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증시 매력 잃었나...외국인, 지난 주 코스피 7.2조 팔아치워
최근 코스피가 미국발 ‘인공지능(AI) 거품론’ 등에 휘청인 가운데 외국인이 ‘셀 코리아’에 나서면서 코스피 시장 외국인 순매도액이 지난 주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외국인이 7조원 넘게 순매도에 나서면서 달러 대비 원화 가치는 한 주 사이 2%나 하락, 주요국 통화 중 절하율 1위를 기록했다.
9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달 첫째 주(3∼7일) 외국인의 코스피 시장 순매도액은 7조2640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주간 외국인 코스피 순매도액 기준 역대 가장 많은 규모다. 직전 역대 1위 기록은 지난 2021년 8월 둘째주(9∼13일) 기록한 7조454억원이었다. 2021년 8월 당시 외국인은 원·달러 환율 급등과 반도체 D램 가격 하락 우려가 촉발한 업황 불확실성에 반도체주를 중심으로 대거 ‘팔자’에 나선 바 있다.
이번주 일별로 보면 외국인은 지난 3일 이후 7일까지 5거래일 연속 순매도세를 나타냈다. 3일 7950억원 수준이던 순매도액은 4일과 5일에는 각각 2조원대로 급증했으며, 6일과 7일에는 각각 1조7000억원, 4550억원 순매도했다. 특히 지난 4일 순매도액(2조2280억원)은 일별 기준 2021년 8월 13일(2조6990억원) 이후 4년 3개월 만에 최대를 기록했다.
그간 코스피 오름폭이 컸던 데 따른 고점 부담이 누적된 데다, ‘인공지능(AI) 거품론’에 따른 미국 기술주 급락에 투자 심리가 위축된 점이 외국인의 매도세를 자극한 것으로 보인다. 외국인의 매도세에 코스피가 휘청이면서 이달 들어 코스피는 3.7% 하락했다. 특히 지난 5일에는 2.8% 넘게 급락하며 프로그램매도호가 일시효력정지(사이드카)가 발동되기도 했다.
외국인의 순매도세는 대형 반도체주에 대거 쏠린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주 외국인이 가장 많이 판 종목은 SK하이닉스로 3조7150억원어치 순매도했다. 삼성전자도 1조5030억원어치 순매도하며 두 번째로 많이 팔았다. 외국인의 코스피 시장 전체 순매도액의 72%가 이들 두 종목에 쏠렸다. 반면 LG씨엔에스는 1940억원 순매수하며 가장 많이 담았으며 뒤이어 SK스퀘어(1790억원), LG이노텍(690억원), 이수페타시스(490억원), 하이브(480억원) 등 순으로 많이 순매수했다.
증권가에서는 당분간 증시 상승 모멘텀이 부재한 가운데 외국인의 매도세가 지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 정해창 대신증권 연구원은 "미국 연방정부 셧다운(일시적 업무정지) 기간이 역대 최장 기간을 경신하면서 경제 영향의 불확실성이 증가한 상황"이라며 "상대적으로 상승 모멘텀과 기대감이 부재한 상황으로 당분간 매물 소화 과정은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라고 내다봤다.
원·달러 환율 상승세가 이어지는 점도 외국인의 투자 심리를 위축시키는 요인이다. 서울외환시장에 따르면 지난 7일 원·달러 환율의 야간 거래 종가는 전주보다 28.5원 뛴 1461.5원을 기록했다. 지난 4월 9일(1472.0원) 이후 7개월래 최고치다. 원화는 지난주 주요국 통화 중에서도 가장 약세였다.
이성훈 키움증권 연구원은 "최근 원·달러 환율이 1450원대까지 근접해 상방 압력이 가중되는 상황에서 외국인의 수급 방향이 일시에 반전되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미국 연방 정부 셧다운 해소 여부, 10월 미국 소비자물가지수(CPI), 엔비디아 실적 등의 일정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