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ASA, 쌍둥이 위성 ‘ESCAPADE’ 발사… 화성 유인탐사 시대 열 첫걸음

2025-11-09     양철승 기자
‘에스커페이드(ESCAPADE)’의 쌍둥이 탐사 위성은 화성의 상층 대기와 이온층, 자기장을 3D로 매핑하며 태양풍의 영향을 정밀 분석하게 된다. 이 데이터는 화성 유인 탐사와 미래의 화성 정착을 가능케 할 초석이 될 수 있다. /NASA

미국 항공우주국(NASA)의 쌍둥이 화성 탐사 위성 ‘에스커페이드(ESCAPADE)’가 10일(한국시간) 플로리다 케이프커내버럴에서 제프 베이조스가 이끄는 블루오리진의 신형 로켓 ‘뉴 글렌(New Glenn)’에 실려 발사된다.

ESCAPADE는 2인 1조로 이뤄진 NASA의 첫 쌍둥이 위성으로, 단순한 화성 탐사 프로젝트를 넘어 인류 화성 진출의 초석을 놓는 임무라는 점에서 큰 주목을 받고 있다.

UC버클리 로버트 릴리스 박사팀이 주도하는 ESCAPADE는 두 개의 동일한 위성 ‘블루(Blue)’와 ‘골드(Gold)’로 구성돼 있다. UC버클리의 상징색에서 이름을 따온 두 위성은 오는 2027년 초 화성 궤도에 진입해 화성의 상층 대기, 이온층, 자기장을 3D 매핑할 예정이다.

‘에스커페이드(ESCAPADE)’의 쌍둥이 탐사 위성은 화성의 상층 대기와 이온층, 자기장을 3D로 매핑하며 태양풍의 영향을 정밀 분석하게 된다. 이 데이터는 화성 유인 탐사와 미래의 화성 정착을 가능케 할 초석이 될 수 있다. /NASA

블루와 골드는 같은 로켓에 실려 발사됐지만, 화성 궤도에 도착하면 서로 다른 궤도와 위치에서 관측을 수행한다. 이를 통해 화성 자기권에서 일어나는 입자 흐름과 태양이 방출하는 고에너지 입자(태양풍)의 영향을 동시에 입체적으로 분석한다.

릴리스 박사는 "ESCAPADE는 태양풍이 화성 대기를 어떻게 침식시키는지, 그리고 그 과정이 인간의 탐사와 생존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를 이해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우리는 태양폭풍이 언제, 어떤 방식으로 화성 표면과 궤도의 우주인을 위협할지를 예측할 수 있을 만큼 우주기상 시스템을 정밀하게 관측하려 한다"고 설명했다.

실제 인간이 화성에 발을 딛기 위해선 태양풍의 영향을 정확히 이해해야 한다. 화성은 지구와 달리 자기장이 거의 없어 태양풍과 복사선이 대기와 지표를 직접 때리고 있기 때문이다. NASA의 화성 탐사 로버 ‘큐리오시티’는 하루에만 평소 은하 복사선의 100일치에 해당하는 방사선을 측정하기도 했다. 태양풍은 위성 통신과 항법 시스템을 교란하고, 지구의 전력망을 마비시킬 정도로 강력하며, 화성에서는 그 위험이 훨씬 직접적이다.

‘에스커페이드(ESCAPADE)’의 쌍둥이 탐사 위성은 화성의 상층 대기와 이온층, 자기장을 3D로 매핑하며 태양풍의 영향을 정밀 분석하게 된다. 이 데이터는 화성 유인 탐사와 미래의 화성 정착을 가능케 할 초석이 될 수 있다. /NASA

이런 환경은 인간의 화성 탐사와 정착에 치명적 장애물이 된다. 이에 ESCAPADE는 쌍둥이 위성의 동시 관측을 통해 태양풍이 화성의 상층 대기를 어떻게 벗겨내는지 실시간으로 파악할 예정이다. 릴리스 박사는 "화성에는 국지적 자기장이 존재하며, 일부 지역에선 태양풍을 1500km까지 밀어낼 정도로 강력하다"며 "이 자기장이 대기 손실을 얼마나 억제하고, 또 통신 신호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를 규명하는 것이 핵심 목표 중 하나"라고 밝혔다.

즉 이번 임무에서 확보된 데이터는 향후 화성 궤도나 표면에서 활동하는 우주인을 위한 조기 경보 시스템의 기반이 되는 동시에 태양 방사선 폭풍으로부터 화성 탐사선을 보호할 첫걸음이 될 수 있다. 또한 NASA는 ESCAPADE 임무가 ‘우주기상 예측’이라는 새로운 분야를 열 것으로도 기대하고 있다.

아울러 ESCAPADE는 화성의 이온층 변화도 관측한다. 이온층은 화성 통신 시스템의 ‘보이지 않는 거울’ 역할을 할 수 있다. 전파가 이온층에서 반사되면, 탐사 로버나 기지 간의 장거리 통신이 가능해진다. 릴리스 박사는 "이온층의 변화를 이해하면 화성에서 안정적인 통신과 항법이 가능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2025년 9월 NASA ‘ESCAPADE’ 프로젝트의 엔지니어들이 미국 플로리다주 티투스빌의 한 우주시설 클린룸에서 쌍둥이 위성 ‘블루’와 ‘골드’를 살펴보고 있다. /UC 버클리

지구를 출발해 화성까지 날아가는 ESCAPADE의 여정은 그 자체로도 큰 의미를 가진다. 지금껏 단 한 번도 시도하지 않은 궤적을 채택한 까닭이다. 실제 두 위성은 발사 후 지구와 태양의 중력이 상쇄되는 라그랑주점으로 향한다. 그곳에서 1년간 타원궤도를 돌다가 2026년 말 지구 중력의 도움을 받아 화성으로 날아간다.

NASA는 이 방식을 통해 향후 대규모 유인 화성 탐사에 필요한 이른바 ‘유연한 발사 궤도’를 검증하고자 한다. 기존의 ‘호만 전이 궤도(Hohmann Transfer)’는 연료 효율이 뛰어나지만, 지구와 화성이 근접하는 26개월마다 단 몇 주간만 발사가 가능하다는 한계가 있다.

릴리스 박사는 "인류가 화성에 정착하는 미래에는 수백 대의 유·무인 우주선들이 화성을 향해야 할 것"이라며 "ESCAPADE가 개척할 유연한 궤도는 이런 탐사선들이 여러 달에 걸쳐 줄지어 출발할 수 있는 가능성을 열어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화성은 여전히 인간에게 가장 현실적인 다음 정착지"라며 "ESCAPADE는 그 길을 조금 더 넓히는 첫걸음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ESCAPADE’ 프로젝트를 이끄는 UC 버클리의 로버트 릴리스 박사(왼쪽)가 프로젝트 매니저인 데이비드 커티스 박사와 함께 쌍둥이 탐사 위성 앞에 서 있다. /UC 버클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