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러 강세에 주요 자산 동반 하락
미국 달러화가 강세를 보이면서 증시와 원유, 가상화폐, 금 등 주요 자산 가격이 일제히 하락했다. 그간 ‘에브리싱 랠리’를 이어오던 주요 자산 가격에 대한 과열 우려가 잇따라 제기되면서 가격 조정의 빌미를 제공한데다, 달러 강세가 겹치면서 조정에 들어간 것으로 분석된다.
5일(현지시간)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인덱스는 전일보다 0.41% 오른 100.221이다. 달러인덱스가 100을 넘어선 것은 3개월 만이다. 이같은 달러 강세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다음 달 금리를 내릴 것이라는 기대감이 줄어들고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이날 서울 외환시장에서 미국 달러화 대비 원화 환율은 11.5원 오른 1449.4원으로 마감했다. 장 중 고가 기준으로 지난 4월 11일(1457.2원) 이후 약 7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이날 증시도 요동쳤다. 코스피는 장 중 6% 넘게 급락하며 3900선으로 밀려났다가, 오후들어 반등세를 타며 4004.42(2.85% 하락)로 4000선을 힘겹게 지켜냈다. 뉴욕증시는 간밤 인공지능(AI) 관련 업종 고평가 우려에 하락했다. 다우존스30 산업평균지수는 전장보다 251.44포인트(0.53%) 내린 4만7085.24에 거래를 마쳤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 지수는 전장보다 80.42포인트(1.17%) 떨어진 6771.55에,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 종합지수는 전장보다 486.09포인트(2.04%) 물러난 2만3348.64에 각각 마감했다.
뉴욕증시 기술주의 급락세 여파가 원유시장에도 그대로 전달됐다. 4일 뉴욕상업거래소에서 12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전장 대비 0.49달러(0.80%) 내린 배럴당 60.56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WTI가 하락 마감한 것은 지난달 28일 이후 5거래일 만에 처음이다. BOK파이낸셜의 데니스 키슬러 선임 부사장은 "오늘 원유선물은 미국 달러 강세의 압력을 받고 있다"면서 "미국 증시도 초반부터 크게 하락했는데, 이는 정부 셧다운(일시적 업무정지)이 하방 압력을 더하기 시작할 수 있고, 결국 국내 연료 수요에도 부정적일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투자자들의 안전자산 선호심리가 강해지면서 가상화폐 대장주인 비트코인이 지난 6월 이후 처음으로 10만 달러 아래로 떨어졌다. 4일 미국 가상화폐 거래소 코인베이스에 따르면 미 동부시간 오후 4시 기준 비트코인 1개는 24시간 전과 견줘 약 7% 하락한 9만9306달러(약 1억4220만원)에 거래됐다. 지난달 6일 기록한 사상 최고가 12만6210.5달러 보다 21% 낮다. 비트코인 가격이 10만 달러 아래로 떨어진 것은 미국이 이란 핵시설을 공격해 중동 긴장이 고조되고 있던 지난 6월 22일 이후 처음이다. 경제전문 매체 CNBC는 가상화폐 투자자들 사이에서 위험자산을 회피하려는 심리가 퍼지면서 가상화폐 가격이 내려가고 있다고 분석했다.
국제금값도 큰 폭으로 하락했다. 4일(현지시간) CNBC방송에 따르면 뉴욕상업거래소(COMEX)에서 금 현물 가격은 전 거래일 대비 1.5% 하락한 온스당 3939.32달러를 기록했다. 12월물 선물 가격은 1.7% 내린 온스당 3945.10달러로 집계됐다. 통상 달러 가치가 오르면 다른 통화 보유자들의 금 매수 부담이 커져 금값 하락으로 이어진다.