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래의 시골편지] 지역민 없는 지역축제
면소재지 마트에 가려면 불편하다. 며칠 후 있을 지역축제 부스를 설치하느라 길 한쪽을 막고 있기 때문이다.
축제의 계절이다. 길을 가다 보면 여기저기 축제를 알리는 현수막들이 펼럭인다. 그런 광고판들을 볼 때마다 저 축제는 누구를 위한 행사인지를 묻게 된다.
축제는, 축제를 여는 주체들이 즐기는 잔치다. 그 지역에 뿌리내리고 사는 주민들의 삶과 문화가 녹아든 그들의 ‘즐거운 한 판’이라야 한다. 주민들이 신명나게 즐기고, 그 흥겨운 모습이 자연스럽게 에너지가 되어 방문객을 끌어들이는 것이 정상이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축제들은 그들만의 고유한 문화를 즐기는 지역민들의 자부심이 핵심 동력이다.
하지만 지금 우리의 동네 축제는 그 주체가 사라졌다. 지역주민의 즐거움은 뒷전으로 밀린 지 오래다. 축제 때문에 오히려 불편을 겪는다. 오로지 ‘방문객 유치’를 위한 미끼 상품으로 전락했다. 외부의 대행업체에 기획과 진행을 맡기다 보니 주인공이어야 할 주민들은 구경꾼이 되었고, 남의 행사가 됐다. 시끄러운 소음과 교통 체증을 견뎌야 하는 외부인이 됐다.
이름만 그럴듯할 뿐 개성이 없고 철학도 없다. 프로그램 내용도 어딜 가나 똑같다. 방문객 숫자에만 집착하다 보니, 오로지 자극적인 내용만 넘쳐난다. 그저 더 유명한 연예인을 섭외하는 데 혈안이 될 뿐이다.
축제를 위한 예산은 외지 대행업체와 연예인의 주머니로 들어간다. 정작 대목을 기대한 지역 상인들은 축제 마당에 고객을 빼앗기고 울상이다. 지역상권 활성화란 명분은 설득력이 없다. 본연의 의미가 퇴색된 현장에는 보여주기식 ‘행사’만 남고 ‘축제’는 사라졌다.
주민이 빠진 지역축제는 의미없다. 풍악만 요란한 ‘그들만의 잔치’ 대신 를 주민들이 즐거워하는 진정 ‘그들의 축제’가 그리운 가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