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강국, 예산 증액보다 탈원전 취소 선언부터

2025-11-05     자유일보

정부가 4일 내년도 정부 예산안에 인공지능 관련 예산 10조1000억 원을 편성했다고 밝혔다. 올해 3조3000억 원보다 3배 이상 늘어난 액수다.

이날 이재명 대통령은 시정연설에서 "박정희 대통령이 산업화의 고속도로를 깔고, 김대중 대통령이 정보화의 고속도로를 낸 것처럼, 이제는 AI시대의 고속도로를 구축해 도약과 성장의 미래를 열어야 한다"고 밝혔다.

얼마전 막을 내린 APEC에 참석한 엔비디아 CEO 젠슨 황은 세계적인 품귀현상을 빚고 있는 AI 개발의 핵심 장치 GPU 26만 장을 우리에게 우선 공급한다고 말했다. 기술과 예산이 만났으니 바야흐로 한국의 AI시대는 제대로 열리는가. 그렇지 않다. 가장 중요한 주춧돌이 빠졌다.

AI 산업은 하드웨어·데이터·소프트웨어·전력 인프라라는 4개 요소가 결합된 거대한 산업 생태계다. 하드웨어·데이터·소프트웨어 역량이 부족하면 그나마 ‘부실’로 끝난다. 그러나 전력 인프라가 갖춰지지 않으면 아예 ‘불능’이다.

젠슨 황이 준다는 GPU를 예로 들어 보자. GPU는 어마어마한 전력을 잡아먹는 전기 불가사리다. GPU 1개당 소비전력은 약 1.4킬로와트로 26만 장이면 대략 400메가와트를 빨아들인다. 400메가와트는 40만 가구의 동시 사용 전력이다. 엔비디아의 연간 AI 서버 운영에 필요한 전기는 네덜란드 1년치 사용 전력과 맞먹는다.

젠슨 황은 지난 5월 열린 대만AI포럼에서 대만정부에 탈원전 재고를 공개적으로 권했다. 대만은 2018년부터 수명 다한 원전을 차례로 중단, 지난 5월 17일 마지막 남은 마안산 2호기 원전 가동을 중단했다. 젠슨 황은 포럼에서 "대만은 원전에 반드시 투자해야 하며 원전에 낙인을 찍어서는 안된다"며 "원전 없이는 AI 못한다"고 직격했다

이재명 정부는 ‘AI 정부’로 불리길 원하는 것 같다. 1호 공약이 ‘AI 3대 강국’이다. 하지만 이 정부는 신재생에너지 확대와 원전축소를 정책으로 내세우고 있다. AI 강국이 되려면 에너지 강국이 되어야 하고 에너지 강국이 되려면 원전 가동이 필수라는 논리의 고속도로는 너무 자명하다. 이를 깨달은 미국·영국·독일 등은 이미 탈원전에서 친원전으로 정책을 바꿨다. .

AI 고속도로로 가려면 이재명 정부는 탈원전 취소 선언부터 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