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양투시경] 정동영 ‘평화적 두 국가론’은 국민 호도 언어유희
지난 3일 취임 100일을 맞은 정동영 통일부장관과 주간조선이 인터뷰를 가졌다. 이 자리에서 정 장관은 최근 독일 방문 중 주창해 보수 진영의 반발을 불러온 ‘평화적 두 국가론’에 관해 입을 열었다. 정 장관은 "남북 관계는 원효대사가 말한 불일불이(不一不二)의 관계"라며 "하나이면서도 하나가 아니고, 둘이면서도 둘이 아니다"라고 자신의 소신을 굽히지 않았다.
정 장관은 이어 (김정은이 주장하는) 적대적 두 국가는 평화와 공존이 불가능한 만큼 허구적이라면서, ‘평화적 두 국가론’은 기본적으로 상호인정과 존중을 전제로 성립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더불어 "평화적 두 국가론은 북한을 사실상 국가로 인정한 노태우 정부의 UN 동시 가입·남북기본합의서, 김영삼 정부의 민족공동체통일방안 등 역대 보수 정부와 다르지 않다"면서 "김정은 위원장이 밝힌 ‘적대적’이 아닌 ‘평화적’ 관계로 조속히 바꾸는 일이 시급하다"고도 강조했다.
하지만 이는 국민을 호도하는 언어의 유희일 뿐이다. ‘무엇이 하나이면서도 하나가 아니고 무엇이 둘이면서도 둘이 아닌지’ 그 개념이 모호하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김정은이 과연 진정성을 가지고 상대방을 인정하고 존중하는 대화 마당에 나설 것인가이다. 정 장관은 이번 인터뷰에 앞서 10월 16일 열린 국회 대정부 질문에서 박충권 국민의힘 의원과 대북 정책을 두고 설전을 벌인 바 있다.
박 의원이 "북한이 체제 위협을 느끼고 있느냐"고 질의하자, 정 장관은 "북에게는 대한민국 자체가 최대 위협"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북한의 GDP가 40조인데 대한민국의 GDP는 2000조다. 남한의 존재 자체가 그들에게는 위협"이라고 답했다.
1972년까지만 해도 북한의 총량적 경제 규모는 한국보다 우위에 있었다. 그런데 김일성으로부터 3대에 걸친 80년 간 김씨 통치를 거치면서, 북한 경제는 대한민국의 1/50 수준으로 몰락했다. 이는 전적으로 주민 생활은 외면한 채, 대남 무력 점령 정책을 추진한 결과다. 이는 그들 체제가 잘못됐음을 자인한 것이나 다름없다.
다음으로 김정은으로 하여금 대화에 나서게 할 마땅한 레버리지가 없다. 정 장관은 김정은에게 "북한 정권 수립 이후 해리 트루먼 등 미국 대통령만 15명이 바뀌었다. 그중 13명은 북한을 불량국가로 규정하고 북한 지도자를 인정하지 않았다. 트럼프만 유일하게 북한 지도자를 대등한 협상 파트너로 인정했다. 북한도 우리도 트럼프의 남은 임기 3년을 결코 놓치면 안 된다"고 충고했다. 결국 미국을 활용한 통일 정책을 추진하겠다는 의도다. 하지만 김정은이 호응하지 않는 한 성사가 불투명하다.
김씨 정권은 저들이 주장해 온 연방제에 의한 제도 통일을 비롯해 어떤 형식의 평화 통일이든,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이라는 국체의 소멸이 아니라 정권의 몰락으로 인식하고 있다. 평화 통일은 전체 남북 구성원의 선택과 합의에 따라 이루어진다. 따라서 정당성을 결여한 김씨 정권은 퇴출당할 수밖에 없다. 김정은은 이를 명확히 인식하고 있다. 이 때문에 선대의 통일 정책을 폐기한 것이다.
광복과 더불어 분단국 상태가 된 지 벌써 80년이다. 지구상에서 유일하다는, 결코 자랑스럽지 못한 오명이다. 문제는 김정은을 회유하기 위해 어떤 송양지인(宋襄之仁)을 발휘하더라도 저들에게는 우이독경(牛耳讀經)이라는 것이다. 오히려 자신들의 정책이 올바른 줄 착각하고 양양(揚揚)해 할 뿐이다.
이 같은 북한 체제의 본질을 통찰, 김정은이 진정성을 가지고 한반도 평화를 위한 대화와 접촉에 나설 수 있도록 그에 걸맞는 대북 전략을 수립해야 한다. ‘한 번 찔러보는’식 대북 정책(제의)은 분단 상태를 연장할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