걸 수 있다는 예측까지 나온다.
거기다 이재명 대통령이 10일 대통령실에서 예정됐던 삼성, SK, 현대자동차, LG 등 주요 그룹 총수와의 회동을 전격 취소하면서 팩트시트 발표가 기약 없이 장기화되는 것 아니냐는 소리까지 나오고 있다.
이런 중에도 대통령실과 국방부는 희망 섞인 목소리를 내고 있지만 그 진위에 대한 의구심은 지우지 못하고 있다.
강훈식 대통령 비서실장은 지난 6일 국회 운영위원회 국정감사에서 "팩트시트 협상이 막바지 단계에 있다"고 밝혔다. 안규백 국방장관도 8일 KBS 일요진단에 출연해 "원잠 건조 문제가 새로 대두되면서 미국 정부 내 각 부처 간 조율하는 데 시간이 필요한 거 같다"며 "팩트시트가 금명간 나올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결국 이런저런 상황을 종합할 때 팩트시트의 구체적 발표 시점은 현재로선 예측하기 어려워 보인다. 이는 정부 관계자의 "단정적으로 말하기 어렵고, 단지 다시 협의를 해나가는 과정에 있는 것"이라는 말에서도 충분히 읽힌다. 한 정부 관계자는 "(팩트시트 발표 지연에 대한) 우려를 잘 알고 있지만 시점보다는 결과가 중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