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신용 회사 하이일드 회사채 발행 비중 3%대로 ‘뚝’

2025-11-06     채수종 기자
국내 회사채 발행시장 신용등급별 비중. /나이스신용평가

국내 회사채 발행시장에서 신용등급 BBB+ 이하 기업이 발행하는 하이일드 채권이 차지하는 비중이 꾸준히 줄어들면서 올해 3%대 수준까지 떨어졌다. 한때는 전체 회사채 발행 중 3분의 1가량이 하이일드 채권이었으나 수요층이 얇아지며 발행 비중이 급감했다.

이에 따라 중신용 기업들이 회사채 시장에서 자금을 조달할 길이 사실상 막혔다는 지적이다. 하이일드 채권은 신용 등급이 상대적으로 낮은 회사가 발행한 채권으로 신용도가 우량한 채권보다 투자 리스크가 큰 대신 높은 금리를 주기 때문에 고수익·고위험의 특성을 갖는다.

6일 나이스신용평가에 따르면 국내에서 발행된 전체 회사채에서 신용등급 BBB+ 이하가 차지하는 연간 비중은 올해(1∼7월) 3.3%로 집계됐다. AA등급대(AA+∼AA-)의 비중이 60.3%로 가장 컸다. A등급대(A+∼A-)가 19.1%, AAA등급대(AAA+∼AAA-)가 17.3%로 그다음을 이었다. 하이일드 채권의 발행 비중은 지난 2006년 기준 36.2%에 달하기도 했으나,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기점으로 크게 꺾여 이후 꾸준히 축소됐다. 반면 미국은 지난해 회사채 발행시장에서 하이일드 채권의 비중이 약 54%였다.

국내의 하이일드 채권 수요층이 극히 제한적인 것이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이론적으로는 BBB-까지 투자등급이고, BB+ 이하가 투기등급으로 분류된다.

그러나 국내에서는 AAA∼A등급대는 증권사·자산운용사·연기금·보험 등 다양한 기관의 수요가 분산돼 있는 반면, BBB등급대부터는 수요층이 확연히 줄어든다. 개인투자자를 대상으로 한 증권사 리테일 부문이나 하이일드 펀드 정도가 전부다.

과거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신용 경색 등을 겪으며 기관 투자자들의 내부 투자기준이 보수화된 영향이 크다. 여기에 지난해 말 하이일드 펀드 분리과세 혜택마저 끝나면서 관련 펀드 설정액 규모가 감소해 수요의 한 축이 취약해졌다.

강원구 나이스신용평가 수석연구원은 "BBB급 채권에 대한 시장 내 수요가 제한적이고 시장에서도 높은 신용 프리미엄을 요구하다 보니, 중신용 기업들로서는 은행 대출 대신 회사채 시장에서 자금을 조달할 방법이 사라진 상황"이라고 말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정부가 모험자본 공급 확대 정책을 펼치고 있어 하이일드 채권 시장에 온기가 돌 수 있다는 기대감도 나온다. 김상인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정부는 고강도 규제로 부동산 시장 과열을 진정시키고 차단된 부동산 자금 흐름을 채권·크레디트 시장 투자로 유입시키려 한다"며 "이 과정에서 비우량 회사채 부문에 대한 투자가 집중돼 유동성의 낙수효과가 생길 수 있다"고 기대했다. 정부의 보다 적극적인 정책도 요구된다.

강원구 수석연구원은 "현재 BBB급 회사채 시장은 자생적 성장에 한계가 있어 정부의 적극적인 정책적 지원이 필요하다"면서 하이일드 펀드 분리과세 혜택 재도입, 비우량채 장기보유 투자자 및 외국인 하이일드 채권 투자자에 대한 추가 인센티브 제공 등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